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 기념관
우리나라에서 영취산(영축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여럿 있는데요. 가장 높은 산은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하는 양산 영축산(1,081m)입니다.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통도사를 품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다음은 여수의 영취산(510m)인데 남도의 진달래 명산 1번지로서 봄철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전북 장수 소재 백두대간의 길목에 위치한 영취산(1,076m)은 해발은 높지만 별 특징은 없습니다. 오히려 영취산의 서남쪽에 위치한 장안산(1,237m)이 100대 명산에 선정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오늘 답사하려는 영취산(739m)은 경남 창녕군 창녕읍과 밀양시 무안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영산정사와 사명대사 기념관을 품고 있어 근래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밀양시 무안읍 가례리 소재 서가정 마을입니다. 마을에서 영축산으로 가는 등산로를 따라가면 대형 일주문이 보이는데, 산아래 보이는 사찰 영산정사의 모습이 마치 중국의 관광지에서 흔히 보는 탑모양의 건축물 같습니다. 실제로 이 건축물은 성보박물관이더군요. 영축산 기슭에 위치한 영산정사(靈山精舍)는 1998년부터 불사를 시작하였으며, 사명대사의 출생지인 이곳에 세계적인 불교성지를 만들기 위해 조성한 사찰입니다.
영산정사 표석에서 우측의 사찰로 들어갔습니다. 안내산악회를 따라 영취산에 온 등산객이 45명이 넘었지만 등산로에서 약 200m 거리에 위치한 사찰을 답사한 이는 오직 글쓴이 뿐이어서 혹시나 일행에서 뒤 처져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면 안되기에 마음이 급해 성보박물관과 전각 안을 살펴보지도 못한 채 피상적으로 겉모습의 사진만 몇 장 찍고는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7층 건축물인 성보박물관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 100만과(100만과의 진신사리를 보유한 사찰로 기네스 북에 등재되었다고 함), 세계 각 국 500존불 부처님, 2000년 전 패엽경 2000매, 한국문화재 33점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산정사
영산정사 표지석으로 다시 나와 임도를 따라 가니 산 속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산악회 후미대장이 글쓴이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래도 서두른 덕분에 산을 오르며 후미그룹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산 속의 푸른 기운은 어느 새 칙칙한 갈색으로 바뀌었고,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상당히 차게 느껴집니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가파른 급경사를 오르니 잡목이 무성한 헬기장입니다. 여기서 남쪽의 부곡온천까지는 5.1km, 북쪽의 진달래 명산 화왕산까지는 12.5km입니다.
헬기장 잡목
이제부터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운 매우 부드럽고 또 낙엽으로 푹신하기까지 합니다. 화왕산과 부곡온천을 연결하는 산길이라 등산로에 잡목을 깔끔하게 정비한 게 돋보입니다. 원목을 깔아 평상처럼 만든 쉼터도 이색적이더군요. 삼거리 갈림길에서 정상은 좌측으로 200m를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영취산 정상(739m)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삼각점은 설치되어 있으나 정상표석도 보이지 않고 조망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등산애호가가 붙인 안내문만이 이곳이 정성임을 알려줍니다. 지금까지 창녕군에서 거리이정표를 잘 세워두었기에 이러한 열정으로 반듯한 정상표석 또는 안내문이라도 설치하기를 바랍니다.
포근한 숲 길
통나무 쉼터
정상 삼거리 이정표
영취산 정상
정상 이정표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제부터는 동쪽으로 갑니다.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조심 걷습니다. 갈림길을 지나 오르니 전망대(618m)입니다. 소나무를 살려 나무 데크로 전망대를 만든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전망대에서는 동쪽으로 가야할 능선이 보이지만 희뿌연 연무(煙霧)로 인해 사진이 흐릿합니다.
전망대
가야할 능선
조금 더 가서 심명고개에서 임도를 만나 도로를 걸어가다가 송전철탑 아래에서 우측의 숲 속으로 들어섭니다. 다시 임도가 나오면 또다시 사명대사 생가지 2.3km 이정표를 따라 숲 속으로 진입합니다. 이 길도 매우 부드럽습니다. 부산 국제신문 근교산 답사팀이 걸어둔 등산리본이 길잡이 역할을 하는군요. 461봉을 지나 고도를 낮추기 시작합니다. 사명대사 생가지 1.0km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사명대사 기념관입니다. 등산로 입구에 세워둔 안내문이 낡아서 정말 볼품이 없습니다. 기념관 측에서 이를 좀 제대로 관리하든지 아니면 창녕군청에 연락하여 조속히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안내도를 이토록 방치하는 것은 이곳을 찾은 사람이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송전철탑
구슬붕이(용담과 유사)
낡은 안내도
2006년에 개관한 사명대사 기념관 안에는 국보 제75호(청동함은향완) 등를 소장하고 있지만 하산한 시각이 오후 4시 반경이어서 안으로 들어갈 여유가 없어 외관의 모습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영취산은 산세 자체는 매우 평범하지만 산자락에 영산정사와 사명대사기념관을 품고 있어 불교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답사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념관 정문인 충의문
《등산 개요》
▲ 등산일자 :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 등산코스 : 서가정마을-일주문-영산정사표지석-영산정사(왕복)-능선 헬기장-삼거리이정표-영취산(왕복)
-전망대-심명고개-송전탑-461봉-갈림길-사명대사 생가터
▲ 등산거리 : 약 11km
▲ 소요시간 : 4시간 30분
▲ 등산안내 : 산두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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