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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듯 진달래가 지고 바야흐로 철쭉의 계절입니다. 전라도에는 이름난 철쭉명산이 많습니다. 전북남원의 봉화산과 바래봉, 전남 보성의 사자산과 제암산 및 일림산 그리고 초암산이 바로 그렇습니다. 다른 곳은 모두 답사했지만 초암산은 가보지 못해 안내산악회를 따라 길을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남도의 끝 보성까지 가는 길은 장시간이 소요되는 먼길입니다. 과거에는 당일치기 산행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지금은 사통팔달로 연결된 도로덕분에 이게 가능해 졌습니다. 그래도 이른 아침 서울을 떠나야 하므로 새벽 4시 반경 일어나 지하철 첫차를 타야 하니 부지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울 잠실역을 떠난 버스가 5시간만에 초암산 남쪽 수암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등산객들을 싣고 온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더군요.

 수남 주차장
 


주차장에서 초암산 정상까지 2.1km 구간은 매우 평이한 등산로입니다. 일기예보에서 낮 최고기온이 섭씨 23도라고 하였음에도 한여름처럼 땀이 쏟아지는 무더운 날입니다. 그렇지만 바람이 불어오면 정말 시원합니다. 바람은 식물의 생장은 물론 더위를 식히는 데도 꼭 필요한 자연의 선물이로군요. 정상까지 가면서 간혹 철쭉을 보기는 하였지만 이미 꽃이 진 상태라 이상하게 생각하였습니다. 드디어 철쭉이 펼쳐지는 정상의 평원입니다. 화사한 철쭉이 드넓은 지역을 철쭉의 바다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아쉽게도 이미 절정기가 며칠 지난 듯 했습니다. 금년은 이상 고온현상으로 인해 봄꽃들도 더위를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이곳 철쭉도 제대로 피기도 전에 꽃이 짓물러버린 듯 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화려함은 덜 했지만 그래도 이런 철쭉의 장관을 볼 수 있음은 행운입니다. 안내산악회에서는 주로 1-2개월 전에 산행대상지를 결정하여 홍보하면서 모객을 하기 때문에 계절의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개화시기를 정확히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전형적인 육산임에도 초암산(576m) 정상부에는 기이한 암군이 놓여 있는 것도 정말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절정기라면 사진으로 볼 경우 붉게 타오르는 듯한 모습이겠지만 그러지 못해 유감입니다. 초암산 철쭉은 정상의 동쪽에 제일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여기서 철쭉봉을 거쳐 광대코재에 이르는 길목에도 산발적으로 보여집니다. 등산로도 매우 부드럽습니다. 능선에서 남쪽의 주월산(557m)과 방장산(536m)도, 또 북쪽의 존재산(704m)잘 보입니다. 철쭉봉(605m)의 북쪽지역도 철쭉 군락지입니다. 철쭉을 즐기며 쉬엄쉬엄 걸어가니 광대코재입니다. 이곳에 서면 비로소 보성 앞 바다가 보입니다.


 


 


 


 


 


 


 

 가야할 광대코지

 남쪽의 주월산


 


 

 광대코지에서 바라본 여수 앞 바다 
 

광대코재에서 무남이재까지는 평범한 하산구간입니다. 철쭉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신기합니다. 다만 숲 속은 녹음이 짙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이제 무남이재에서 수남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할 차례입니다. 차도 양쪽으로 수목이 우거진 길을 지나니 사방사업을 끝낸 공사구간이 보입니다. 바로 옆에는 최근 개통된 남해고속도로 순천-영암선이 달리고 있는데, 우리는 구(舊)도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구도로에는 이를 보수하려는 작업차량(중장비)들이 먼지를 날리고 있어 걸어가기가 불편하지만 통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속도로 교각 밑을 지나 쇠똥냄새가 코를 찌르는 젖소농장을 뒤로 하니 드디어 주차장입니다. 차도를 따라 약 50분을 걷느라고 진이 다 빠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오늘 초암산에 와서 4시간 동안 산행을 하면서 멋진 철쭉을 본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세면장으로 가서 땀을 씻으니 피로가 가십니다. 하산예정시간까지는 약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망중한을 즐깁니다.


 


 


 


 


 

 

그런데 그만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등산객 중 한 명(가명 A씨)이 무남이재에서 바로 하산하지 아니하고 홀로 주월산에 올랐다가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아 중간에 탈출중인데 길을 잃어 정해진 시간 안에 올 수 없으니 산악회장 앞으로 먼저 떠나라고 연락이 왔다는 것입니다. 산악회장은 아무리 그래도 오늘 같은 식구가 된 1명을 두고 갈 수 없다며 등산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산악회 입장에서는 만일 그에게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물론 일부 산악회는 지정된 시각 안에 사람들이 내려오지 않으면 무조건 버스가 떠난다고 하지만 이런 산악회는 정말 무책임합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등산객들 중 일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자신의 체력을 감안하지 아니하고 개별행동을 한 그를 40명이 넘는 인원이 기다릴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벌교로 이동하여 식사도 해야 하고, 귀경한 후 대중교통편을 이용하여 귀가하려면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식당으로 가고 산악회 임원이 A씨를 기다렸다가 그를 식당으로 데리고 오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하지요. 다만 이미 버스운전기사가 승용차를 빌려 타고 A씨를 찾아 나서 이 제안도 소용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베테랑 노인입니다. 그는 수 십 년 간 등산을 하였지만 회원을 무시하는 산악회의 이런 황당한 처신은 처음 본다고 비난한 것입니다. 더욱이 개별행동을 한 등산객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며 욕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이 노인을 말리기는 했지만 글쓴이가 보기에 곤궁에 처한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으로 나이를 헛 먹은 듯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예정된 시각보다 1시간 늦게 그가 돌아왔습니다. 길 없는 길을 찾느라고 넘어진 듯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산악회와 등산객들은 그의 무사귀환(?)에 안도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A씨는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며 전원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했습니다. 다행히 운전기사의 노력 덕택에 11시 이전 서울에 도착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번 돌발사건으로 인간을 존중할 줄 아는 산악회의 책임감도 보았고, 등산전문가로 자처하면서 다른 사람을 어려움을 무시하는 엉터리도 목격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게 과연 무엇일까요? 이 사건에서 우리가 배운 교훈은 단체활동에서 개별행동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의 목숨은 소중하다는 진리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5월 8일 (화)
▲ 등산 코스 : 수남주차장-초암산-철쭉봉-광대코재-무남이재-차도-고속도로밑-축산농장-수남주차장 
▲ 소요 시간 : 4시간
▲ 등산 안내 : N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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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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