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은 지리산 줄기를 따라 서진하다가 성삼재에서 북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백두대간은 만복대를 지나 Y자형태인 고리봉에 다다릅니다. 고리봉에서 우측의 길로 북상하면 세걸산을 지나 철쭉 명산인 바래봉으로 이어지며, 서북쪽으로 북상하면 백두대간길인 수정봉과 고남산으로 연결됩니다. 수정봉은 백두대간 제2구간(성삼재∼여원재) 제4소구간(고기리∼수정봉∼여원재)에 위치한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오늘은 수정봉을 거쳐 서남쪽의 구룡폭포를 경유할 계획입니다.
주지봉의 위용
산행 들머리는 남원시 운봉읍의 서쪽 24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여원재입니다. 가야할 방향으로 대한불교호국선교총본산 주지사 표석과 백두대간 여원재 휴게소 옆에 동학농민혁명유적지 안내표석이 보입니다. 백두대간 등산안내도 옆의 등산로로 들어섭니다. 수정봉까지의 거리가 4.8km로군요. 산 속으로 진입하니 초록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임도를 지나 고도를 높이니 다시 임도입니다. 이정표는 수정봉 3.8km, 여원재 0.6km, 주지암 0.3km 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원재에서 수정봉까지 4.4km라는 말인데 아까 이정표와는 무려 400m 차이가 나는군요. 여기서 그냥 수정봉 방향으로 들어서면 안 됩니다. 반드시 우측의 임도로 따라 주지암 쪽으로 가야합니다. 왜냐하면 주지암은 매우 옹골찬 암봉으로 이곳은 조망의 명소이기 때문입니다.
여원재 후게소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도
수정봉 이정표
초록 세상
주지암 이정표
임도를 따라 약 100여 미터 가다가 기역자로 꼬부라지는 곳에서 우측의 사잇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이정표 대신 등산리본이 매달려 있으므로 길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곳입니다. 소나무 숲길을 약 200여 미터 걸어가면 마치 바위조각으로 탑을 쌓은 듯한 모습의 주지암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암봉의 좌측으로 돌아가면 꼭대기로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한 차례 로프를 잡아야 하지만 꼭대기의 풍광은 정말 일품입니다. 북쪽으로는 백두대간 길인 고남산이 뻗어 있고, 동쪽으로는 바래봉 능선이 남북으로 달리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이름 모를 산세가 펼쳐집니다. 암봉 꼭대기에는 부처님(석불)이 모셔져 있는데, 중생들을 굽어보며 오늘도 자신을 찾은 사람들의 안전산행을 기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지암
가야할 능선
북쪽 고남산 방면
서쪽 방면
꼭대기 불상
주지암에서 조망을 즐기다가 꼬부라진 삼거리로 되돌아와 바로 맞은 편 산 속으로 다시 들어섭니다. 백두대간 길이라 등산로도 분명하고 위험한 구간은 전혀 없지만 아직도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다 보니 비록 숲 속이지만 땀을 많이 흘려 피로도가 점점 높아집니다. 몇 차례 봉우리를 오르내린 후 우마차가 다녔다는 입망치에 도착합니다.
가야할 수정봉
입망치 이정표
입망치에서 수정봉까지의 거리는 1.3km에 불과하지만 계속 오르막이어서 만만치 않습니다. 등산기점인 여원재의 해발이 470m이기에 해발 805m인 수정봉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오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여러 개의 봉우리를 넘어 왔기에 다리의 힘은 점점 풀려갑니다.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자 드디어 수정봉(805m)입니다. 수정봉은 산 중턱에 수정이 생산되던 암벽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정상 이정표에는 여원재까지의 거리가 4.2km로 표기되어 있어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한 거리표기는 믿을 수가 없군요. 정상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계속 남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던 산길을 또 다시 오릅니다. 남서쪽으로 보이는 능선이 세걸산인 듯 합니다. 2-3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하니 드디어 서쪽인 우측으로 빠지는 능선 삼거리입니다. 일부지도에는 덕운봉(또는 덕음산 745m)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정식으로 이름이 정해지지는 않은 듯 하군요. 현지 이정표에도 백두대간방향인 남북으로만 목적지가 표기되어 있을 뿐 구룡폭포로 이어지는 주요한 기점에 안내문하나 없는 게 이상합니다. 다만 선답자들이 남원시에서 세운 공식이정표에 화살표시로 구룡폭포(구룡사)를 표기해 둔 게 전부입니다.
세걸산 방향
능선 삼거리(덕운봉?) 이정표
우측의 구룡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사실 구룡봉도 보통 지도상에는 잘 나타나지 않은 이름입니다. 가야할 구룡봉(728m)은 매우 밋밋해 보였지만 실제로 걸어보니 오르내림이 상당히 심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미 많이 지친 탓도 있겠지요. 몇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한 후 주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지만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 다만 산성터의 흔적이 보이는데 일부 지도에 남악산성이라고 적혀 있군요. 구룡능선을 따라 계속 가노라니 드디어 임도를 만납니다. 이제 지루하고 힘들었던 산길 대신 임도를 만나 고생길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습니다. 평탄한 임도로 이어지던 길이 지리산 둘레길과 구룡폭포 갈림길에서 다시 험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구룡폭포로 내려서는 길도 만만치 않더군요.
가야할 구룡봉
임도와 소나무
둘레길과 구룡폭포 갈림길
구룡폭포 위에는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상단폭포에는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지만 하단폭포는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폭포의 모습이 매우 웅장하군요. 그러나 앞으로 구룡계곡을 빠져나가야 하는 길손은 폭포에 머무를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계곡의 벼랑에 설치된 계단이 매우 가팔라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추락주의라는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군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무사히 위험구간을 벗어납니다. 아마도 우리 나라 폭포 중 입구에서 폭포에 접근하는 데 가장 위험하고 험한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간에 비폭등(구룡계곡 구곡 중 제7곡)같은 명소와 상당히 시원한 소규모의 폭포가 여러 차례 보였지만 몇 곳만 카메라에 담고는 급하게 이동합니다. 계곡의 물은 정말 깨끗했지만 겨우 세수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구룡폭포(상단)
구룡폭포(하단)
가파른 철계단
구룡계곡(九龍溪谷)은 육모정으로부터 북쪽 2.8km의 계곡으로 옛날 사월초파일이면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 군데 폭포에서 한 마리씩 자리 잡고 놀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구룡계곡에는 다음과 같은 제9곡의 명소가 있는데 급히 빠져 나오느라 비폭등과 경천벽만 보았을 뿐 다른 곳은 눈여겨보지도 못했습니다.
제1곡 : 송력폭포(약수터)
제2곡 : 용소(龍沼), 불영추, 용호석문
제3곡 : 학서암
제4곡 : 구시소 또는 서암
제5곡: 유선대(遊仙臺) 또는 은선병
제6곡 : 지주대
제7곡 : 비폭동(飛瀑洞)
제8곡 : 석문추 또는 경천벽
제9곡 : 구룡폭포 또는 교룡담
계곡입구에는 "한국의 명수(名水) 구룡계곡"이라는 표석이 서 있네요. 우측의 용호서원과 육모정을 지나니 바로 이웃에 성춘향의 묘지가 있지만 답사할 시간이 없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지리산 국립공원 북부지구 구룡탐방소 주차장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거의 6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준족들은 오늘 산행이 편안하고 힘들지 않았다고 했지만 여러 등산객들은 매우 힘들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는 땀을 워낙 많이 흘렸고, 여원재에서 구룡봉(?)까지 오르내림을 많이 했으며 특히 험한 구룡계곡을 빠져 나오느라고 신경을 많이 쓴 탓입니다. 글쓴이의 체력으로 한 여름의 산행은 5시간 이상은 무리임을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주지봉에서의 멋진 조망과 몸서리치는 구룡계곡의 체험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춘향 묘지 입구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8월 17알 (토)
▲ 등산 코스 : 여원재-주지암-입망치-수정봉-능선 삼거리(덕운봉)-구룡봉-둘레길 갈림길-구룡폭포-비폭등
-육모정-구룡탐방소 주차장
▲ 산행 거리 : 약 12km
▲ 소요 시간 : 5시간 45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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