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진달래의 계절입니다, 이미 남쪽의 진달래는 끝물이겠지요. 그러나 금년은 늦추위로 인해 개화시기가 늦어져 수도권진달래 명산 1번지인 강화도 고려산의 진달래가 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5월 1일 아침 9시 30분경 서울에서 강화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5호선 송정역(1번출구)으로 가니 3000번 직행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버스 한 대를 보내고 그냥 귀가하려고 하다가 이날이 지나면 진달래가 질 것만 같아서 한참 기다리다가 겨우 3000번 버스에 올랐습니다. 88번 버스도 강화터미널로 가지만 완행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여 직행을 탄 것입니다. 물론 서서 가야했지요.
그런데 강화로 가는 길이 더디기만 합니다. 그만 고생문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오늘이 근로자의 날(구 노동절) 임을 간과한 탓입니다. 서울의 차량이 전부 강화로 가는 듯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김포대 학생들이 시험시간에 늦는다고 발을 동동 굴리지만 버스에 날개가 없어 빨리 갈 수가 없습니다. 평소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인데 2시간이 지나 거의 정오가 되어서야 강화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고려산을 오르는 방법은 여럿 있습니다. 서쪽의 미꾸지고개, 남쪽의 적석사, 북쪽의 백련사, 동쪽의 청련사 등입니다. 어디로 가든 군내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도로가 복잡하므로 청련사 방향으로 걸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지만 차도를 따라 가면 너무 싱거워 앞에 보이는 남산을 경유하여 가기로 작심합니다. 터미널에서 빤히 보이는 성곽길을 찾아 오르니 남산 정상(223m)에는 강화산정 남장대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남산의 강화산성 남장대
남장대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마침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단의 등산객에게 어느 방향으로 가야 청련사로 가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북쪽으로 성곽을 따라 가다가 서문을 만나면 좌측으로 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길은 자꾸만 동쪽 방향으로 꾸부러지더니 강화군문화원으로 이어집니다. 강화고교 옆을 통과하니 강화나들길 제5구간과 만나 국화저수지 옆으로 조성된 길로 연결됩니다.
북쪽 성곽으로 하산
길섶의 전원주택
국화저수지
시간은 이미 오후 1시 반이 지나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먹고 있는데 한 남성이 오더니 청련사 입구에 버스 주차할 곳이 없어 호수 옆까지 내려와 겨우 버스를 세웠다고 합니다. 그는 경기도 이천에서 등산객을 태우고 온 운전기사였는데, 하도 도로가 막혀 강화대교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남쪽 초지대교를 이용해 청련사로 와서 그래도 비교적 빨리 도착한 편이랍니다. 강화도에서 이토록 차량이 밀리는 것은 처음 보았답니다.
국화저수지 끝에 청련사로 가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지나온 길보다는 오히려 남장대 정상에서 서쪽의 능선을 따라 갔더라면 좀더 빨리 이곳에 도착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거의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인데도 청련사로 오가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비구니 사찰인 청련사를 둘러보고는 고려산으로 오릅니다. 처음 오는 어린이들은 왜 진달래가 보이지 않느냐고 안달이지만 진달래는 고려산 북서쪽 능선에 군락을 이루어 있기에 한참을 더 가야 합니다.
청련사
고려산 정상(436m)은 군사시설물이 차지하고 있어 우회하면 백련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진달래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진달래 군락지를 바라보니 아쉽게도 불타는 듯한 모습이 아니어서 다소 실망입니다. 절정기가 2-3일 지난 듯 했습니다. 그렇지만 5월의 문을 여는 첫날, 고려산의 명품 진달래를 감상하려는 인파는 등산로 데크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간혹 절정의 진달래도 남아 있어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면 전망데크가 두 군 데 보입니다. 북서쪽으로는 별립산(390m)과 봉천산(291m), 남쪽으로는 혈구산(466m)이 잘 보입니다. 두 군데의 전망데크를 유유자적하게 오가며 진달래를 감상하다가 가운데 데크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원래 백련사로 하산하기 위해서는 정상의 북쪽을 이용해야 하지만 다시 정상으로 오르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이름 모를 자그만 저수지입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모습도 보입니다.
남쪽의 혈구산
고려산 이정표
뒤에 보이는 봉천산
여기서 삼거리 소동 경노당을 지나 마침 도착한 33번 군내버스에 오릅니다. 삼거리는 그냥 세 지점이 만나는 곳이 아니라 고유명사로 행정구역의 이름입니다. 버스에 앉을 좌석이 있어 자리를 잡았는데, 두 정거장 다음인 백련사 입구 정류소에는 구름 떼처럼 승객이 밀려 버스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1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렸다고 아우성들입니다. 버스운전기사도 이렇게 차량이 밀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좌석을 차지한 필자도 미안할 지경입니다.
이 때 목소리가 큰 한 노인이 목청을 높이며 강화군(문화관광과) 공무원을 성토하기 시작합니다. 진달래 축제(2012. 4. 20∼5. 4)를 개최한다고 전국적으로 광고했으면 오늘 같은 날 대중교통소통이 원활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고, 임시차량이라도 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강화대교 같은 곳에서 교통을 통제해 자가용차량이 무한대로 진입하여 주차장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IT강국인 우리나라가 강화대교 진입로에 자동차 진입대수를 표기해 운전자 스스로가 무리하게 들어오지 못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용돈을 챙겼지만 그래도 일은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공무원을 싸잡아 비난하였고 승객들은 이에 맞장구를 쳤습니다.
사실 예비버스를 동원하여 차량운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하면서도 강화대교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이 사람은 다른 지방의 사례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딸기축제를 한다는 어느 지방을 방문했는데 딸기는 구경도 못했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원래 계획된 딸기축제는 4.10 총선전이라 선관위로부터 행사를 못한다는 판정을 받아 행사를 뒤로 연기하였기 때문이랍니다. 그는 그러면 행사를 취소해야지 딸기 없는 딸기축제가 말이 되느냐며 행정당국을 나무랍니다. 사실 선관위 해석도 문제입니다. 연례계획으로 예정된 축제는 선거와 관련 없이 개최하는 게 정상이라고 보여지거든요.
가다 서다를 반복한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해 다시 서울행 3000번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버스의 속도는 아침보다 오히려 느린 듯 합니다. 절정기를 지나기 전에 고려산 진달래를 보려고 나선 나들이는 길바닥에서 허비한 시간으로 녹초가 되었습니다. 이미 고려산을 네 차례 다녀왔기에 앞으로 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5월 1일 (화)
▲ 등산 코스 : 강화터미널-남산 남장대-강화군 문회원-국화저수지-청련사입구-청련사-고려산-진달래군락지
-북쪽계곡-저수지-삼거리 경노당-버스정류소
▲ 소요 시간 :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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