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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의 머리뚜껑이 열린 이유



평소 산행을 좋아하는 필자가 지리산 바래봉을 오르고 있는 순간 대학생인 아들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요지는 지난번 캐논 28-135mm 렌즈를 구입한지 얼마 안되어 인터넷을 통해 중고품으로 판매하였는데, 이를 구입한 사람으로부터 정품이 아니라는 연락이 왔다고 하면서 어디서 구입했는지 묻는 전화였다.


나는 그게 왜 정품이 아니냐며 산에서 통화하기 힘드니 저녁에 귀가하여 보자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밤 11시경 귀가하니 아들녀석은 그 문제가 해결은 되었는데, 하루종일 머리에 쥐가 난 일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캐논 28-135mm 렌즈는 사실 내가 구입하였지만 아무래도 광각(廣角)이 부족한 것 같아 아들에게 팔아달라고 요청하였던 것이다. 지난해 10월 판매한 렌즈인데 이제 와서 그런 전화가 오다니 황당한 일이었다.


아들에게 카메라를 구입했다고 전화를 한 사람(A씨)은 다짜고짜로 "당신이 판 카메라를 수리하기 위해 A/S를 맡겼더니 정품이 아니라서 돈을 내라고 한다. 내수용을 정품으로 판매했으니 책임을 져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들은 내가 평소 이용하는 캐논카메라 전문판매점인 LG카메라 공식쇼핑몰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내가 정품을 구입한 것을 알아냈다. 아들은 LG 카메라 A/S센터에 전화를 걸어 왜 정품으로 구매한 카메라를 내수용이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A/S센터 관계자는 정품의 일련번호 등록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가끔 착오가 발생하니 구입사실 확인서를 가지고 오면 일련번호를 변경해서 정품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답변했다.


아들은 대금을 결제한 LG카메라 쇼핑몰에서 카드사용승인내역을 조회하였으나 아무런 정보를 알 수 없었다. BC카드사로 전화를 걸었더니 2007년 4월에 구입하여 1년이 지났으므로 모든 자료가 폐기되어 전화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구매정보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으니 본인이 직접 BC카드 본사로 방문하여 신청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거의 머리뚜껑이 열리기 일보직전이었단다.


그러면 직접 구매자인 내가 BC카드 본사로 가야하므로 아들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는 지난해 대방역에서 물건을 팔 때 정품보증서와 정품 마크가 붙은 케이스를 모두 넘겨주었는데, 왜 이제 와서 정품이 아니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A씨는 "아니 대방역에서 팔았어요? 나는 서초역에서 샀는데요!"라고 말하더란다. 그제야 아들은 전화를 건 A씨가 내 카메라 렌즈를 구입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들은 A씨에게 어떻게 하여 자기에가 전화를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카메라 매매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거래가 성사된 렌즈 중 동일한 기종에 구매가격마저도 같아 아들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A씨는 내수용 렌즈를 정품렌즈로 구입하는 사기를 당했던 것이다. 구입현장에서 정품보증서를 달라고 하니 "나중에 택배로 보내주겠다."라고 하고는 사기꾼은 그 후 매매 사이트에 관련 정보를 모두 지워버렸다고 하였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A씨가 그 매매사이트에 현재까지도 "거래완료"라고 표시된 내용을 보고 아들에게 전화한 것은 자신도 카메라수리비를 약 18만원이나 부담하려니 너무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실수하였다면서 사과하더라는 것이다.


아들녀석은 학교수업을 받으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하였는데 결국 사기를 당한 A씨가 잘못 전화한 것임을 나중에 확인하고는 너무 허탈해 쓴웃음을 지었다고 하였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인터넷 창구를 매개로 하여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매매할 때는 현장에서 모든 서류를 직접 확인해야하며, 미비한 서류를 나중에 주고받도록 약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들녀석도 맨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전화를 건 사람이 진짜 자기로부터 렌즈를 구입한 사람인지 확인하였더라면 이런 홍역은 치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A씨가 너무나 정색을 하고는 내수품을 팔았느냐고 한 말에 그만 홀려버렸던 것이다. 설마 구입하지도 않은 제3자가 이런 터무니없는 전화를 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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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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