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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백운산(1,218m) 정상인 상봉에서 능선을 타고 남쪽의 억불봉 방향으로 남하하다가 두 번째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상백운암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등산로 좌측입구에는 양쪽에 고사목을 세우고 철조망이 쳐져 있지만 가운데 빈 공간에는 사립문조차도 없어 그냥 발을 들여놓습니다. 축대에 올라 마당으로 들어서니 장작개비가 수북히 쌓여 있는 처마 밑의 열린 문안으로 스님 한 분이 면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살짝 보입니다.

오후 세시가 다된 시점에 한가로이 면도를 하는 스님은 그냥 한 마리 새와 같은 자유인입니다. 어느 누구의 속박도 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상시간도, 식사시간도 따로 없을 것입니다. 속세에서 일어나는 짐짝 같은 도심의 지하철도, 몸서리치도록 짜증나는 도로교통정체도 이곳의 스님으로서는 남의 일입니다. 이런 외딴 곳에서는 이방인의 방문을 알리는 강아지 한 마리라도 있을 법 한데, 그런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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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백운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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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문 안으로 꾸부린 스님이 보인다.

 
인기척을 내자 스님이 머리를 돌려 쳐다보기에 나는 수고한다는 인사말을 건넵니다. 사실 세수하고 면도하는 행위가 수고하는 일은 아니겠지요. 내가 한 안부인사는 이런 적막강산에 홀로 생활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고 물은 말입니다. 이토록 외진 곳에서 수양을 하는 스님이 속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할 리는 만무하겠지요.

양지바른 절벽의 바위 밑 넓은 공터에 두 채의 가옥이 있습니다. 덧문을 세워 만든 안쪽 양지바른 곳엔 빨아 둔 수건이며 옷가지 등이 걸려 있습니다. 장작더미 앞에는 거꾸로 엎어놓은 큼지막한 독이 한 개 보입니다. 속인이 보기엔 스님이 앉아서 쉬는 의자로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좌측의 조그마한 건물은 슬레이트지붕을 올려놓았습니다. 그 곳엔 상백운암(上白雲庵)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목판에 갈겨 쓴 글씨는 그야말로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갈 듯한 일필휘지(一筆揮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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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채의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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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백운암 현판


겉으로는 바람이 강하게 불면 곧 날려갈 것 같이 허술하게 보이는 집인데도, 사시사철 모진 눈보라와 비바람을 꿋꿋이 견디고 서 있는 모습이 의아할 따름입니다.  

암자 앞 돌 축대에 서면 저 아래 광양항이, 그리고 저 멀리 남쪽의 세상이 내려다보입니다. 축대 위 뜰에는 따스한 봄을 맞이하여 이름 모를 식물이 왕성하게 자랍니다. 축대 밑에는 스님의 근심걱정을 덜어 주는 해우소(解憂所)가 있습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광경이란 바로 이를 두고 이름입니다.

이런 곳에서 며칠만 생활해도 속세에 찌든 찌꺼기가 말끔히 지워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여기는 흰 구름도 머물다 가는 백운산자락, 해발고도 1,040m 지점입니다.(2008. 3. 2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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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광양방면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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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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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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