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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다는 지리산 칠선계곡, 그 환상을 깨다.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소재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및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이 계곡은 1999년 자연휴식년제 도입으로 출입을 통제하다가 2006년부터 산악인과 지역주민의 청원으로 주차장에서 비선담까지 구간(약 4.2km)을 개방하였고, 2008년 5월부터는 천왕봉까지 14km 전 구간을 일정한 조건 하에 등산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추성마을 주차장에서 정자를 뒤로하고 잘 조성된 고갯길을 넘어 1.5km를 가면 두지터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오래 전 화전민들이 기거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몇 가구가 농사를 짓고 민박을 하며 사는 두메산골입니다. 두지터는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이웃 국골에서 진을 치고 있을 때 식량창고로 사용했다는 설과 지형 자체가 쌀뒤주를 닮았다는 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등산로 입구 정자  

 민박집


 두지터 가는 길
 
 두지터 이정표

 

좌측으로 들어서 계곡에 걸려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면 등산로는 계곡과 점점 멀어지기만 합니다. 산길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두지터에서 출발한지 거의 40분만에 선녀탕(해발 620m)에 도착합니다. 

선녀탕 이정표 


설악산 천불동계곡은 바로 계곡 옆에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반해 이곳 칠선계곡은 선녀탕에 도착할 때까지 물도 없고 조망도 전혀 없는 험한 산길을 걸어야 합니다. 말이 선녀탕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평범한 소(沼)입니다. 


선녀탕에는 일곱 선녀와 곰에 얽힌 전설이 전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즐기던 일곱 선녀의 옷을 훔친 곰은 옷을 바위 틈 나뭇가지에 숨겨 놓는다는 것을 잘못해서 사향노루의 뿔에 걸쳐놓습니다.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매는 것을 본 사향노루는 자기 뿔에 걸려 있던 옷을 가져다 주었지요. 이에 선녀들은 옷을 입고 무사히 하늘나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되었고, 그 후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는 칠선계곡에서 살게 해 주고, 곰은 이웃의 국골로 내쫓았다고 합니다. 


나무다리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옥녀탕(해발 650m)입니다. 그러나 소(沼)가 그리 깊지 않아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물은 깨끗합니다.



 옥녀탕 
    

옥녀탕과 무명목포를 지나 흔들다리인 비선교를 건너면 개방구간의 마지막인 비선담(해발 710m)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절경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3대 계곡이라는 명성을 듣고 너무 기대가 컷던 것일까요? 아니면 전국의 많은 계곡과 폭포를 답사하여 눈높이가 높아진 것일까요? 

 무명폭

비선담 이정표  


 비선교





위에서 말한 설악산 천불동계곡은 물론 오대산 소금강계곡(청학동)이나 두타·청옥산의 무릉계곡은 암반옥수가 흐르는 계곡 옆으로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계곡을 오가며 바라보는 기암괴석이 정말 장관이지만 지금까지 거쳐온 칠선계곡은 별로 내세울 게 없어 보입니다. 지리산이 부드러운 육산이니 처음부터 이런 풍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지요.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칠선계곡이라고 하면 신비의 계곡으로 알고 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출입을 통제한 탓인지도 모릅니다. 
 

개방구간의 마지막인 나무 데크(비선담 통제소)에는 칠선계곡특별호구역에 대한 탐방예약과 가이드제 운영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 구간은 2008∼2009년 2년간 5∼6월, 9∼10월 각각 2개월 동안 월요일과 목요일은 올라가고(추성주차장→천왕봉), 화요일과 금요일은 내려갈 수 있습니다.(천왕봉→추성주차장).

 탐방예약안내도



앞으로 이 구간의 탐방을 원하는 탐방객은 오로지 금년 9월과 10월 기간 중에만 탐방을 할 수 있습니다. 희망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신청을 받는데, 1회당 정원이 40명이므로 2주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끝나면 별도의 추가조치가 없는 한 2027년까지는 탐방이 금지됩니다. 만일 이를 위반할 때에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니 참으로 무거운 처분입니다.


사실 칠선계곡 탐방 중 반드시 보아야 할 명소는 칠선폭포와 대륙폭포, 그리고 천왕봉 아래 마폭포와 삼층폭포입니다. 이 중 마폭포와 삼층폭포는 너무 멀어서 가기가 어려워 비선담 위쪽에 위치한 칠선폭포와 대륙폭포까지만 탐방합니다. 


출입통제 문을 지나가면 바로 계곡을 건넙니다. 계곡 옆으로 제법 뚜렷한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조금 들어가면 내려오는 물줄기가 시원한 큼지막한 소(沼)가 보입니다. 이름도 희한한 청춘홀이라고 합니다.

 청춘홀



Y자 계곡의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계곡을 건너가면 칠선폭포입니다. 넓은 소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제법 그럴듯하지만 감탄할 정도는 아닙니다.


 칠선폭포



여기서 우측의 오솔길을 따라 가노라면 대륙폭포입니다. 높은 계곡의 골짜기에서 물이 떨어지지만 수량이 그리 많지 않아 웅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륙폭포

 

이 곳에서 계속하여 올라가면 마폭포와 삼층폭포이겠지만 그냥 몸을 뒤로 돌려세웁니다. 지리산 칠선계곡은 지금까지 사람의 통행을 제한했기 때문에 때묻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은 가지고 있지만 계곡의 풍광과 폭포는 기대이하입니다. 그나마 칠선폭포와 대륙폭포는 볼만하지만 이 둘은 완전개방구간이 아닙니다.


비선담에서 칠선폭포까지는 계곡을 건너는 두 곳만 정비하면 현 상태에서도 탐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구간에 얼마나 많은 자연의 보고가 숨겨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027년까지 개방하지 않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칠선계곡의 명성에 심취한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현재의 운영방식을 개선하여 조속히 대륙폭포까지는 자유롭게 탐방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칠선계곡은 단풍이 드는 가을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적기라고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 보통사람들이 평상시 과태료처분을 각오하고 탐방할 만큼 모험을 할 만한 계곡은 아님을 분명히 일러둡니다. 다만 대륙폭포에서 천왕봉까지는 가보지 않아 어떠한 비경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골이 깊고 험해 죽음의 골짜기로 불린다고 하니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일 테지요. 그러나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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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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