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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광현 역의 조승우                                   숙휘공주 역의 김소은 


지엄하신 숙휘공주님(김소은 분), 참으로 송구합니다. 저는 강지녕(이요원 분)을 절대로 잊을 수 없습니다. 그녀가 그냥 의녀 지녕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사복시에서부터 혜민서에 이르기까지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여인이어서 각별한데 그 지녕이 영달(지영의 거지 때 이름)이라고 합니다. 영달은 제가 처음으로 도성에 와서 스승님을 잃어버리고 홀로 되었을 때 만난 부랑자로 곧 그녀와 친해져 후일을 약속한 제 첫사랑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스승 오장박(맹상훈 분)으로부터 지녕이 영달임을 알고는 과거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방통교에서 영달을 만났습니다.

저는 지녕을 보자마자 "네가 정말 영달이냐? 계집아이면서 사내라고 사기를 치던 그 영달이냐?"고 물었는데, 영달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광현아!"라고 불렀습니다. 지금까지  지녕은 항상 저를 "백 마의" 또는 "백 의생"으로 불렀는데 비로소 어렸을 적 친구로 되돌아가 이름을 불러 준 것입니다. 저와 영달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얼싸안았습니다. 지금까지 서로 손을 잡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녀를 안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인접한 의자에 앉아 저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와 함께 어디든 갈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지녕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지녕은 그 때 제가 신겨준 제 짚신을 보물처럼 가지고 있더군요.

공주님, 저는 지금까지 미천한 신분으로 차마 오르지 못할 공주님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습니다. 처음 공주님을 만난 것은 저자거리의 외국인식당이었지요. 그곳에서 지녕과 함께 계셨지요. 그 때 저는 공주님이 이 나라의 고귀한 공주님 신분인지도, 지녕이 양반인 내의원 조제 이명환(손창민 분)의 딸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 후 공주님은 고양이가 아프다며 저를 불렀지요. 직접 사복시로 찾아오기도 하셨고요. 그동안 저를 일부러 만나기 위해 마도흠(이관호 분) 군관을 시켜 저자거리의 병든 짐승을 구해 오라 하셨고. 일부러 찜질팩으로 공주님의 체온을 올리기도 하셨지요? 공주님, 어찌 제 같은 천한 놈을 이리도 보고 싶어하고 곁에 두고 싶어하나이까! 공주님은 국혼까지 연기하고 저를 만나려고 하셨다지요?

제가 이명환과 그 수하의 모함에 의해 반가의 여자인 서은서(조보아 분)를 희롱한 죄로 위기에 빠졌다가 겨우 풀려났을 때 공주님은 "나를 두고 백 의생이 그럴 리가 없다"며 직접 서은서를 만나셨더군요. 공주님이 서은서를 보자마자 내뱉은 "자네가 그 유명한 좌상의 자부인가!"라고 한 말은 블로거 펜펜이 "드라마 명대사 6선"에 소개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공주님, 서은서는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데 대해 저에게 은혜를 갚으려는데, 공주님은 아끼는 고양이를 치료해 주어서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셨으니 이 얼마나 황당하게 들렸겠습니까? 공주님으로서도 이렇게 진심을 왜곡했으니 서은서는 공주님을 이상하게 볼 것입니다.

 


그렇지만 공주님은 드디어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이 서은서가 아님을! 그런데 저 때문에 개고생하는 마 군관이 "지녕 아씨가 항상 백 마의와 붙어 다닌다"고 말했지요. 백 마의로서는 빨리 공주님이 저를 잊도록 하려는 꼼수였습니다. 그런데 만일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이 지녕이라면 공주님도 크게 놀라시겠지요? 지녕은 공주님과 대비마마(김혜선 분)까지도 신뢰하는 인물이니까요? 이번에도 저는 이명환과 그 수하들에게 체포되어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답니다. 지녕의 의붓동생 이성하(이상우 분)가 장정들을 데리고 나타나 못된 강정두(서범식 분) 군관의 똘만이들을 해치우지 않았더라면 전 이미 죽은목숨이고, 팔에 강 군관의 칼을 맞고 도망치다가 과다출혈로 쓰러졌을 때 지녕이 저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저 세상으로 갔을 것입니다. 지녕은 그간 제가 존경하고 의지하는 의녀에서 이제는 생명의 은인이 된 것입니다.

공주님께서도 제가 괴한에게 납치되어 고초를 겼었다는 말을 듣고는 저를 직접 만나려고 하셨지요. 이 소식을 전한 마 군관은 혼잣말로 "이제 난리, 난리, 개난리가 나겠다"고 했는데, 하여간 정말 웃기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공주님께서는 저를 미행하시다가 제가 지녕이 영달임을 알고는 서로 포옹한 후 다정하게 정담을 나누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셨지요? 공주님이 "어쩌면 좋으냐!"며 통곡했는데, 그래도 자상한 곽 상궁(안여진 분)이 공주님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더군요. 공주님, 제가 비록 천인에서 양반인 강도준(전노민 분)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저와 공주님의 갈 길은 서로 다릅니다. 저는 공주님을 사랑할 수도 없고 또 사랑 해서도 안됩니다. 저에게는 지녕이 있거든요. 그러니 공주님께서도 저에 대한 좋은 감정을 얼른 접기 바랍니다.

그러나 전 지금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제가 수술을 했던 수의 고주만(이순재 분)이 파상풍으로 그만 별세했기 때문입니다. 전하(현종/한상진 분)께서는 수의 영감이 만일 잘 못 되면 제 목숨을 내 놓으라고 했습니다. 임종 직전 수의 영감은 현종을 알현하고 자신의 신상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백 의생의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파상품으로  죽어가지만 백 의생의 잘못이나 실수는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러고는 대전에서 쓰러졌다가 혜민서로 옮겨 운명했습니다. 그런데 악인인 이명환이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명환은 의관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 제 친부 강도준을 죽이고 수의와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수의영감이 죽은 것도 독약사용의 후유증 때문입니다. 이명환은 살인 및 살인미수이지만 그는 거꾸로 저에게 수의영감을 죽인 살인자의 누명을 씌우려 할 것입니다. 공주님, 염치없지만 이 살인 누명만은 꼭 벗겨 주십시오. 공주님, 제 스승인 수의 영감이 없는 지금 전 공주님이 제 수호천사여서 정말 행복합니다. 공주님께서도 저를 위험에서 구해주시되,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빨리 접고 멋진 배필을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를 맞아, 백광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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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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