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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산정의 봉수대 및 북한산 능선 




지난밤 런던올림픽 중계방송과 열대야로 인해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한 채 아침에 눈을 뜨니 하늘이 매우 청명하고 깨끗합니다.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떠 있는 모습이 흡사 가을 날씨 같습니다. 그동안 아침마다 희뿌연 안개로 시야가 흐렸는데 이런 날씨를 보니 그냥 집에 틀어박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봉산능선숲길과 황금사찰로 이름난 수국사를 이어주는 코스를 탐방할 계획입니다. 봉산(烽山 208m)은 서울 은평구 구산동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및 향동동과의 경계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으로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서울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 역 5번 출구로 나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 가면 우측에 부동산1번지와 현대화할인마트가 있는데 다시 횡단보도를 지나 그 사잇길로 들어섭니다. 약 100미터 정도 걸어가다가 미용실 인근에 Y자형 갈림길인데 왼쪽으로 진입하면 큰 변전소입니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세워 변전소 담장을 따라가면 바로 봉산 숲길이 시작됩니다.  

 현대화할인마트와 부동산1번지

 변전소 



숲길에 진입하자마자 또 Y자형 갈림길입니다. 오르막 방향의 길인 좌측대신 측면으로 도는 우측 길을 선택합니다. 조금 가니 디지털미디어시티의 고층건물들이 보이는데, 인근 나무 밑에는 현지주민들이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계속 옆으로 돌아가면 아파트 옆 오르막 계단으로 이어집니다. 숲길을 가노라니 정자가 보이는데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인상적입니다. 봉산도시자연공원 자연관찰로라는 안내문에는 맥문동과 작약 등 무려 18종류의 식물의 이름을 적어 놓았지만 식물에 까막눈이라 겨우 몇 가지의 야생화만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봉산 오름 길

                                                                            정자와 소나무


 

사양정(思陽亭)이라는 현판이 붙은 정자를 지나자 여름의 꽃 배롱나무(백일홍나무)가 화사하게 피어 있어 길손을 미소짓게 만듭니다. 수색배수지를 지나 목재계단을 오르면 송전철탑과 운동시설이 있는 조망명소입니다. 이곳에서는 여의도지역의 고층빌딩과 멀리 관악산까지 잘 보입니다. 다만 북한산능선은 나무숲으로 가려져 선명하지 못합니다.

 배롱나무

 조망대 오르는 길

 도심 뒤로 보이는 관악산(중앙)

 양천구 목동 방면 조망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군데군데 갈림길이 많이 나오지만 수국사 이정표를 따르면 됩니다. 그리고 능선의 지형을 잘 살펴 옆으로 빠지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제일 큰길을 따르는 게 정답입니다. 기온은 높지만 능선에 서면 남쪽의 태풍영향인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히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사향정(思香亭)이라는 고운 이름의 정자를 지나가면서 도로변에 핀 말나리, 해바라기, 배롱나무, 루드베키아, 쑥부쟁이, 왕원추리, 비비추, 누리장나무 같은 야생화를 만납니다.

 아늑한 숲길

위에서부터 좌에서 우로 말나리, 해바라기, 배롱나무, 루드베키아, 쑥부쟁이, 왕원추리, 비비추, 누리장나무



운동기구가 있는 잔디광장을 지나 안부로 내려섰는데, 맞은편 오르막으로는 이정표가 없습니다. 그러나 봉산능선은 거의 남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침목계단을 오릅니다. 이번에 나타난 정자의 이름은 고은정(高恩亭)입니다. 이름이 정말 곱습니다. 이름을 붙인 사람들의 정서도 매우 서정적인 듯 합니다. 가끔 조망이 트이다가 서오능로(봉산주능선) 이정표를 따라가니 드디어 봉수대가 위치한 봉산의 봉산정입니다.

 잔디광장

 

이곳 봉산은 원래 봉령산(鳳嶺山)이라고도 불렸는데, 이 산의 정상에서 좌우로 뻗은 산줄기가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평화롭게 앉아있는 형상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곳 봉수대 자리는 1919년 3.1운동 당시 마을주민들이 횃불을 들고 만세시위를 벌였으며, 무지개가 자주 나타난 명소라고 했습니다. 은평구에서는 지난해 이곳을 해맞이공원으로 조성하면서 팔각정(봉산정)을 짓고 봉수대를 복원하였습니다.

 봉산정



이곳은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터지는 명소입니다. 북한산 정상으로부터 가로로 보이는 능선은 암산인 북한산의 위용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반대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강의 방화대교와 월드컵 하늘공원 및 노을공원도 보입니다.

 북한산의 위용 



봉산정을 뒤로하고 계속 앞으로 진행합니다. 우측 산기슭 어딘가에 수국사가 있을 것이지만 이정표가 없기에 옆으로 빠지지 아니하고 그냥 앞쪽으로만 걸어갑니다. 약간 우측으로 구부러지던 길은 드디어 서오능로에 도착합니다. 방문객을 환영하는 고양시의 대형환영간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도로에서 우측으로 차도로 따라 걸어가면 수국사 100m라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고양시 환영문

 수국사 이정표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뻔쩍뻔쩍 빛나는 황금사찰 수국사가 길손을 압도합니다. 수국사는 조선 1459년(세조 5년) 세조의 장남인 의경세자가 20세의 나이로 요절하자 그의 극락왕생을 빌고자 세운 사찰이었습니다. 원래는 정인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으나 화재와 전란을 겪으면서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고 1900년 현재의 자리인 구산동으로 옮겨지었습니다. 그 후 6.25전쟁 등으로 건물들이 대부분 소실돼 주지스님들의 주도로 지속적인 중창이 이루어지다가 1992년 한자용 스님이 회주로 부임하면서 수국사 중흥을 내걸고 한국을 대표하는 황금사원으로 만들기 위해 형형색색의 단청 대신 황금으로 단청을 했답니다.

 

 


수국사를 돌아보고는 다시 서오능로로 나와 구산역으로 갑니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약 15분간 걸어갑니다. 봉산능선숲길에서는 상당히 시원한 바람을 만났지만 시내로 들어오니 내리쬐는 태양열이 따갑습니다. 오늘 걸은 코스는 봉산숲길과 수국사를 경유하는 참 좋은 나들이 길이었습니다. 도심에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음은 큰 축복입니다.


《걷기 개요》

▲ 일자 : 2012년 8월 3일 (금)
▲ 코스 : 디지털미디어시티 역-부동산 1번지-변전소-봉산숲길진입-사양정-조망명소(수색배수지)-사향정
             -고은정-봉산정(봉수대)-서오능로-수국사-구산역

▲ 거리 : 약 8km
▲ 시간 : 3시간 10분 (수국사 관람시간 20분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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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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