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바라본 해남읍
금강산(1,638m)은 설악산과 함께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명산입니다. 북한지역에 위치하여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해 더욱 안타깝습니다. 한 때는 금강산관광이 가능했지만 남한 관광객 피살사건이 발생한 후 관광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을 가진 금강산(481m)이 전남 해남에도 있음을 알고는 안내산악회를 따라 나섰습니다.
금강산은 만대산(480m)과 이웃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두 산을 연결 종주합니다. 산행들머리는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지사입니다. 인근에는 한국전력과 KT(한국통신)지사도 보입니다. 도로를 따라 금강저수지 방향으로 오르면 제방 위에 다다르기 직전 우측에 일당길이라는 표석(알림돌)이 서 있는데 그 쪽의 사잇길로 진입하면 됩니다. 평탄한 길로 들어서면 팔각정이 반겨줍니다. 우슬경기장 길림길을 지나 고도를 높이면 암봉인 만대산 제3봉(415m)입니다. 공설운동장이 있는 곳이 우슬경기장인 듯 하군요. 운동장 뒤로 보이는 삼각형 모양의 산이 덕음산(320m) 같아 보이는데, 정확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여기서는 가야할 금강산 및 해남읍내도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저수지
등산로입구
삼봉
공설운동장
금강저수지 뒤로 보이는 금강산
이정표
능선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전망대입니다. 전망데크를 조성하며 나무를 살리려고 배려한 점이 돋보입니다. 가는 길목에서 동남쪽으로는 멀리 톱니바퀴 같은 능선이 이어져 있는데 아마도 호남의 명산인 주작산과 덕룡산 능선인 듯 합니다. 조금 더 가니 좌측 암봉에 누군가 흰 페인트로 정상 1봉이라고 적어 놓았는데, 그렇다면 2봉은 지나온 전망데크 같습니다. 3봉에 대한 표석을 세웠으면 2봉과 1봉도 정확하게 표시해 두는 게 등산객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전망데크
정상(1봉)
이어지는 헬기장은 전남학생수련원의 이정표가 보이며, 여기서 직진방향으로 또 다른 전망대가 나온다고 하는데 그냥 좌측으로 진입합니다. 북쪽 방향이 응달이라 그런지 눈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다시 보이는 이정표에는 만대산까지 0.9km가 남았다고 씌어져 있습니다. 아까 지나온 3봉의 이정표에도 만대산 0.9km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건 한마디로 난센스입니다. 한참을 걸어 왔는데도 거리가 동일하다는 이정표를 보면 이를 설치한 사람들의 무성의와 무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길
이정표
큰바위 옆을 지나가면서 뒤돌아본 능선은 마치 수묵화를 보는 듯 합니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해남으로 내려오는 내내 짙은 안개구름으로 시계가 매우 침침했는데 그래도 안개가 이 정도로 걷히고 물결치는 능선을 볼 수 있음은 무척 다행입니다. 기암을 지나 발걸음을 옮기니 만대산 정상입니다. 정상의 표석대신 반듯한 정상 이정표가 있군요. 그리고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리 좋지 않으니 널찍한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주작산 능선(?)
여기서 금강산 정상까지는 4.5km입니다. 북쪽방향의 능선길 내리막은 상당히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합니다. 금강저수지 갈림길을 지나 고도를 높이면 화원지맥이 통과하는 419봉입니다. 조릿대 숲을 지나 능선 끝에 서니 가야할 금강산이 저 만치서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여기서 북쪽 방향으로는 흑석산과 가학산 및 별매산을 너머 월출산도 보인다고 하지만 오늘은 유감스럽게도 안개만 보일 뿐입니다.
419봉
남쪽 조망
가야할 금강산 능선
다시 맞은 편 봉우리로 올라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잠시 내려섰다가 오르는 이 길이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오름길입니다. 정상 삼거리 이정표를 보니 금강산 0.1km, 만대산 4.1km 라고 적혀 있는데, 만대산 정상에서 본 금강산 4.5km 와는 0.3km 거리차이가 나는군요. 아무튼 등산이정표 거리표시는 한마디로 수준이하입니다. 다리에 한번 힘을 주니 드디어 금강산(481m)입니다. 오석에 세운 표석이 길손을 반겨주는군요. 여기도 만대산 정상처럼 전망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정상 삼거리 이정표
이곳 정상에서 해남 읍내를 바라보는 조망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해남쪽으로 이토록 거침없는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은 미처 예상치 못했거든요. 날씨만 좋았더라면 더 좋은 조망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무척 아쉽습니다. 그래도 낮은 지역에 드리운 안개로 인해 약간은 몽환적인 수묵화의 풍경을 연출한 것은 큰 수확입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해남읍
희뿌연 해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삼거리 갈림길로 되돌아와 팔각정 2.1km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능선은 온통 너덜지대인데 금강산성이 있었던 지역이라고 하네요. 우정봉 갈림길을 지나 팔각정 쪽으로 직진합니다. 다시 위로 올라 산악회의 안내에 따라 좌측의 희미한 샛길로 들어섭니다. 금강저수지가 바로 내려다보이는군요. 앞사람의 발길을 거울삼아 이리저리 돌아가니 임도입니다. 임도에서 좌측으로 꾸부러진 길을 가면 저수지 제방 아래로 연결됩니다. 제방을 돌아 나오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해남까지는 정말 먼 길입니다. 왕복 10시간 정도 버스를 타는 것도 고역이지요. 그렇지만 미지의 산을 답사했다는 성취감으로 마음은 무척 뿌듯합니다. 오늘은 정말 뜻 깊은 산행이었습니다.
너덜지대(금강산성)
금강저수지
저수지 제방
한전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1월 13일 (일)
▲ 등산 코스 : 한전 해남지사-금강저수지-삼봉-1봉-헬기장 갈림길-만대산-금강재-419봉-헬기장-삼거리
-금강산-삼거리-금강산성-임도-금강저수지-한전 지사
▲ 산행 거리 : 약 10.3km
▲ 산행 시간 : 4시간 45분
▲ 산행 안내 : 기분좋은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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