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의 암봉
우리나라에는 아미산(峨嵋山)이라는 이름의 산이 여럿 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아미산만 해도 홍천 아미산(961m), 당진 아미산(350m), 보령 아미산(581m), 군위 아미산(737m), 부여 아미산(635m), 순창 아미산(515m) 등입니다. 아미(蛾眉)는 원래 누에나방의 모양처럼 아름다운 미인의 눈썹을 말하는데, 아미산(峨嵋山)의 경우 한자어가 달라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중 보령과 홍천 및 군위의 아미산은 이미 답사했지만 당진과 부여 및 순창 아미산은 미답지여서 오늘은 순창의 아미산을 오르려고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88올림픽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송정굴다리입니다. 24번 국도변에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 들머리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굴다리를 통과하여 김해김씨세장산을 알리는 비석을 보고 안으로 약 100여미터 들어서니 송정굴다리와 아미산정상을 알리는 깨끗한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이 이정표는 굴다리 입구에 서 있어야 정상인데 위치가 잘 못 되었군요.
부드러운 등산로로 이어지던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하더니 조망바위를 지나자 어느 새 아미산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그 옆에 세운 정상표석도 감시초소를 지탱하기 위한 쇠줄로 인해 사진을 망쳤습니다. 그렇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특히 동쪽으로는 가야할 가산의 능선이 기와지붕 같습니다.
아미산 정상
가야할 가산 능선
배미산으로 가는 능선의 고인돌 같은 기암 옆에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모여 있군요. 조금 더 가면 가파른 철계단 구간입니다. 이 암봉에 설치된 철계단이 이곳 아미산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짧은 철계단을 내려서면 다음은 긴 철계단으로 이어집니다. 이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느라고 고생한 분들에 대해 고마움을 전합니다. 여기서는 배미산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가까이 보이는 봉우리를 혹자는 시루봉이라고 표기하네요.
가야할 배미산
철계단을 내려와서 뒤돌아보면 커다란 암봉인 아미산의 진면목을 한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능선을 지나가면서 보니 순창의 시가지가 아스라이 보이는군요. 등산로 옆에 있는 큰 바위에 붙어 있는 신선바위라는 이정표는 좀 과장된 듯 하군요. 배미산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가니 누군가 종이에 배미산이라고 써 붙여 놓았습니다. 배미산 방향이정표를 만들어 두는 정성으로 차리리 배미산 정상 이정표를 세우는 게 나을 듯 합니다. 배미산은 맞은 편 가산에서 보면 이곳은 배의 선미 부분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우리말 배(船)에 꼬리를 뜻하는 미(尾)를 붙인 게 다소 어색합니다. 차라리 한자어로 "선미산(船尾山)"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순수한 우리말로 "배꼬리산"이라고 부르는 게 좋을 듯 하네요. 이 산도 원래 이름이 없던 것을 누군가 자의적으로 붙인 듯 합니다.
순창시가지
신선바위
이정표
배미산 정상
다시 긴 철계단을 내려서면 삼거리 갈림길입니다. 그냥 하산하려면 풍산방향으로 가야하지만 가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순창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좌측으로 가다가 내려서면 쉼터입니다. 도로가 통과하는 굴다리 위를 지나 민가가 보이는 곳이 모토고개라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습니다. 집집마다 쌓아둔 장작더미가 담장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고개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섭니다. 대나무 군락지를 지나자 잡목이 많은 길은 점점 희미해지는데 그래도 선두가 좌측의 숲 속으로 용케 길을 잘 안내해 큰 바위 옆 모토고개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납니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오릅니다.
철계단 뒤로 보이는 가산
삼거리 갈림길
전망대에 서니 지나온 아미산과 배미산의 이어진 능선이 정말 배의 모양 같습니다. 아미산은 선수(船首), 배미산은 선미(船尾)처럼 보입니다. 이곳 능선에서는 순창시가지가 더욱 가까이 보이는군요. 그런데 조금 더 가니 뜬금없게도 배미산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다만 누군가 사인펜으로 배미산이 아니라 가산이라고 적어 놓았고, 뒷면에 가산(421m)라고 표기해 두었습니다. 순창군청과 지역산악회에서는 정확한 산 이름을 정해 이정표를 만들기 바랍니다.
지나온 아미산(중앙)과 배미산(좌) 능선
좌측아래 굴다리가 모토고개(?)
순창시가지
잘못된 이정표
이정표 뒷면
가산에서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양쪽 산비탈의 나무가 모두 제거되고 산은 벌거숭이가 된 모습입니다. 과수원을 조성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소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이정표가 적절한 장소에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한참을 더 내려오니 개들이 짖기 시작합니다. 백아 한우농정을 지나니 정자 탄금정입니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아미산 철계단 구간이었는데, 배미산과 가산의 정상 이정표가 부정확하여 헷갈렸으며, 배미산에서 가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의 정비가 안 되어 길을 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반드시 경험있는 전문가의 안내가 필요함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파헤쳐진 산비탈
읽기 힘든 이정표
한우농장
탄금정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3월 3일 (토)
▲ 등산 코스 : 송정굴다리-아미산-철계단-신선바위-배미산-삼거리 갈림길-모토고개-가산-탄금정
▲ 산행 시간 : 3시간 30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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