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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릉(사적 제193호)은 이름 그대로 한양의 동쪽인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로 197번지(인창동 66번지)에 소재한 9개의 조선왕릉입니다. 이곳에는 조선의 제1대 태조 이성계를 비롯하여 5대 문종, 14대 선조, 18대 현종, 21대 영조, 24대 헌종, 그리고 여러 왕비의 무덤이 있습니다. 조선왕릉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값진 재산입니다.


 

조선왕릉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담은 독특한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인 공간입니다. 왕릉은 크게 세 가지 공간으로 나뉘어 지는데, 왕릉의 관리와 제례준비를 위한 <진입공간>,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하는 영역으로 제사를 지내는 <제향공간>, 왕과 왕비의 봉분이 있는 <능침공간>으로 구분됩니다. 각 공간에는 그 성격에 부합하는 건축물과 조형물이 왕릉과 조화를 이루며 조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조선 왕릉을 가더라도 왕릉은 그 배치도가 유사하여 별 특징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문화재청이 제시하는 관람포인트를 따라가면 유사함 속에서도 왕릉답사의 새로운 흥미를 느낄 것입니다.  9개의 능이 몰려 있는 곳에서 그냥 피상적으로 답사한다면 무척 단조로울 테지요. 

동구릉은 넓은 지역에 건원릉 및 휘릉처럼 한 분만 모신 단릉(單陵), 순릉 및 원릉처럼 두 분을 따로 모신 쌍릉(雙陵), 목릉처럼 한 곳에 산줄기를 달리해서 모신 동원이강릉(同原異崗陵), 수릉처럼 두 분을 함께 모신 합장릉(合葬陵), 경릉처럼 세 분을 나란히 모신 삼연릉(三緣陵)이 있어 이를 잘 관찰하면 다양한 왕릉의 형식을 볼 수 있습니다. 


     

(1) 다양한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수릉 옆 계류

겨울이라 대지에는 눈이 쌓여 있고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어서 어떤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습니다.


 


(2) 표정이 과장되어 익살스러운 현릉의 문·무인석

보통 무인석과 무인석은 별 표정이 없고 무뚝뚝해 보입니다. 아래 첫 째 사진은 목릉의 인목왕후 릉의 무인석입니다. 반면 현릉의 석상(아래 둘째 사진)의 모습은 매우 해학적입니다. 다만 능에 접근이 불가능하여 실물을 보여주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목릉의 일반 석상

현릉의 익살스런 석상(자료 : 동구릉 안내서)




(3) 배위가 깔려 있는 건원륭 정자각

배위란 왕릉을 참배할 때 절하는 곳으로 일반적으로 홍살문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 태조의 능인 건원릉에는 이 배위가 정자각에도 하나 더 자리잡고 있는 게 매우 특이합니다. 정자각에서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해 동구를 안내서에게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건원릉 홍살문과 배위(일반적인 배위)

건원릉의 정자각 배위(참고자료 : 동구릉 안내서)  




(4) 봉분에 억새풀이 자라고 있는 건원릉

조선왕릉의 봉분에는 대개 잔디가 심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겨울철에 눈이 내리면 봉분은 눈이 쌓여 새하얗습니다. 그러나 건원릉의 봉문은 잔디대신 억새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는 말년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곳에 묻히기 원했던 태조를 위해 태종이 아버지의 고향 함경도 영흥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가 봉문에 심었기 때문이고 합니다. 능에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지만 봉분에 눈 대신 억새를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건원릉의 억새 


  


(5) 서어나무 군락지가 있는 목릉 진입로

목릉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짙은 서어나무 군락자가 있다고 하는데, 나무에는 문외한이라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6) 지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만든 신도

목릉은 제14대 선조와 원비 의인왕후 그리고 계비 인목왕후의 능이 각각 별도의 장소에 매장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자각에서 묘지로 이르는 길도 여러 갈래입니다. 지금은 눈이 쌓여 정확하게 이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눈길 위의 발자국만 보아도 개략적으로 이를 분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7) 양옆에 익랑이 붙어 있는 휘릉의 정자각

휘릉의 정자각에는 양옆에 익랑이 붙어있는 게 특징이라고 하지만 한글로 씌어진 익랑이 도대체 무엇인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휘릉의 정자각을 원릉의 정자각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휘릉의 정자각에는 정자각 옆에 별도의 회랑(回廊)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익랑(翼廊)은 건축물의 좌우양쪽에 잇대어 지은 행랑을 말한 것입니다. 익랑을 한자로 병기했더라면 금방 알았을 텐데 이런 경우 한글전용이 문제입니다.

 익랑이 붙어있는 정자각 (사진 표시)

 보통의 정자각(원릉)        

 


(8) 세 개의 비(碑)가 있는 원릉의 비각

원릉은 조선 제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의 능입니다. 다른 비각보다 비교적 큰 비각 안에는 세 개의 비가 있는데, 첫째 비는 "조선국 영종대왕원릉"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는  영조의 원래의 묘호가 영종이었기에 이렇게 기록한 것입니다. 1890년 고종 때 건립한 둘째 비는 "조선국영조대왕원릉", 세 번째 정순왕후의 비에는 "조선국정순왕후부좌"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9) 조선왕릉 중 유일한 삼연릉인 경릉

경릉은 제24대 헌종과 원비 효현왕후, 그리고 계비 효정왕후의 능입니다. 이미 지나온 목릉에서는 3개의 능이 별도의 구역에 조성되어 있지만 이곳은 하나의 곡장(담장) 안에 3기의 봉분을 만든 조선유일의 삼연릉이라고 합니다.

☞ 이 경릉의 봉분도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그러나 실물을 보고 싶은 욕심에 다른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그만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10) 조선왕릉 중 유일한 팔작지붕 형식의 숭릉 정자각

숭릉은 제18대 현종과 명성왕후의 능입니다. 여기서 "명성왕후"는 고종의 비인 "명성황후"와는 다른 인물입니다. 물론 표기도 명성왕후와 명성황후로 서로 다릅니다. MBC 월화드라마 <마의>의 배경인 현종(한상진 분)과 그 왕후(이가현 분)가 바로 숭릉의 주인공들이지요. 숭릉의 정자각은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팔작지붕입니다. 그런데 숭릉으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관리인이 통제구역이라고 합니다. 차단문도 열려 있는데 무슨 통제냐고 반문했더니 지금 아마도 제설작업을 위해 인부들이 출입하면서 차단기를 열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차단기를 보니 "철새번식 및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한 관람제한구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관람을 원하면 관리사무소로 별도로 신청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글쓴이는 관람포인트가 적인 안내서를 관리인에게 보여주며 이토록 의미 있는 팔작지붕의 정자각에 대한 사진만 찍고 나오겠다고 사정하여 허락을 받고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역시 이곳의 정자각은 그 위용이 대단합니다.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매우 후회할 뻔했습니다. 한 인부가 이곳은 들어오지 못한다고 주의를 주기에 글쓴이는 관리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 명의 인부는 모터소리가 요란한 기계를 조작하며 강한 바람으로 정자각과 참도(신도와 어도)의 눈을 날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철새번식과 보호구역이라면서 이토록 시끄럽게 작업을 해도 되는지 의아스러웠습니다. 다소 힘들더라고 빗자루로 쓸어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요? 아무튼 어느 시기의 철새번식을 위해서 일반인의 출입을 원천 제한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너무 행정편의주의라고 생각됩니다. 

 



 ▲ 동구릉 통제구역에 대한 단상(斷想)

답사를 마치고 재실 방향으로 나오자 한 남성이 동구릉 관람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다며 질문서를 읽기 시작합니다. 글쓴이는 동구릉 안내서를 보여주며 관람포인트 10개 중 가장 중요한 4가지(현릉의 문무인석 조각, 건원릉의 억새 능, 경릉의 삼연릉, 숭릉의 팔작지붕 정자각)에 대한 관람을 제한하면서 무슨 만족도 조사냐고 항의했습니다. 특히 숭릉의 팔작지붕 정자각 진입을 철새보호를 이유로 막은 것은 과잉조처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머쓱했는지 다른 사람에게로 황급히 가버리더군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은 잘 보존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조건 출입을 제한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출입이 제한된 4곳은 동구릉의 가장 핵심적인 관람포인트입니다. 자손만대에 넘겨주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훼손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개방과 통제의 합리적인 대안이 모색되기 바랍니다. 

☞ 문화재청은 2013년 1월 1일부터 미 개방구간인 숭릉(동구릉), 강릉(서울 공릉동 소재), 사릉(남양주 소재)을 개방한다고 발표(2012. 12. 26)했는데,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동구릉 배치도 (자료 동구릉 홈페이지 http://donggu.cha.go.kr/n_donggu/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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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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