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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야 중 아라가야의 본거지였던 경남 함안에는 산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항산(770m)은 낙남정맥의 최고봉으로 산세가 가장 웅장한 명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답사하려는  방어산(530m)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곳이 없고 7부 능선에 보물인 마애삼존불을 품고 있는 멋진 산입니다. 경남 함안군 군북면과 진주시 지수면의 경계에 솟은 방어산과 괘방산(457m)은 능선의 굴곡이 심한데다 군데군데 암반을 올라야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소나무터널이 산행의 묘미를 한층 더해 줍니다.

산행들머리는 괘방산 동쪽의 1004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어석재입니다. 방어산까지의 거리가 5.9km이니 필자 같은 보통 산꾼은 3시간은 족히 걸어야 할 듯 합니다. 산 속으로 접어드니 급격한 된비알입니다. 그러나 숲 속의 공기는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문제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인데요. 산행 내내 바람이 전혀 없어 마치 한 여름에 산행을 하는 것과 같은 무더위와 씨름해야 했습니다. 괘방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주변 조망도 할 수 없는 무미건조한 길이고 막상 정상에는 삼각점과 등산객이 써 놓은 괘방산 안내문 뿐 표석도 없고 조망도 할 수 없어 매우 썰렁합니다.

 등산로 입구

 상큼한 숲 길

 괘방산 정상  

 

그렇지만 여기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괘방산과 방어산의 진면목이 서서히 나타나니까요. 첫 번째 전망바위에 서니 서쪽으로 조망이 확 터집니다. 제대로 분간할 수는 없지만 이런 조망처를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는 동쪽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이정표

 숲 길

 전망바위 조망

 동쪽 조망
 
 

506봉을 지나자 북쪽으로 이어지던 등산로는 서쪽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가야할 방어산이 앞의 봉우리 뒤로 암골미를 드러내고 있어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등산로 주변에는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많이 달려 있어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맛보기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가야할 방어산(능선 뒤)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름길에 진주시에서 세운 마애불 5km, 정상 4km라는 뜬금없는 이정표가 나타났는데 등산객에게 혼란을 주는 이런 이정표는 정말 없느니만 못합니다. 왜냐하면 정상까지 4km라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헬기장을 지나 조금 더가니 함안군에서 세운 이정표가 보였는데, 여기에는 방어산 1.3km라고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오늘 산행 중 목격한 진주시에서 세운 유일한 이정표는 완전 엉터리였습니다. 그리고 이정표를 표기할 때 정상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산의 이름을 적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진주시의 엉터리 이정표

 함안군의 정상적인 이정표




원시림 같은 숲 속을 오르다가 갈림길에서 우측의 사잇길로 접어듭니다. 이곳은 마애삼존불로 가는 지름길인데 이처럼 중요한 지점에 이정표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등산로 곳곳에 함안군에서 이정표를 잘 세워두었지만 이곳 갈림길에도 꼭 이정표를 세워두기 바랍니다. 산악회의 선두가 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면 능선을 따라 그냥 올랐을 테고 그랬더라면 능선에서 거꾸로 마애불로 내려와야 했을 것입니다.

 숲 길




삼거리에서 마애불로 가는 길은 마치 계곡으로 빠지는 듯 하나가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암벽아래 나타난 것은 마애불이 아니라 황금불상입니다. 바위 아래 석탑을 쌓고 그 위에 황금불상을 올려놓았군요. 안내문이 없어 무슨 목적으로 조성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입구의 약수터에서 마신 시원한 생수는 일품이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니 보물 제159호인 방어산 마애불입니다. 서기 801년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이 약사삼존불상은 오래되어 많이 마모되었지만 통일신라의 불상 조각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라고 합니다.

 황금불상

 마애불




불상의 우측으로 가파른 계단을 올라 다시 방어산 주능선에 닿고 안부와 헬기장을 지나면 드디어 방어산 정상(530m)입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쪽 진주방면 조망이 일품입니다. 정상까지 오는데 여러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했기에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지만 이제 피로가 싹 가실 지경입니다. 방어산은 고려 우왕 때 천혜의 자연지세를 이용하여 적군을 막았다는 축성유적이 남아있고 6.25동란 때에는 괘방산과 방어선을 구축하여 적을 섬멸한 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 이름이 방어산이로군요.

 방어산 정상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암벽 사이로 내려서 나무계단을 뒤로하니 마당바위입니다. 마당바위를 설명하면서 맞은편 방어산 마애불이 보인다는 것은 정말 엉터리입니다. 방어산 마애불이 있는 능선이 보일 뿐 마애불은 그 능선너머 7부능선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산을 투시하는 초능력자만이 볼 수 있거든요. 이 안내문은 마당바위의 좋은 점을 설명하려다가 너무 오버한 듯 보여집니다.

정상 암벽 하산로

 마당바위

 
 

웅장한 소나무 곁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맞은 편으로 오릅니다. 지나온 방어산 정상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성이 마치 선녀처럼 보입니다.  벼랑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방어산 정상의 능선이 정말 웅장합니다. 이제부터는 숲길을 따라 가덕마을로 하산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의 모습이 평화롭게 보입니다. 해발 500여 미터의 고도를 낮추는 일이 보통이 아니로군요. 가도가도 숲길이 끝날 줄을 모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숲길은 고역이네요. 밤나무 숲을 지나자 드디어 민가가 보이는 도로입니다. 모내기를 한 논을 뒤로하니 남해고속도로 옆 가덕마을회관과 경노당인데 현재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다행히 수돗물이 있어 땀을 씻습니다.

 뒤돌아본 방어산

 유유히 흐르는 남강

 소나무 숲길

 가덕마을

 가닥마을회관

 


오늘 산행에 4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그런데도 피로도는 6시간 이상 산행했을 때와 동일합니다. 그 이유는 능선의 굴곡이 심해 여러 차례 오르내려야 했고 바람 한 점 없어 땀을 많이 흘린 탓입니다. 그렇지만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습니다. 함안은 제 고향이거든요. 산이 좋아 산을 즐겨 찾은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서울에서 살다보니 고향의 산을 찾은 것은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역시 고향은 아름다운 추억이 서려서인지 정감이 가는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6월 6일 (목)
▲ 등산 코스 : 어석재-괘방산-전망바위-506봉-능선갈림길-마애불-헬기장-방어산-마당바위-벼랑바위-가덕마을
▲ 등산 거리 : 8.8km
▲ 소요 시간 : 4시간 20분
▲ 산행 안내 : 기분좋은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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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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