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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야봉에서 북북서쪽으로 바라본 천등산(좌)과 대둔산(우)



전북 완주군 운주면과 충남 금산군 남이면의 경계에 위치한 선야봉(759m)은 마을에서는 촛대봉이라고도 하는데, 고당실기에 의하면 300여 년 전 이 산에서 선녀가 내려와 터를 닦고 집을 지어 살았다는 연유로 이 마을 이름을 고당이라 하였고, 이 고당(할미마당) 앞에는 말을 타고 다니거나 가마를 타고 지나가지도 못하였다고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선야봉 동쪽 육백고지능선의 북동쪽 635번 지방도에 위치한 배티재입니다. 여기는 백령정(栢嶺亭)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바로 이웃의 볼품 없는 판매시설이 분위기를 망쳐 놓았습니다.

 백령정 정자

 
이곳에는 육백고지전승탑이 있습니다. 이 전승탑과 충혼비는 6.25 직후 5년 간 공비토벌 작전으로 민.경.군의 호국용사들이 피를 흘리며 작전을 벌인 육백고지 기슭에 장렬히 전사한 276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이 전투에 참여하여 고귀한 승리를 이룩한 군인의 향토방위정신고취와 반공교육장으로 삼기 위해  건립한 것입니다.

 전승탑 오름길

 충혼비와 공적비


 전승탑 조각상 
 

 
축대를 올라 전승탑을 지나면 백령성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둘레가 약 207m에 이르는 이 성은 백제말기에 축성되어 사용되다가 백제의 멸망으로 그 용도가 폐기된 것으로 보여지는 역사적인 기념물입니다.
 백령성지


 백령성 흔적


 

고도를 높여 육백고지능선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돌아 능선을 따라 갑니다. 독수리의 부리처럼 생긴 육백고지봉(654m, 독수리봉, 백암산)에 오르면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막힘 없이 터집니다. 서쪽으로는 가야할 선야봉이 손에 집힐 듯 하고, 북서쪽으로는 대둔산(878m)과 천등산(707m)이 거대한 성벽처럼 똬리를 틀고 있으며, 북동쪽으로는 뾰족한 서대산(904m)이, 그리고 남쪽으로는 운장산(1,126m)과 구봉산(1,002m) 능선이 선명합니다.
 능선이정표


 독수리봉


 북동쪽 서대산(좌)


 북서쪽 천등산(좌)과 대둔산(우)


 남쪽 운장산(우)과 구봉산


 첩첩한 산그리메


  

점점 고도를 낮추다가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릅니다. 신선봉과 선야봉을 가려면 삼거리갈림길에서 우측으로 크게 몸을 돌려 세워야 하는데 이정표도 없고 갈림길 표시도 희미하여 그냥 많은 리본이 붙어 있는 길을 따라 간 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이는 정맥길이었던 것입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18명의 등산객 중 내 뒤에는 3명밖에 없고 앞서 가는 사람도 보이지 아니합니다. 북쪽으로 보여야 할 대둔산줄기도 보이지 아니하여 길을 잘못 든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합니다. 그런데 맞은 편에서 오는 일단의 등산객들이 신선봉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나도 지금 신선봉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분명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합니다.
 눈이 남아 있는 길


 

오던 길을 되돌아옵니다. 그런데 같은 산악회소속 여성 한 분이 외롭게 오고 있습니다. 동료를 만나니 무척 반갑습니다. 길을 잘 못 찾아 뒤돌아가야 한다고 했더니 이 여성도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면서 매우 반가워합니다. 길을 잘못 찾은 게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군요. 한참만에 희미한 삼거리 갈림길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곳에 산악회의 리본이 걸려 있는데 아까는 왜 보지 못했을까요. 그러고 보니 알바하느라 왕복 1시간을 허비했네요. 이제부터는 발걸음을 서둘러야 하지만 여성등산객의 걸음이 빠르지 못합니다. 나도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해 이 여성과 보조를 맞추며 걷습니다.

신선봉에 도착하니 산악회 대장이 선야봉에서 기다린다는 전화가 옵니다. 저 멀리 홀로 서 있는 대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산악회 대장으로서는 하산 후 식당으로 가야하는데 2명이 늦게 하산하니 매우 답답할 것입니다. 선선봉에는 "선야봉 등산로"라는 예쁜 이정표가 걸려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정표는 방금 지나온 삼거리갈림길에 붙여놓았더라면 사람들이 헷갈리지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신선봉 이정표 뒤로 보이는 대둔산

 신선봉 이정표


 선야봉 등산로 안내문


 

신선봉에서 선야봉까지는 길도 매우 평탄하여 약 20분만에 도착합니다. 정상표석대신 이정표가 걸려 있는 선야봉(759m)에서 동쪽인 우측의 능선으로 조금만 나가면 오늘 산행 중 조망이 가장 좋은 조멍대가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대둔산과 천등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음이 장관이고, 거대한 성벽 같은 대둔산은 그 모습이 마치 설악산 울산바위를 연상시킬 정도로 황홀합니다. 날씨가 맑은 탓도 있지만 눈이 없는 겨울철 산의 경치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했습니다.
 선야봉 이정표


 천등산(좌)과 대둔산(우)


 천등산


 대둔산


 하산할 큰골   

 

여기서 동북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상당히 가파릅니다. 흡사 칼바위능선을 방불케 해 한겨울에는 상당히 위험할 것 같습니다.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남이휴양림이 있는 큰골(느티골)의 차도입니다. 등산대장이 아래쪽 버스를 이쪽으로 불렀네요. 오늘 산행에 5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선두그룹이 4시간만에 하산하였다니 차이가 많이 났네요. 일반적으로 선두와 후미간에는 1시간 정도의 차이는 나지요. 1시간을 알바하였으니 몸도 피곤하고 기다리게 한 등산객들에게도 너무 미안합니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안내산악회를 따라 다녔지만 알바하여 민폐를 끼친 일은 처음이네요.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식당으로 향합니다.
 큰골 이정표


《등산개요》

△ 등산일자 : 2010년 12월 12일 (일)
△ 등산코스 : 배티재 육백고지전승탑-백령성지-육백고지능선-독수리봉(백암산)-정맥삼거리-신선봉
                      -선야봉-동쪽 능선-남이휴양림 도로

△ 소요시간 : 5시간 40분
△ 등산안내 : 서울마운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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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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