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메일 국제사기를 당할 뻔한 아찔한 사건



지난 금요일 새벽 이메일을 열어보다가 제목이 긴급(emergency)이라고 표시된 메일을 발견하였다. 흔히 스팸메일이 많아 무시하려고 하다가 보낸 이를 보니 David Smith(가명) 라고 적혀 있었다. 아니 이 사람이 무슨 일이 있기에 긴급한 소식을 전하는가? 내용이 궁금하여 즉시 열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급히 돈 $2500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먼저 편지의 내용을 한번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지금 인종문제, 에이즈, 가난, 교육기회상실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여행중인데, 당신에게 미리 연락하지 못했다. 내 여행국은 가나, 남아공, 그리고 나이지리아이다. 지금까지 매우 슬픈 순간이었고, 지금 현재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나는 현재 나이지리아에 있는 데, 내 여권과 돈, 서류 및 귀중품이 들어 있는 지갑을 택시에 두고 내려 돈이 한푼도 없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호텔측은 즉시 $1000의 호텔 숙박비를 내라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나와 짐을 호텔매니저에게 인계한다고 한다. 내가 귀국할 수 있도록 급히 도와 달라. 또한 먹고 귀국하는데 $1500가 필요하다. 따라서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2500를 송금해 달라. 나는 지금 먹을 돈도 없다. 지금 굶어죽을 지경이니 급히 도와 달라.

나는 지금 시(市) 도서관에서 이 메일을 보낸다. 앞으로 30분밖에 시간 여유가 없다. 내가 귀국하는 데로 돈은 돌려주겠다. 돈을 송금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 줄 테니 즉시 연락하기 바란다. David Smith≫



나는 이 편지를 읽고는 새벽에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다. 아내도 긴가 민가 하면서도 설마 거짓말이야 하겠느냐며 보내주자고 하였다. $2500이면 한화로 250만원이어서 결코 적은 돈이 아니며 우리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설령 되돌려 받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도와주기로 일단 작심하였다.

그런데 우리가족이 왜 David Smith에게 이렇게 도와주려고 하는 지 그 이유를 잠깐 설명해야하겠다. 

나는 교통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1990년 10월,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국제기구인 세계관광기구(WTO, World Tourism Organization) 사무국에 2년 간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와 같은 시기에 케냐정부의 주지사를 지내고 관광국장을 역임한 Mr. Smith 가 특별 자문관으로 채용되었다. 그는 우연히도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위층에 집을 얻게 되어 가족끼리도 자주 왕래하며 우정을 쌓았다.

점심시간이면 항상 둘이서 밖으로 나가 중국집이나 햄버거하우스로 가서 함께 식사를 했으며, 휴일이면 두 가족이 함께 근교로 여행을 가기도 하였다. 또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은 사무국에서 소개해준 선생 밑에서 6개월 동안 스페인어를 함께 배우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나는 2년 후인 1992년말 귀국했다. 그 후로 바쁜 삶을 살다보니 거의 잊고 지냈는데, 2002년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로부터 호텔 롯데에서 Smith 라는 외국인이 나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하고 만났더니 그는 3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여 케냐의 국회의원이 되어 있었다. 국회 외교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중국을 거쳐 입국하였으며, 곧 일본으로 가기 전에 나를 만나려고 한국관광공사에 연락하였다고 한다.

그런 후 또 잊고 지냈는데, 2005년에는 국회부의장이 되어 한국의 IT 산업전시회에 참석 차 방한하였다. 3박 4일간 머무르는 동안 이틀 밤을 우리가족과 함께 보낸 그야말로 먼 나라에서 온 반가운 친구였다.

이런 외국인 친구가 나이지리아에서 지갑을 잃고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데, 어찌 모르는 척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일단 도와주겠다고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신이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나도 지난 3월 직장에서 퇴임하여 어렵지만 기꺼이 도와 주겠다. 돈을 어떻게 송금하면 되는 지 구체적인 정보를 달라. 친구여! 용기를 가져라. 친구 좋다는 게 뭔가!≫
  

그러나 생각할수록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Mr. Smith 는 케냐에서는 소위 부르조아라고 생각할 정도로 잘 나가는 인물이었다. 스페인에서 생활할 당시에도 아들딸을 영국과 캐나다에 유학 보냈으며, 아내의 생일을 맞아 벤츠승용차를 선물로 사 주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런 사람이 지갑을 잃어버렸으면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친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혼자 중요한 임무를 띠고 여행을 다니는 것도 아닐 텐데 어찌 식사도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인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케냐의 국회부의장(현재까지 그 직위를 유지하는지는 불문)까지 지냈으면 국회 쪽에서도 도와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런 일이 있으면 현지 케냐대사관에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해야 도리이다. 그런데 3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느닷없이 나에게 이런 도움을 요청하는 게 상식적으로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또 내가 받은 메일을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니 수신인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이는 분명 다른 사람에게 보낸 메일을 나에게 전송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아내와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여러 모로 숙의한 끝에 지원을 요청한 이가 진짜 내 친구인지 확인해 보기로 결심하고 다음과 같은 편지를 작성하였다. 영국과 미국에 있어야 할 영어(English)가 한국에 들어와서 오늘 큰 고생을 하고 있는 순간이다.    

=========================
Dear friend!


After receiving your emergency e-mail,
I think I have to help you because you are my dear friend.

But there exist some doubts about the truth of the mail.
You didn't even mention my name,
and the contents are different from what you have usually written before.

Therefore, I think someone stole your e-mail address
and sent urgent mail only for money.

Nowadays, lots of fake or cheating cases are found in our country
and all over the world.

On the other hand, you are one of the dignitaries in your country.
In case of emergency, you can consult the problem at your embassy in Nigeria. and also you could seek support and help from your fellow parliamentarian.  
 
In conclusion, I don't believe that the e-mail sender is not my dear friend David M******.

If you are real hon. M******, Please show me the evidence. Explain where and when we met and made friends.


S LEE
========================


≪친구여, 당신의 긴급요청을 받고 내가 도와주기로 한 것은 당신은 나의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메일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당신은 나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내용도 당신이 지금까지 쓴 편지와는 다소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 당신의 이메일을 도용하여 단지 돈을 목적으로 긴급메일을 보낸 것 같다. 오늘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사기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한편, 당신은 네 나라의 유명인사이다. 긴급사항 발생 시 현지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또 동료 국회의원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사람은 내 친구인 Mr. Smith 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일 당신이 존경하는 Mr. Smith 라면 그렇다는 증거를 보여달라.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만나 친구가 되었는지 설명해 주기 바란다.≫



위와 같은 편지를 작성해 두고 있는데, 또 내가 보낸 메일에 대한 답신의 이메일이 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r Lee, 답신을 보내주어서 고맙다. 나는 당신이 퇴직한 것을 몰랐다. 내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이니 도와 달라. 내가 살길을 찾은 다음에 즉시 갚겠다. 여기 있는 웨스턴 유니온 매니저에게 송금하면 그가 나를 도와 줄 것이다.

Name: Henry ******
Location: Lagos Nigeria
Text Question: God is good
Text Answer: All the Time
AMOUNT$2,500 USD ONLY
MTCN:

Mr. Lee, 당신으로부터 즉시 소식을 듣기 원한다.》



이제 돈을 보내 달라며 돈의 수령인까지 알려왔지만 이번 편지내용은 뭔가 어색하였다. 위에 써 놓은 확인 메일을 보내려고 하는데, 이번에 또 다른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메일을 열어보고 나는 비로소 앞의 송금요청 메일이 사기인 줄을 알게 되었다. 동일한 발신인 명의이지만 내용은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r. Lee,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요? 나는 우리가 지난번 만난 이후로 당신으로부터 소식을 기다리고 있소. 최근까지의 근황을 알려주시오.》



위 메일을 보낸 사람은 진짜 Mr. Smith 이고, 앞의 두 메일은 Mr. Smith의 이메일과 명의를 도용하여 돈을 요구한 엉터리 메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느닷없이 돈을 송금하여 도와주겠다고 했으니 그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확인요청 메일은 보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일요일 산이 갔다가 늦게 귀가하여 메일을 확인해보니 범인으로부터 돈을 보내라는 독촉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r. Lee, 아직도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토요일과 일요일이 연속된 기간이지만 범인은 은행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 것이 상수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회신을 보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은행시스템이 당신이 지정한 사람에게 돈을 송금할 수 없다고 한다. 잃었던 물건을 되찾는 행운을 가지기 바란다. 나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 나는 매우 바쁘고 피곤한 상태다.》        



최근 일어난 일을 정리하여 진짜 David Smith 에게 이메일을 보내려 해도 범인이 중간에서 삭제해 버리면 안되기 때문에 천천히 알려주려고 한다. 사기를 치는 사람도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므로 위 명의를 오래도록 도용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범인이 이메일을 해킹하여 들어가 메일함에 보관되어 있는 주고받은 편지내용을 확인한 다음 이런 사기를 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보안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메일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도 혹시 이런 황당한 국제사기사건을 경험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아찔한 순간이었다. 특히 외국거주 지인(知人)으로부터 황당한 요청이 있을 경우 일단 의심부터 하고 차분히 대처함이 좋을 것이다. 끝.  

           ☞ 스크랩 안내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penn1570)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