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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에서 태백을 잇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노라면 백두대간의 고갯마루인 두문동재를 지나게 됩니다. 이 두문동재 북쪽에 위치한 금대봉(1,408m)의 북서쪽에 서 있는 산이 바로 우암산(1,346m)입니다. 이 산은 백두대간에서 살짝 옆으로 비켜나 있는 터에 그 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생태계의 보고라고 합니다.

2008년 3월 9일 일요일 아침, 등산버스는 정선에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고한을 지나 좌측의 소두문동으로 진입합니다. 인근에 카지노로 유명한 강원랜드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하이원스키장이 있어 그런지 좁은 도로변에는 숙박시설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습니다.  

먼저 하차한 사람들이 주변에 하얗게 쌓인 설경을 보며 기분 좋게 걸어가는데 갑자기 산악회장이 등산객들을 불러 되돌아오게 합니다. 알고 보니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산불감사요원이 전할 말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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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분이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일반적인 수칙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이곳은 입산통제지역이어서 산림청의 허가가 없으면 입산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이른 새벽 밤잠을 설쳐가며 무려 4시간 이상을 달려왔고 또 산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어 산불이 날 염려가 없다고 애원해 보지만 요지부동입니다.

나중에 이 분은 지방산림청의 해당 관서로 전화를 걸어 구두로 입산허가를 받아 줍니다. 완전히 지옥과 천당을 오간 느낌입니다. 입산 금지지역을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고 온 산악회 측도 잘못이지만, 산불감시원도 단순히 기계적으로 입산을 제지하는 임무만을 수행할 것이 아니라 현지의 여건과 기상상황 등을 고려해 입산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특히 평일이 아닌 주말 또는 공휴일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입산통제라면 예외가 없어야겠지만 산불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오늘처럼 온 산이 눈으로 뒤덮인 날은 마땅히 통제를 풀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폭설로 인한 안전 상의 통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겠지요.

키가 큰 고사목 한 그루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설경이 멋집니다. 산불감시원과 입씨름을 하느라고 거의 20분간을 지체한 후 산으로 들어갑니다(12:00). 고랭지 채소 밭처럼 보이는 언덕에는 새하얀 눈이 쌓여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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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가며 뒤돌아본 모습


백두대간 길은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려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다녀 러셀(눈길을 헤치고 지나감)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거의 찾는 사람이 없어 대지 위에는 간간이 보이는 짐승의 발자국을 제외하고 사람의 발자취라고는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밭 두렁 가장자리로 연결되던 길은 이내 숲 속으로 들어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더니 곧 능선에 도달합니다. 지난 주초 강원도지방에 내린 30cm정도의 눈은 아직까지 거의 그대로 쌓여 있어 무릎까지 푹푹 빠집니다. 앞선 준족들이 러셀을 하며 길을 내 놓았지만 발을 잘 못 디디면 금새 또 깊은 눈에 푹 빠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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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송 길



때로는 산허리를 가로지르고 또 때로는 능선을 넘습니다. 응달의 눈은 허벅지까지 빠질 정도입니다. 남쪽으로 통신시설물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함백산이 보입니다. 드디어 조망이 제일 좋은 곳으로 오르니 여기가 바로 우암산(1,346m)입니다. 그러나 정상에는 아무런 이정표도, 흔적도 없습니다.(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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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봉 뒤로 보이는 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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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능선


정상에 서니 남동쪽으로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금대봉(1,408m)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그 아래 남쪽으로 두문동재(싸리재) 너머 은대봉(1,442m)이 조망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망의 압권은 서쪽지방입니다. 정암산 오른쪽에 강원랜드가 있는 백운산(1,426m)이 있고 하이원 스키장의 스키슬로프가 허연 자태를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그 우측으로는 두위봉(1,466m)이, 그리고 그 위쪽으로는 민둥산(1,119m)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까이에 위치한 노목산(1,148m)도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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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할 듯 보이는 금대봉(우측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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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산(중앙)과 백운산(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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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과 하이원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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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오른쪽에 쌍봉으로 보이는 두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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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이어진 민둥산


동쪽으로는 매봉산(1,303m)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날개가 아스라이 바라보이지만 북쪽의 대덕산(1,307m) 방면은 잡목으로 인해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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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우측 끝)


3명의 등산객이 기세 좋게 러셀을 하며 동남쪽에 위치한 금대봉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곧 되돌아옵니다. 눈이 없다면 약 45분만에 왕복할 수 있는 거리지만 무릎과 허벅지까지 눈이 쌓여 있는 현재 상황은 판이합니다. 제 아무리 날고기는 산꾼도 이런 곳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뽐내려다가 나중에 낭패를 당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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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대봉으로 향하다가 뒤돌아 오는 등산객


이제 북쪽으로 하산합니다. 응달에는 거의 허리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지천으로 쌓여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차례 눈 산행을 했지만 오늘의 눈도 정말 대단합니다. 응달의 눈은 전혀 얼지 않고 내린 그대로 쌓여 있어 꼭 백설탕가루를 보는 듯 하며, 하체로 전해오는 촉감이 매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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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목산(좌측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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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보고 설탕을 떠올리다 보니 어렸을 적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 어린이가 자기 집 앞마당의 포대자루에 담겨져 있는 설탕을 발견하고는 이를 한 주먹 쥐고 어른이 볼 새라 집 뒤로 가서 얼른 입에 털어 넣었답니다. 그런데 달아야 할 설탕이 단 맛은 고사하고 바로 입안이 얼얼하면서 확 부풀어오르는 느낌이 들어 즉시 뱉어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설탕이 아니라 비료였다고 했습니다.

요즈음은 비료의 색깔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1960년대만 해도 요소비료는 겉으로 보기엔 설탕과 꼭 같았습니다. 비료를 설탕으로 잘못 알고 입에 넣었으니 입안이 온전하지 않았겠지요. 설탕이 매우 귀했던 시절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입니다.  

지금 지천으로 널려 있는 눈을 보며 이게 설탕이라면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산행을 하는 동안 얼마나 눈과 싸움을 했는지 계곡에 도달하니 살 것 같습니다.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하루 종일 눈 속을 걸어왔습니다. 넓은 밭의 가장자리를 걸어가다가 포장된 도로를 만나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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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가 보이는 곳의 왼쪽에 용소(龍沼)가 있습니다(16:00). 바위틈에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밑에는 물이 고여 있습니다. 산악회 회장에 의하면 몇 년 전 한 방송사가 이 용소를 답사하기 위해 잠수부를 동원하여 탐사에 나섰지만 너무 깊어 용소의 끝을 확인하지 못한 채 결국은 탐사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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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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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용소 내부


용소 아래 하천에는 용소의 물이 거꾸로 솟구치는 지점이 있으며, 이 물이 약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백전물레방아를 사시사철 돌게 만드는 물의 공급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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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리 마을은 오지 중의 오지입니다. 하천 옆 민가에는 많은 비료포대가 쌓여 있고, 한 가옥의 처마에는 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거미줄 등이 잔뜩 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 폐가인 것 같습니다.(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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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리버스종점에 대기중인 등산버스를 타고 약 5km 거리의 음식점이 위치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산악회 측에서 음식점을 예약해 두었는데 메뉴는 곤드레비빔밥입니다. 곤드레는 강원도지방에서 나는 나물의 이름입니다. 이 나물을 넣고 비빈 밥에 양념간장을 넣어 먹습니다. 배가 고파서인지 맛이 일품입니다. 김치도 감칠맛이 납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등산코스는 소두문동-1290봉-우암산-서북능선-용소-물레방아-한소리버스종점입니다. 백두대간 금대봉에서 우암산에 이르는 지역은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야생화군락지라고 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꽃 피는 계절을 맞이하여 입산허가를 받아 꼭 다시 답사하고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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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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