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산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산의 위용
비계산 능선에서 바라본 우두산-장군봉 능선
경남 거창군 가조면과 합천군 가야면 경계선상에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 비계산(飛鷄山, 1,130m))은 산세가 마치 닭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것처럼 보여 이름 붙여진 산입니다. 정상 부근에 암봉과 암벽이 많고, 정상부 암릉코스 위험지역엔 구름다리 철계단 있습니다. 북쪽에 위치한 국립공원 가야산 명성에 가려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88올림픽고속도로도 개통 이후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지맥 이어 타기의 수도지맥 중 일부구간에 속해있는 산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88올림픽고속도로 상의 거창휴게소입니다. 그런데 선두가 길을 잘 못 들었습니다. 등산안내도에서 좌측의 길을 따라 능선으로 올랐으면 잘 조성된 길로 돌탑봉에 도착하였을 텐데 우측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큰 낭패를 본 것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며 산행개념도를 확인해보니 우측으로 갈 경우 한참을 가서 다른 등산안내도 지점에서 좌측으로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민가를 지나 과거 나무꾼이 다녔을 법한 희미한 길을 찾아 안으로 들어서니 결국 길이 끊기고 만 것입니다. 엄청나게 가파른 길 없는 길을 겨우 오르니 비로소 오르막 능선길과 만났고 그 후 돌탑봉 동쪽으로 400m 거리의 능선을 만난 것입니다. 원래는 비계산 동쪽의 능선삼거리에서 서쪽의 비계산을 오르도록 계획되어 있었지만 그만 알바를 하는 바람에 시간계획상 큰 차질리 빚어지게 된 것입니다.
거창휴게소
등산 안내도
민가
잘 못 찾은 등산로
능선 이정표
여기서 비계산까지의 거리는 1.1km입니다. 동쪽으로 비계산의 암릉능선이 잘 보입니다. 300m를 진행하면 서쪽의 우두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삼거리(1,106봉)입니다. 능선삼거리에서 남북으로 시원하게 터진 조망을 즐기며 비계산으로 향합니다. 구름다리를 지나 가파른 길을 오르면 거창군에서 세운 거대한 정상표석(1,130m)이 반겨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동쪽으로 조금 더가면 합천군에서 세운 정성표석(1,126m)이 우뚝한데 조망은 이곳이 더욱 환상적입니다.
주능선 이정표
남쪽의 오도산
비계산 정상의 암봉
거창군의 비계산 정상표석
합천군의 비계산 정상표석
북쪽으로는 남산제일봉과 단지봉 너머 국립공원 가야산 줄기가 하늘벽을 형성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두무산을 비롯해 오도산 및 미녀봉 등 고봉들이 잘 보입니다. 두무산 북쪽사면에는 에델스코트 골프장이 유난히도 눈에 잘 뜨입니다. 비계산 정상에 오르니 산악회 후미대장이 먼저 올라 있습니다. 선두와 중간그룹이 길을 잘못 들어 험한 길을 헤매는 사이에 후미대장은 원래 계획된 코스대로 고생하지 않고 올랐던 것입니다. 차라리 후미로 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탄해 보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입니다.
죽전저수지 뒤로 보이는 남산제일봉과 가야산
남쪽의 에델스코트 골프장 뒤로 두무산과 그 우측의 오두산
미녀봉 옆 드넓은 가조평야
이제 다시 서쪽의 우두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나온 능선삼거리를 다시 통과합니다. 등산을 하면서 왔던 길을 다시 지나가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습니다. 헬기장을 지나자 서쪽에는 남북으로 이어진 우두산∼장군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까 비계산 정상에 이어 이곳의 조망도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입니다. 비계산 정상은 이미 저만큼 멀어져 있습니다.
가야할 능선
헬기장
서쪽의 우두산-장군봉 능선
북쪽 가야산 줄기
지나온 비계산
여기서부터는 내리막이지만 길이 험하지는 않습니다. 한참을 내려 왔는데 앞서 가던 등산객이 카메라를 분실했다며 보지 못했는지 묻습니다. 허리춤에 매단 카메라가방이 반쯤 열려 있습니다. 불과 몇 십 미터 간격을 두고 그의 뒤에 내가 따라 갔지만 카메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까 위쪽 조망터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으니 내리막에서 분실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카메라를 찾으려 다시 올랐지만 실제로 카메라를 찾을지는 미지수였습니다. 땅에 떨어진 카메라가 굴러서 옆으로 숨어 버렸다면 찾을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산한 후 주차장에서 만난 그는 카메라를 찾았다는 것입니다.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카메라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조망대에서 사진을 찍고는 카메라를 허리춤의 카메라가방 대신 배낭의 위쪽 주머니에 넣어두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당황하게 되면 이런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옛말에 아이를 업고 아이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실제 6.25동란으로 피난을 가던 어머니가 나를 품에 안고서 애 잃어버렸다고 울며불며 난리를 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부여대하며 피난을 가던 중 아버지가 땅에 깔린 전선줄을 밝고 지나가자 유엔군이 다가와 조심하라며 몽둥이로 아버지 등을 내려치는 바람에 어머니가 혼비백산하였기 때문이랍니다.
헬기장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어가자 삼거리 갈림길인 마장재입니다. 준족들은 여기서 우두산 정상(2km 거리)까지 오르겠지만 알바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그냥 좌측의 고견사 주차장으로 하산합니다. 인근에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군요. 주차장에 도착하니 등산 버스가 보입니다. 5시간 정도 걸었지만 길 없는 길을 걸은 탓에 평소보다 더욱 피로합니다. 어쨌든 비계산 능선에서 바라본 거침없는 조망은 오랜 기간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진달래 뒤로 보이는 의상봉(우측 암봉)
마장재 이정표
마장재에서 바라본 장군봉
진달래
고견사 주차장 이정표
주차장에서 본 암릉
각시붓꽃
큰 구슬봉이
개별꽃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4월 28일 (토)
▲ 등산 코스 : 거창휴게소-돌탑봉동쪽 능선삼거리-우두산능선 삼거리-철제 구름다리-비계산정상-우두산 능선삼거리
-우두산 조망대-헬기장-마장재-고견사 주차장
▲ 소요 시간 : 5시간 10분(알바하느라 1시간 이상 지체)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좌측 붉은 네모의 길은 잘 못잡은 등산로, 우측 붉은 네모 길을 따라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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