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산악회에서 경북 안동소재 천지갑산(天地甲山) 산행을 한다기에 등산경력 10년의 글쓴이도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산 이름만 듣고도 야코가 팍 죽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산이면 이런 산 이름이 붙었을 까, 그런데 왜 나는 여태까지 이런 산을 몰랐을 까 한심스럽게 생각되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산은 연점산(871m) 줄기로 길안천을 끼고 있는 산세가 천지간에 으뜸이라고하여 붙인 산 이름이라고 합니다. 7개의 봉우리에는 수령 100년 이상된 노송이 울창하고, 기암절벽아래 산자락을 휘감아 태극형을 이루며 도는 길안천과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답니다.
하계휴가철을 맞이하여 토요일 아침부터 고속도로의 차량은 정체가 계속됩니다. 산악회 운전기사는 차량이 몰리니 영동고속도로 대신 서울-용인간 고속도로를 논스톱으로 이용해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청원까지 갑니다. 여기서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로 진입해 남상주IC를 빠져나왔는데 이제부터가 문제입니다. 상주에서 안동시 길안면으로 가려면 동쪽으로 달려야 하는데 바로 이어진 큰 길이 없어 국도로 타고 이러 저리 돌아야 했던 것입니다. 서울 사당동에서 복정역을 거쳐 길안면에 도착한 것은 무려 6시간 30분이 지난 후입니다. 아무리 고속도로가 피서객으로 밀린다고 하여도 그냥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서안동IC로 빠져 나왔으면 4-5시간만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그냥 고속도로로 가는 것이 그나마 제일 나았습니다.
자동차에서 오랜 시간 시달리며 녹초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산행들머리를 잘 못 찾았습니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길안면 아래쪽 35번 국도상의 마사터널 직전에서 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오르도록 했는데 이 지점을 통과하여 명곡마을에서 하차한 것입니다.
명곡마을 버스정류소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등산객들
과수원사이로 조성된 임도를 따라 들어갈 때만 해도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별 특징이 없는 밋밋한 능선 길보다는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으니 바로 연점산 정상으로 오르면 시간도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임도가 끝나고 숲 속으로 들어서자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계곡에서 비가 오듯 땀을 흘리는 것은 한여름 산행에서는 흔히있는 일이라 불평을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길입니다. 등산로는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이 다닌 이후로 최근 몇 년간은 다닌 흔적이 없습니다. 길도 흐릿한데다 문제는 잡목입니다. 선두그룹이 지나가면서 길을 내었지만 그래도 이를 헤져 나가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더욱이 급경사 오르막에는 잘 구르는 돌들이 흩어져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습니다.
사과나무
과수원 옆길
임도가 끝나고 산 속으로 들어서는 등산객들
또한 경사가 급할 경우 주변의 나무를 잡으면 도움이 되지만 나무의 반은 가시가 난 두릅나무여서 잡을 수도 없습니다. 나무를 잡으려면 손에 찔리기 때문입니다. 무려 1시간 반정도 악전고투하다가 주능선에 오르니 연점산을 가려면 진행방향과는 반대쪽으로 가야합니다. 우리가 도착한 능선은 "국제신문 등산지도"의 4번째 이정표라고 표기한 곳입니다. 이곳에 이정표는 있지만 거리표시가 없어 얼마를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연점산 산행을 포기하고 천지갑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우리의 실수를 좀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혹시나 다른 산악회에서 동일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려는 뜻입니다.
능선 이정표
분명한 능선길
숲 길
무엇보다도 능선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좋습니다. 668봉과 719봉을 지나자 내리막으로 연결됩니다. 천지갑산 제4봉(462m)은 7개의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정상표석이 반겨주네요. 여기선 두 갈래 길입니다. 3봉∼1봉으로 가는 길과 5봉∼6봉을 거쳐 모전석탑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한반도지형을 보기 위해서는 모전석탑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초원 같은 길
천지갑산 정상(4봉)
5봉을 지나 6봉에 오르니 나무이정표 위에 나비 한 마리가 앉아 있군요. 6봉에서 내려서는 길에 한반도지형이 보입니다. 나무에 가려 중부이남의 모습이 안 보이는군요. 조금 위치를 옮겨봅니다. 충남지방은 밭작물로, 호남지방은 나무가 없어 약간 훼손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형만은 영락없는 한반도지도의 모습입니다. 다만 짙게 낀 안개로 인해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음이 매우 유감입니다.
5봉 이정표
6봉 이정표
6봉의 조망
나무에 가린 한반도지형
한반도지형의 이웃 능선
한반도지형
한반도지형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공터인데 여기에 모전석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인 이 석탑은 통일신라시대에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천년의 세월을 견디었군요. 전설에 의하면 이 자리에 신라 때 지은 절이 있었는데 스님이 빈대를 잡기 위해 절에 불을 놓다가 몽땅 태웠다고 합니다.
초록의 세상
모전석탑
모전삭탑 안내문
여기서 길안천으로 내려서는 길도 매우 험합니다. 직립한 암벽 옆으로 길이 있네요. 위에서 내려다본 한반도지형을 낮은 곳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길안천에 도착하여 땀을 씻습니다. 피서객들은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는군요. 강 위로 깎아지른 듯이 서 있는 암벽의 모습이 소금강을 방불케 합니다. 산 위에서 보다 산 아래의 풍광이 더욱 멋집니다.
낮은 곳에서 보는 한반도지형
길안천변
길안천
소금강 같은 암벽
길안천
정자를 지나 도로변으로 나오니 (사)대한산악연맹 경상북도 안동시산악연맹이 주최하는 천지갑산 산악축제가 여리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기암과 노송의 울창함과 태극형을 이루어 흐르는 천지갑산 주변 절경을 홍보하고 관광자원화에 기여해 안동의 명품 산악축제로 자리 매김하려는 것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 천지갑산 생태공원이로군요.
산악축제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맥주와 막걸리를 무료로 제공하니 약주를 좋아하는 등산객은 횡재했네요. 그러나 비주류(非酒流)인 글쓴이는 약수터에서 찬물 한 잔으로 목을 축입니다. 생태공원에는 이무기와 처녀의 전설을 간직한 배롱나무(나무백일홍, 목백일홍)가 화사하게 붉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배롱나무
반듯한 한옥
오늘은 버스를 타고 오면서 매우 지루하였고 산행들머리를 잘 못 잡아 길 없는 길을 헤매느라 고생했으며 연점산 등산을 하지 못했지만, 천지갑산 제6봉에서 한반도지형을 조망하였고 길안천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조망을 즐긴 뜻깊은 나들이었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0년 7월 28일 (토)
△ 등산 코스 : 명곡마을-주능선 4번째 이정표-668봉-719봉-천지갑산(정상 4봉)-5봉-6봉-모전석탑
-길안천-송사리 생태공원
△ 등산 시간 : 4시간 50분(씻는 시간 포함)
△ 산행 안내 : A 산악회
☞ 청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실제 답사로이지만
명곡에서 4번째 능선까지는 잡풀이 무성하여 어려우므로
국제신문의 표기인 붉은 화살표를 따라 등산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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