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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세계의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을 만나는 저승사자와 아랑 

                                                  저승사자를 따라 황천강을 건널 배에 오르는 아랑



죽어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던 귀신 아랑(신민아 분)은 옥황상제(유승호 분) 영감탱이에게 꼭 만나고 싶다고 생떼를 썼습니다. 결국 아랑은 저승사자 무영(한정수 분)을 반쯤 협박하여 그를 따라 나섰습니다. 아랑은 무영에게 저승사자도 죽는지 물었고 무영은 이 세상에 무한(無限)한 것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죽는 게 아니라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저승사자와 아랑 귀신의 대화는 선문답을 하는 듯 하더군요.

드디어 무영은 황천강에 도착한 다음 아랑에게 이승에 미련은 없는지 물었는데, 아랑은 은오(이준기 분)도령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온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습니다. 이때 황천강상류에서 일엽편주 같은 배가 스르르 도착했습니다. 물론 사공은 없고요. 무영과 아랑이 올라타자 배는 황천강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갑니다. 사공도 엔진도 없는 밀집형의 배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는 경계는 참으로 오묘한 듯 보였습니다.

 

배는 고요한 강을 질주하다가 풍랑을 만났고 나중에는 천지개벽이 올 것 같은 격랑과 폭포 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강을 가로질러 갈 때 황천길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폭포 속으로 빠져들 때는 황천길이 참으로 고통스러움을 인식했습니다. 특히 거대한 바다가운데의 소용돌이 속으로 배가 빠질 때는 시청자로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진리인 듯 했으니까요. 이곳은 바로 남미 이과수폭포의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장소입니다. 제작진은 사람이 이승에서 죽어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악마의 목구멍"을 배치해 생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더군요. 악마의 목구멍으로 들어간 일엽편주는 좁고 긴 바위 통로를 지나 악마가 지키는 지옥의 문 앞으로 갔습니다.

아랑이 놀라 주춤하자 지옥문을 가로막고 있던 악마가 사라지고 광채가 비추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통로로 바뀌더니 어느 새 아랑은 저승사자와 함께 구름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늘기둥 위로 살포시 내려 왔는데 바로 앞에는 아랑이 그렇게도 만나고 싶어하던 옥황상제 영감탱이가 무극정(無極亭)에서 염라대왕(박준규 분)과 바둑을 두다가 아랑을 맞았습니다. 아랑은 예의 그 씩씩한 목소리로 "내가 왜 죽어 땅 속에 묻혔나?"고 물었습니다. 옥황상제는 그 사실을 모르는 듯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짐짓 시치미를 때었는데, 발끈한 아랑은 옥황상제가 되어 가지고 어찌 그걸 몰랐느냐고 짜증을 냅니다. 옥황상제는 돌볼 중생들이 너무 많아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미주알고주알 다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비록 옥황상제라도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조크이겠지요.

 

그러자 염라대왕은 이미 옥황상제와 아랑의 처리에 대해 합의한 사항을 발표합니다. 두 사람은 아랑의 죄를 보면 당장 지옥행이지만 이승으로 다시 보내 한번 더 삶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정에 놀란 자는 아랑만이 아니라 저승사자 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은 천상의 시간이 시작된 하늘나라에서 처음 있었던 파격적인 조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두 괴짜영감은 아랑을 그냥 공짜로 이승으로 돌려보내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아랑이 "세 개의 보름달이 뜰 때까지 이승에 머물게 하되, 아랑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으면 종이 울린다. 그렇지만 종은 아랑을 죽인 자가 죽으면 자동적으로 울린다. 만약 문제를 풀지 못하면 다시 무간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조건을 붙여 이승으로 보낸 것입니다. 일종의 진실의 종인 셈이네요.

옥황상제는 아랑에게 이승으로 가서 진실을 밝히라고 당부하고는 태극을 불러 아랑을 구슬 같은 수정체에 넣은 후 던져버렸습니다. 아랑은 우주를 유영하다가 물 속에서 알몸으로 환생했습니다. 그녀가 알몸으로 이승으로 되돌아온 것은 원래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날 때 알몸으로 태어나는 것을 재현한 듯 보여집니다. 물에서 나온 아랑은 민가로 가서 여인의 옷을 훔쳐 입고 비로소 귀신이 아닌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랑이 알몸으로 환생했다고 배우 신민아의 속살이 보일 것으로 상상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제작진은 교묘한 방법으로 그러한 분위기만 연출했을 뿐 자동차 쇼장의 레이싱 모델보다도 볼거리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아랑이 황천강을 건너 천상세계의 옥황상제를 만나고 이승으로 환생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그야말로 판다지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준 명장면이었습니다. 

 

아랑이 옥황상제를 만나 귀신에서 사람으로 되돌아온 사이에 땅위에서는 은오가 최근 발견된 이서림(아랑의 본명)에 대한 장례를 치르기로 하였습니다. 저자거리에 방을 붙이고 3일장을 치르기로 하였지만 이틀이 지나도 개미새끼 한 마리도 문상을 오지 않았습니다. 동네사람들 중 일부는 문상을 하고 싶었지만 실세인 최대감(김용건 분)의 눈밖에 날까봐 두려워서 모두들 참는 모습이었습니다.

은오는 아랑의 시신을 장례 치른 후 밀양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미 아랑마저 저승으로 가버렸으니 아랑을 미끼로 어머니 죽음을 알아보려던 꿈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방(김광규 분)은 사또가 떠난다는 서찰을  최대감에게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상여가 나가고 은오가 장지로 가려는데 아랑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돌쇠도 아랑을 알아봅니다. 은오가 "아니? 저 녀석이 언제부터 귀신을 보게 되었나?"라고 의아해한 순간 아랑은 자신이 사람으로 환생했다고 했습니다. 놀란 은오가 아랑을 방으로 끌고 들어가 저간의 사정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아랑 시신을 발인해야 하는데 살아있는 아랑이 나타타면 곤란하므로 은오는 아랑을 꼼짝 말고 방 에 있으라고 했습니다.

 

아랑은 은오가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개죽음을 당한 자신의 시신을 거두어 장례를 지내주니까요. 그렇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아랑은 나졸 복장으로 변신하고는 자신의 장례묘지로 갔습니다. 아랑은 하관하는 묘지에서 시비를 걸다가 삼방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아랑은 도망가다가 정혼자였던 최주왈(연우진 분) 도령과 부딪쳤지만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이라 도움만 받고는 그냥 헤어집니다. 현장에 도착한 은오는 사람이 된 아랑을 보며 "네 진실 속에 내 어미를 찾겠다"고 다짐하더군요. 따라서 은오는 밀양을 떠나지 않고 아랑과 함께 수수께끼 풀기놀음을 계속할 듯 합니다. 이 과정에서 최대감과의 알력도 더욱 증가하겠지요. 문제는 과연 아랑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은오 모친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 내는 일인데, 앞으로 은오-아랑 콤비의 명탐정 홈즈 뺨치는 활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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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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