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진례산 정상의 인파

 호랑산 정상  



등산을 다녀올 때마다 허접한 답사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작성하곤 했는데 이번 여수의 영취산을 다녀온 후에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이는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여수의 영취산은 최근 원래 산 이름 찾기의 일환으로 영취산과 진례산으로 구분해서 부르기 시작했다는 여수시장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등산지도의 영취산 표기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어서 어느 곳이 영취산(정상)인지 지금도 헷갈린다는 점입니다. 둘째 여수의 영취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남도의 진달래 명산 1번지입니다. 금년 진달래 축제(2013. 4. 12∼4. 14)를 하루 앞두고 절정의 진달래를 볼 수 있다는 큰 희망을 품고 방문했지만 진달래는 이미 끝물이었습니다. 금년은 유난히 기온의 차이가 심해 여느 해보다 개화의 시기가 빨라진 탓도 있지만 4월에 접어들어 강풍과 이상냉온 그리고 예상을 넘는 많은 봄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진달래의 화려함은 간 곳 없고 지금은 빛 바랜 꽃만 응달과 해발이 높은 정상주변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세 번 째는 산행을 안내한 산악회의 무성의입니다. 산악회 들머리는 당초 영취산 동쪽 상암초교였지만 버스운전기사는 그 반대편인 흥국사 앞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들머리를 잘못 찾아왔으면 산악회장이 회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등산길을 다시 안내해야 하는데, 아무런 말이 없으니 잘 못 들어온 줄도 모르고 흥국사 옆에 상암초교가 있는 것으로 오판하고 말았습니다. 글쓴이는 버스에서 내리면 항상 좀 신속하게 산에 오르는 편입니다. 산행 중 좋은 경치를 보면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벌기 위해서이지요. 산악회에서는 회원들에게 산악회명찰을 나누어주지도 않아 누가 우리 회원인지 전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따라 무지개형 다리를 건너거니 흥국사 매표소입니다. 산악회가 비록 입장료는 개별적으로 부담토록 조치하였을 지라도 일괄적으로 입장료를 걷어 일행모두를 한꺼번에 매표해야하는데 개별적으로 구입하라고 하니 또 신경질이 났습니다. 문제는 흥국사에서는 남북으로 이어진 영취산 능선의 진달래 군락지를 모두 답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등산을 마치고 하산한 후 나는 산행들머리가 잘 못 되었다고 불평했더니 산악회 측에서는 흥국사 앞에서 버스에서 내린 등산객을 다시 태우고 원래의 들머리로 갔다고 합니다. 난 빨리 움직인 죄로 이런 불이익을 당했네요. 이토록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산악회는 처음 보았습니다. 사실 글쓴이는 3년 전 영취산을 이미 답사했지만 이번에는 남쪽의 호랑산(482m)과 연계산행을 한다기에 산행에 동참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개천너머에 위치한 흥국사는 관람하지도 못하면서 지불한 문화재관람료 2천원이 무척 아깝더군요. 흥국사에서 계곡의 개천을 따라 오릅니다.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더군요.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영취산에 가려면 높은 곳으로 올라야 하는데 비스듬한 길을 계속 가니 봉우재입니다. 봉우재는 영취산(진례봉)의 북쪽 안부라서 진달래 군락지로 가려면 다시 북쪽으로 올라야 합니다.

 흥국사 앞 무지개 다리

 흥국사 일주문



나무계단이 설치된 넓은 길을 따라 오르다가 우측 동지승바위(후회로) 방향으로 우회합니다. 현지의 이정표가 헷갈리기는 하지만 도솔암 방향으로 가더라도 정상(진례봉 또는 진례산)으로 연결됩니다. 동자승 바위에서 동자(童子)도 찾지 못한 채 위로 오르니 정상입니다. 현장에는 영취산 진례봉(510m)이라는 대형표석이 있지만 기념사진을 찍기란 불가능합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겨우 표석사진만 크게 한 장 찍었습니다. 정상에는 전망데크 설치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이웃 데크에는 사람들이 빼곡이 들어서 휴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진달래꽃은 거의 다 져버려 끝물인데 정상에는 진달래보다도 많은 사람 꽃이 피어 있습니다.

동자승 바위

                                                                         진례봉 표석

 정상의 인파



북쪽으로는 진달래군락지인 주능선이 보이는데, 정상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더라면 이 능선을 거쳐왔을 것이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아도 빛 바랜 모습만 보여 이미 낮은 곳에는 진달래의 철이 지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진달래가 아니더라도 정상에서의 조망은 매우 좋습니다. 북서쪽으로는 여수석유화학단지가, 동쪽으로는 상암동 마을이 잘 조망됩니다.

 북쪽 주능선 진달래 군락지

 여수석유화학단지


 

이제 다시 봉우재로 갑니다. 동자승바위 우회로 대신 도솔암 방면으로 갑니다. 도솔암 갈림길에서 곧장 내려서니 봉우재입니다. 봉우재에서 영취산 시루봉까지 가는 길목도 진달래군락지이지만 진달래 꽃잎은 거의 다지고 나뭇가지만 앙상합니다. 시루봉 가는 길목에 여수시에서 영취산과 진례산의 유래안내문을 세워두었는데 위치가 부적절한 듯 보여집니다. 이런 안내문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봉우재에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루봉으로 가는 길목에는 멋진 바위가 많이 보입니다. 시루봉도 역시 거대한 암봉입니다. 전국의 산 이름 중 시루봉은 대부분 암봉이로군요. 시루봉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진례봉(진례산)이 우뚝합니다. 

 가야할 시루봉


 

 시루봉

 시루봉에서 바라본 남쪽능선(영취산 방향)



 

암봉을 내려와 남쪽으로 진행합니다. 간간이 남아 있는 진달래를 보며 발걸음을 옮기니 돌탑 군락지가 보이는데 바로 그기에 영취산 정상(437m)이라는 이정목이 서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과거 영취산 진례봉으로 부르던 곳은 진례산으로, 영취산은 시루봉과 정상으로 구분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웃에 붙어 있는 안내문에는 호랑산 4.4km, 영취산 1.4km 라고 적혀 있어 여기서 말하는 영취산은 진례산을 일컫는 듯 합니다. 이러니 이번이 두 번째인 글쓴이도 영취산과 진례산이 헷갈릴 따름입니다.

 뒤돌아본 시루봉

 볼품 없는 진달래 군락


 

 돌탑 군락

 영취산 이정목

 이정표




여기서부터는 사람을 만나기가 매우 어려운 호젓한 길입니다. 남쪽 호랑산을 가려면 흥국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빠지지 말고 직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능선 삼거리에 도착하니 길이 애매합니다. 나무에 걸려 있는 이정표를 보면 좌측으로 들어서야 하지만 좌측 길은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듯 합니다. 마침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가던 길로 곧장 직진(실제로는 약간 우측 내리막길)하라고 합니다. 이 분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낭패를 당할 뻔했습니다. 묘지와 편백나무 그리고 대나무 숲을 지나자 절고개(자내리고개)입니다. 이정표에는 흥국사 2.1km, 봉우재 2.5km, 자내리 2.0km만 보일 뿐 호랑산 표시는 없습니다.

 절고개 이정표



도로 맞은편 큰 나무 옆 등산 리본이 걸려 있는 곳으로 들어서니 정상 2.0km, 영취산 3.0km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상이 바로 호랑산인데, 이렇게 표기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냥 "정상"이라고 할게 아니라, "호랑산" 또는 "호랑산 정상"이라고 표기해야 이방인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면 호랑산까지는 거의 외길입니다. 중간의 갈림길은 이정표를 보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길목에 호랑산의 유래안내문이 서 있는데, 이름이 호랑산이라 호랑이와 관련된 산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신라 화랑들의 무예훈련장소였기에 화랑산이라고 하다가 후에 호랑산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는군요.

 한심한 이정표


 

호랑산 인근의 진달래는 오늘 산행 중 가장 화려해 보였습니다. 거대한 암봉인 호랑산(482m)에 오르니 사방팔방으로 터지는 조망이 그침이 없습니다. 반듯하게 세워둔 정상표석도 반갑습니다. 고속도로처럼 뻗은 국도가 동서남북으로 이어지고 멀리 다도해상의 바다가 아련하게 보입니다.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 모자를 벗고 겨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뒤돌아본 진례산(맨 뒤)

 호랑산 암봉


 

호랑산을 뒤로하고 남서쪽 능선을 따라가다가 첫 번 째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서니 예비군훈련장을 지나 둔덕교회입니다. 교회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니 육교가 나오고 그 옆은 날머리인 여도중학교입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사실 진례산∼영취산∼호랑산은 진달래가 없더라도 조망이 매우 좋은 명산입니다. 그렇지만 절정의 진달래를 기대하고 갔다가 크게 실망하였고 산악회의 무책임한 안내에 화가 났습니다. 아무튼 영취산에서 호랑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헷갈리지만 않는다면 꼭 한번 연결종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산이라고 생각됩니다.


 

남쪽 조망

 둔덕교회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4월 11일 (목)
▲ 등산 코스 : 흥국사-봉우재-진례산(영취산 진례봉)-봉우재-영취산 시루봉-영취산(정상)-절고개-호랑산
                     남부봉우리-예비군훈련장-여도중학교

▲ 소요 시간 : 5시간 20분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