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산 정상의 서쪽조망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소재 소리산(小理山, 479m)은 강원도 홍천군과 접경을 이루는 오지의 산입니다. 산 절벽 바위에 수리가 서식하여 수리산으로 부르다가 소리산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해발고도가 479m에 불과하지만 정상부의 서쪽 석산계곡 방면은 수직절벽으로 되어 있어 매우 가파릅니다. 소리산은 주변의 산에 비해 큰산은 아니지만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과 기암괴석, 맑은 계곡이 어울려 예로부터 산음리 소금강이라 일컬어질 만큼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명성천과 산음천(석산계곡) 그리고 용소골은 여름철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산행들머리는 소리산 북동쪽 494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석산교입니다. 인근 산아래 늘어선 펜션과 명성천의 피서객들이 어우러져 범상치 않은 풍광을 선사합니다. 남쪽의 소향산장 방면으로 들어섭니다. 이정표를 보니 소리산 정상을 거쳐 남쪽 소리산 소금강까지는 거리가 3.4km에 불과하군요. 등산로는 유감스럽게도 완만한 임도로 이어지는데, 바깥기온이 워낙 높다보니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꼬불꼬불한 임도를 지나 드디어 임도의 끝에 도착하니 소리산 등산 안내지도가 보입니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540m에 불과하군요.
석산교 인근의 펜션
명성천
꿀벌통
임도
임도끝 이정표
이제부터는 숲 속이라 태양열은 피할 수 있지만 가파른 오르막에 다리가 뻐근해 집니다. 소리산 정상에 서니 서쪽과 남쪽으로 펼쳐지는 시원하고 멋진 조망에 지금까지 땀을 흘리며 오르느라고 낸 짜증이 눈이 녹듯 사라집니다. 남쪽의 태풍소식 영향 때문인지 시계(視界)도 맑아 먼 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잘 보입니다. 특히 서남쪽의 봉미산과 그 아래로 용문산의 정상부도 살짝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늘 같은 산행은 급히 서둘 이유가 없기에 정상에서 빼어난 조망을 즐기며 한참동안 쉬었습니다. 암봉 위에 서서 파란 하늘과 흰 뭉게구름을 친구 삼아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였습니다.
소리산 정상
봉미산(중앙) 뒤로 보이는 용문산(좌측 맨 뒤)
서쪽의 조망
끝없는 산세를 바라보는 필자
일단 정상에 올랐으면 내려가야 하기에 정상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정상을 내려서는 길은 잠시동안 가팔랐지만 곧 부드러운 능선으로 변했습니다. 그렇지만 능선의 우측으로 수직절벽이어서 매우 위험합니다. 실제로 소리산 정상에서 북쪽의 등산로 및 서쪽 범바위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안전사고 다발지점이어서 폐쇄했다고 하는데 이는 잘한 일입니다. 물론 모험을 좋아하는 산꾼들은 이 조치가 못마땅하겠지만 위험은 미리 예방하는 게 상책이니까요.
능선을 지나가는 길에 출세봉(417m)이라는 이정표가 있는데, 봉우리라기보다는 그냥 밋밋한 구릉입니다. 멋지게 생긴 노송을 뒤로하니 수리바위입니다. 이곳에 서니 석산계곡(산음천)이 내려다보입니다. 수리바위는 독수리가 서식했다는 바위절벽으로서 하산하여 위로 바라보아야 실감이 나겠지요. 이제부터는 내리막 일변도입니다. 계곡에 도착하니 선녀탕이 있지만 솔직히 이는 과장된 이름이로군요.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345번 지방도가 통과하는 소리산 소금강 입구 가까운 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땀을 씻습니다. 여름 등산을 다니며 가장 즐거운 순간은 힘들여 정상에 올라 대자연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하는 것과 하산 후 계곡에서 땀을 씻는 때입니다.
출세봉
멋진 노송
수리바위 이정표
암봉
내려다본 석산계곡
오늘 아침 서울 사당역을 출발한 등산버스가 복정역을 거쳐 팔당대교를 넘기까지 거의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정체 때문에 이곳 소리산까지 오는데 무려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았더라면 2시간도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여 살인적인 교통정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다로 또는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는 이유는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면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곡에 발만 담그고 있어도 무더위는 저 멀리 달아나고 말거든요.
약 1시간 동안 계곡에서 쉬다가 밖으로 나옵니다. 큰 징검다리를 건너니 식수대가 있는데 물이 부족한지 식수로만 사용하고 손발을 씻지 못하도록 안내문을 붙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한 남성이 어린 사내아이를 데리고 와서 비누로 머리를 씻기고 있습니다. 아이가 머리를 감으려 해도 어른이 이를 말려야 정상인데 어른이 정반대의 행위를 하고 있으니 아이가 자라면서 제대로 된 공중도덕을 배울 리가 없지요. 글쓴이는 페트병에 물을 담으며 "여기서 머리를 감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마디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이 남자가 힐끗 쳐다보는데 인상이 매우 고약합니다. 어마 뜨거라 싶어 얼른 자리를 피하고 말았습니다.
징검다리
피서객
도로로 나오니 소리산 소금강이라는 표석이 있습니다. 소금강은 그 풍광이 금강산을 닮은 듯 경치가 좋아 붙은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금강은 노인봉 동남쪽의 소금강계곡입니다. 그 다음에는 군자산 소금강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 소리산의 석산계곡도 소금강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곳이 바로 사람들의 쉼터이겠지요.
도로에서 남쪽으로 걸어갑니다. 소리산2교와 소리산1교 및 인이피교를 지납니다. 용소골 갈림길에 붙어 있는 섬이마을 민박단지이정표를 보며 이곳이 명소임을 실감합니다. 음식점 인근 도로변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산행에 4시간 정도 소요되었지만 실제로는 2시간 반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폭염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산행은 무리를 해서는 안되기에 오늘 같은 유유자적한 산행이 참 좋습니다.
민박단지 이정표
《등산 개요》
▲ 등산일자 : 2012년 8월 4일 (토)
▲ 등산코스 : 석산교-소향산장-임도-소리산-출세봉-수리바위-선녀탕-소리산 소금강-용소골(섬이마을) 입구
▲ 산행거리 : 4.4km
▲ 소요시간 : 4시간 10분(충분한 휴식시간 포함)
▲ 등산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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