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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쭉 뒤로 보이는 암릉

 백아산 정상에서 바라본 마당바위(좌)와 천불봉(우)


 

흔히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 천관산을 꼽습니다. 이 범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주작산, 덕룡산, 달마산, 팔영산, 두륜산, 마이산, 선운산, 운장산 등도 아름다운 산입니다. 몇 년 전 산림청에서는 <100대 명산>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등산을 자주 다니다 보면 100대 명산은 나름대로 그 명성에 걸맞은 조건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왜 100대 명산에 선정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실망하는 산이 있는 반면, 어떤 산은 100대 명산은 아니더라도 산세와 조망이 빼어난 곳이 있습니다. 명산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글쓴이는 무엇보다도 그 산 자체의 산세가 멋져야 하고, 또 산에 올라 바라보면 주변의 조망이 좋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기에 역사적인 사실(예컨대 천년고찰)을 간직하고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이런 차원에서 오늘 소개하려는 전남 화순의 백아산(810m)은 그야말로 숨은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소재 백아산은 석회암으로 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산입니다. 산봉우리가 석회석으로 되어 있어 마치 흰 거위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백아산이라 불리어졌습니다.

산행 들머리인 덕고개에는 깔끔한 등산 안내도와 반듯한 등산로 안내표석이 세워져 있고, 영산홍이 화사하게 피어 있네요. 벌써 보리도 피었습니다. 도회지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이렇게 바깥세상으로 나들이를 나와야 자연의 이치를 알 수 있습니다. 소나무 숲을 주능선의 철쭉단지에 다다릅니다.

 덕고개 등산로 입구

 보리밭


 

마침 철쭉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방인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금년에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전국의 철쭉명산은 개화시기가 맞지 않아 애써 찾은 시민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번 철쭉명산 바래봉을 찾은 사람들은 산에 올라 봉오리도 맺지 않은 을씨년스런 풍경만 보았는데, 밀려든 차량으로 인해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서울에 도착했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하게 이곳 백아산에 와서 활짝 핀 철쭉을 보니 미소가 저절로 퍼집니다. 백아산 철쭉은 꽃이 크고 화사한 전형적인 산철쭉이어서 주왕산의 수달래를 보는 듯 합니다.
 철쭉단지


 화사한 철쭉 


  

여기서는 반드시 좌측의 마당바위로 올라야 합니다. 이름이 흔한 마당바위이므로 그냥 넓은 반석 같은 바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측의 정상으로 향하면 절대로 안됩니다. 마당바위로 오르는 가파른 길에는 철계단이 놓여 있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데, 일단 이곳에 서면 그야말로 사방팔방으로 그침 없는 조망이 펼쳐집니다.

뒤돌아 서서 동남쪽을 바라보면 가야할 천불봉과 그 사이 평원에 펼쳐진 철쭉이 아름답고, 남쪽에는 모후산(919m)이, 그리고 남서쪽에는 둥그스름한 무등산(1,187m)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마당바위 남쪽 끝에서 바라본 천불봉(우측)

 무등산


 벼랑 끝의 등산객


 희미하게 보이는 모후산(우측 끝)    


 

헬기장에는 백아산 정상표석이 있지만 이곳(756m)은 정상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정상표석을 세워두었는지 이해가 잘 안되네요. 바위 끝에 서면 북쪽으로 이어진 암릉이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이쪽 암릉에도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다닐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마당바위의 백아산 표석


 화사한 철쭉



 북쪽으로 이어진 암릉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음 같아서는 마당바위에 자리를 깔고 퍼지고 앉아 세상의 묶은 떼를 모두 벗겨내고 싶지만 산악회를 따라 산을 다니면 이런 호기는 사치인 것이지요. 마당바위를 내려와 철쭉단지를 지납니다. 철쭉의 무리 사이로 방금 올랐던 마당바위의 암릉이 보여 그 황홀한 모습에 이곳이 바로 선계(仙界)가 아닌지 착각할 정도입니다.
 철쭉단지


 철쭉 뒤로 보이는 암릉


천불봉으로 오르며 뒤돌아본 마당바위능선은 거대한 성벽 같기도 하고 월드컵을 개최한 경기장 같기도 합니다. 천불봉에는 바위굴이 있는데 지금은 그 바위굴 위로 철 사다리를 만들어 놓아 사람이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다소 험하더라도 철 계단이 없었으면 하난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당바위 암릉

 주변절경을 카메라에 담는 등산객


 

백아산 정상(810m)은 또 다른 조망터입니다. 지나온 마당바위와 천불봉의 암릉이 어우러져 덕룡산(해남, 강진 소재)을 연상케 합니다. 반면 가야할 북쪽의 팔각정으로 이어진 능선은 상당히 부드러워 보입니다. 석회암으로 생긴 뾰족한 바위가 바위경연장 마냥 저마다 날카로움을 뽐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나온 마당바위(좌)와 천불봉(우)


 남쪽으로 가야할 팔각정 능선


 백아산 정상


 백아산 정상의 석회암


 백아산 정상바위 


   

금년 69세인 한 노인과 나란히 앉아 간식을 먹게 되었는데 이분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보다 더욱 산을 잘 탑니다. 그런데 그가 어느 산악회에 갔더니 두 가지 조건이 입회자격이라고 하더랍니다. 하나는 나이가 65세 이상 되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천산대학을 졸업해야 된답니다. 뜬금없이 중국의 천산대학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적어도 지금까지 1천 개 이상의 산은 답사해야 된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산행들머리에 도착하면 아무런 안내도 설명도 없이 각자 알아서 등산을 하고 나중에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 모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세상에는 별별 산악회도 다 있습니다. 자칭 등산매니아들은 1주일에 4-5회는 등산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이 있겠지만 이토록 무리를 하면 나중에 무릎의 연골이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산을 즐기면서 산행을 해야 하는데, 나약한 인간이 산을 정복하려 드니 이런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겠지요.

백이산 정상을 내려와 팔각정까지 가는 길은 그냥 평범한 길입니다. 다만 그 중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좌측에 문바위가 있었지만 이정표를 보지 못해 볼거리 하나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앞사람의 뒤꽁무니를 부지런히 따라 가다보니 이정표를 찬찬히 살펴보지 못한 탓입니다. 오늘은 서두를 필요가 없는 산행인데도 이런 실수를 하는군요.

 정상의 암봉

 정상 부근의 암릉 


 

능선을 가다가 잡목 사이로 팔각정이 보입니다. 실제로 팔각정(해발 750m)은 붕괴위험을 이유로 등산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앞까지만 접근하다가 발걸음을 되돌립니다. 아침에 끼였던 짙은 안개가 걷혔지만 하늘은 내내 흐렸으나 드디어 파란 기운이 감돕니다.
 연분홍 철쭉


 팔각정


                                         파란 기운이 감도는 하늘

 팔각정 전망대


   

여기서부터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안전지대로 내려서 방금 하산한 길을 되돌아보면 정말 어떻게 저런 곳에 길을 내었을 까 감탄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길이 없었을 테지요. 그런데 누군가가 길을 내었고 후손들이 그 길을 따라 자주 걷게 되자 이제는 안전시설까지 구비한 완벽한 등산로가 되었습니다.
 하산길 암릉


                                  뒤돌아본 하산길

 
또 다른 가파른 내리막에서 다른 산악회에서 온 두 여성이 깔깔거리며 웃고 있습니다. 생각다 못한 동행한 여성이 이들에게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산길에서 그렇게 깔깔거리니 더욱 정신이 없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정말 용기가 대단한 여성입니다. 오늘날 모르는 사람에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충고를 한 여성은 현재 연세가 71세라고 합니다. 글쓴이는 이 여성이 이제 겨우 환갑이 지난 것으로 보았거든요. 평소 체력을 단련하고 건강관리를 잘하면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함을 실감합니다.

솔 향기 그윽한 숲 속을 지나오니 백아산 자연휴양림입니다. 숙소로 이용되는 나무집들이 전원풍경을 그대로입니다. 이곳 백아산에 와서 자연휴양림에 머물려 등산을 한다면 최고의 기분전환이 되겠군요.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온 세상이 내것인양 마음이 뿌듯합니다.

한편, 이곳 백아산은 6.25전쟁 당시 백운산 및 지리산과 함께 빨치산의 처강부대인 전남빨치산의 본거지로 모든 빨치산 참가자들에게는 3대 성지로 추앙 받는 곳이라고 합니다.

 6.25 전적지 안내도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백아산은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명산입니다. 이제 대도시 산악회에서 이 산의 존재를 알고 찾는 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산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산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루어 질 경우 백아산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던 명산인 백아산을 가슴에 품은 채 등산버스에 오릅니다. 오늘은 정말 즐겁고 복된 하루였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0년 5월 15일 (토)
△ 등산 코스 : 덕고개-마당바위-천불봉-백아산-팔각정-암릉구간-자연휴양림주차장
△ 소요 시간 : 3시간 40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 호남고속도로 옥과 IC를 빠져나와 15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백아산 관광목장을 지나면 산행들머리인 덕고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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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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