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산 조망대에서 바라본 정선과 조양강
민둔산(974m)과 비봉산(828m)은 정선읍의 북쪽 능선에 위치한 미지의 산입니다. 민둔산은 동일한 행정구역인 정선에 위치하고 있지만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1,119m)과는 다른 산입니다. 민둔산을 설명하면서 큰 나무가 없는 민둥산의 전설을 인용하는 것은 이를 오해한 탓이지요. 정선읍의 바로 북쪽에 소재한 비봉산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만 민둔산의 경우 산행들머리에서부터 이정표도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길도 희미하여 찾기가 매우 어려워 알바하기가 십상인 오지의 산입니다.
산행들머리는 42번과 59번 국도가 동시에 지나가는 민둔산 북동쪽의 야미마을입니다. 인터넷으로 민둔산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산행들머리로 소개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철길을 건너 외딴 민가 옆으로 조성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섭니다. 우측으로 구부러져 다시 좌측으로 조금 가면 다리를 건너 정자가 보이는데 정자에서 우측의 큰길을 따라 걷습니다. 폐가처럼 보이는 가옥 옆으로 가다가 동네주민으로 보이는 어른에게 민둔산가는 길과 할미골을 물었지만 금시초문인 듯 묵묵부답입니다.
야미마을 버스정류소
철길
옥수수 밭 사이로
정자
진행방향
임도
선험자의 등산개념도에는 할미골을 따라 오르면 민둔재(아랫재)가 나오고 여기서 능선을 따라 남하하면 민둔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는데, 현지 주민도 모르니 어째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임도를 따라 안으로 가다가 좌측의 매우 희미한 길을 선택해 숲 속으로 들어섰는데 이때부터 그만 고생문이 열리고 말았습니다. 이곳에서 좌측의 숲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거나 아니면 정자로 오지말고 계곡을 따라 계속 직진해 우측으로 방향을 꺾어갔으면 어느 정도 비슷한 곳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미 숲 속으로 들어왔으니 뒤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선두그룹이 남긴 발자취를 추적하며 힘들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렵게 산의 능선에 올랐지만 길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산의 능선에는 희미한 길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예외인 듯 합니다. 계속하여 길 없는 길을 헤매며 밑으로 빠졌다가 다시 맞은 편의 능선을 향해 오릅니다. 낙엽송이 울창한 숲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오른 다음에야 비로소 제법 선명한 능선길을 만났습니다. 아마도 이 길이 북쪽의 민둔재에서 남하하는 길인 듯 했습니다.
길 없는 길
술 속에서 길 없는 길을 1시간 이상 헤매다가 바른 길을 만났으니 구세주를 만난 게 이런 기분일까요?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삼각점이 보이는데 그 안내문 뒤에 누군가 민둔산 (974m)라고 표기해 놓았습니다. 처음부터 정상표석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아무것도 없으니 매우 허탈합니다. 정상주변은 잡풀이 무성하군요. 아무런 조망도 할 수 없는 이런 산을 오르느라고 실컷 고생만 했나 봅니다.
민둔산 정상
정상의 숲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민둥산 남쪽의 급경사 하산로가 매우 위험천만하다는 것입니다. 로프라도 하나 걸려있었으면 좋으련만 아무런 안전시설 하나 없으니 모두들 엉금엉금 길 정도로 어려운 코스입니다. 주변에 나무라도 있으면 잡을 수 있으련만 이 마저도 없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하산하고 보니 이곳에서 미끄러져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발을 다친 등산객도 목격했습니다. 관할 행정기관이나 지역산악회에서 민둥산 정상표석을 설치하고 이곳에 로프라고 걸어 두기를 기대합니다.
여기서부터 송전철탑을 지나 비봉산까지 가는 길은 등산로도 분명하고 길도 매우 안전합니다. 호젓한 숲길을 걷노라니 어느 듯 제일 높은 봉우리에 도착합니다. 삼각점만 보이는 이곳이 비봉산(828m) 정상입니다. 서둘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로군요. 이곳도 역시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천남성
비봉산 정상
이제부터는 하산길입니다. 노송군락지에는 의자가 놓여 있는 쉼터가 있습니다. 고도를 점점 낮추자 드디어 남쪽으로 조망터가 나타났습니다.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만난 전망대입니다. 이곳에서는 반원형태의 정선읍내와 구비치는 조양강 너머로 조양산(645m)과 기우산(870m)이 우뚝하고 그 오른쪽으로 스카이 워크(sky walk)가 설치되어 한반도지형을 볼 수 있다는 병방산(861m)이 보입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가슴이 확 트이는 멋진 조망에 오늘 하루 산행을 하며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풀리는 기분입니다.
조양산(좌측)과 병방산(중앙)
기우산(중앙 뾰족한 산)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니 산불감시초소와 비봉쉼터라는 정자가 있는 제2의 전망대입니다. 여기서는 위 조망대에서 보지 못한 곳도 볼 수 있습니다. 정자의 꼭대기에 새겨진 봉(鳳)자가 비봉산의 정자임을 말해 주는군요. 이곳에서 내려서는 길은 매우 가파르지만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체육공원을 지나 정선아리랑 비석을 뒤로하고 노송군락지 사이를 내려오니 비봉산 삼림욕장 조성사업이 한창입니다.
비봉쉼터
정선아리랑 비석
여기서 좌측 길을 따라가면 정선제2교에 이르고 우측으로 한참을 가면 정선5일장 주차장입니다. 5일장 주차장이라고 하여 도심에 있는 게 아니라 강변의 아라리공원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있으므로 혼돈해서는 아니 됩니다. 오늘 4시간 반 동안 산행을 하며 길 없는 길을 걸었지만 비봉산 조망대에서 정선읍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앞으로 민둔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전문가의 안내를 받아 산행들머리에서 민둔재까지 길을 잘 찾도록 하고, 안전한 산행을 위해 민둔산 남쪽 급경사지대에는 로프를 지참하여 걸어두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6월 9일 (토)
▲ 등산 코스 : 야미버스정류소-민둔재(?)-민둔산-송전철탑-비봉산-조망대-팔각정-체육공원-등산로입구-5일장주차장
▲ 등산 시간 : 4시간 30분
▲ 산행 안내 : 월산악회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웰컴투 동막골 촬영장이 있는 평창 성안산 (13) | 2012.07.06 |
---|---|
괴산에 숨은 오지의 산인 아가봉과 옥녀봉 (11) | 2012.07.02 |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지는 포천 각흘산 (27) | 2012.06.28 |
포천 각흘산 정상의 동물형상의 신기한 고사목 (14) | 2012.06.27 |
용담호 주변의 부드러운 육산인 대덕산(고산) (9) | 2012.06.21 |
녹색의 대초원이 펼쳐지는 소백산 비로봉·국망봉 (13) | 2012.06.11 |
전남에서 네 번째로 높은 화순·순천의 모후산 (10) | 2012.06.05 |
약초가 많다는 부드러운 육산인 영천 채약산 (12) | 2012.05.29 |
가은산과 둥지봉에서 바라본 충주호의 황홀경 (27) | 2012.05.24 |
쌍계사와 운림산방을 품고 있는 진도 첨찰산 (14) | 2012.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