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1,468m) 동쪽에는 응봉(1,436m)이 있고 화천군(사내면)-춘천시(사북면)의 경계를 따라 이칠봉을 지난 다음 동북쪽 능선에 위치한 산이 샛등봉(885m)입니다. 신선봉(1,021m)은 샛등봉의 동남쪽에 자리잡은 산입니다. 화천군 사내에서 56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다가 용담천 변의 물안교에서 하차합니다. 교량 앞에는 등산안내도가 있는데, 현 위치를 기준으로 제작해 동서남북은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용담천은 이외로 폭이 넓고 수량도 많은 듯 합니다.
샛등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천군 일원
물안교 입구
동서남북이 다르게 그려진 등산 안내도
용담천
물안교를 건너 민가지역을 지나 안으로 들어섭니다. 샛등봉은 일반에게 잘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등산로는 제법 뚜렷합니다. 키를 넘는 잡풀 숲을 지나 실개천을 건너 좌측의 경사면을 오릅니다. 길이 엄청 가파릅니다. 잠시 후 샛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만나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바람이 없는 곳에서는 무척 더웠지만 능선에 올라서니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기운이 완연합니다. 완만한 곳과 급경사가 교대로 나타나며 고도를 높이더니 큰 암봉을 돌아 오르자 샛등봉입니다. 그래도 반듯한 표석이 반겨주는군요. 그렇지만 잡목으로 인해 바깥의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정상까지 오는 길에 한번도 조망을 하지 못해 매우 섭섭했는데, 신선봉에서 남쪽으로 약 50여 미터에서 좌측으로 내려서기 직전 우측에 조망터가 있습니다. 북서쪽 화천군 일대와 이름 모를 산들이 파노라마를 그리고 있는데요. 이곳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시원한 조망이 샛등봉과 신선봉을 답사하면서 카메라에 담은 유일한 풍경사진입니다.
샛등봉 암봉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다시 고도를 높입니다. 샛등봉에서 약 1.2km 지점에 갈림길인 1,050봉입니다.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생기봉(1,090m)을 지나 이칠봉(1,287m)이며, 신선봉은 동쪽으로 가야 합니다. 갈림길에서 신선봉까지는 약 1kmfh 그냥 초원을 걷는 것처럼 길이 매우 좋습니다. 신선봉에는 어느 등산매니아가 걸어둔 안내문만 걸려 있을 뿐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샛등봉 정상표석과 선답자들의 리본을 제외하고는 산행을 하면서 등산안내이정표를 전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선봉(神仙峰)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은 정말 산세와 조망이 좋은 명산입니다.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문경의 마패봉(마역봉, 922m) 서쪽 신선봉(967m, 괴산)이나 충주호 인근 금수산 북쪽의 신선봉(845m, 제천)은 정말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거든요. 그렇지만 이곳의 신선봉은 이름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신선봉에서 좌측으로 북동쪽 능선을 따라 하산합니다. 하산길이 매우 가파르고 또 미끄러운 곳도 있어 발걸음이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 일변도의 길에서 무리하다가는 무릎고장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등산스틱은 필수적입니다. 등산스틱을 사용하면 등산로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틱은 체중분산으로 무릎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며 등산객의 안전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등산로주변의 나무를 손으로 붙잡지 않아 수목보호에도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등산스틱 사용금지를 주장할 게 아니라 올바른 사용법을 계도해야 할 것입니다.
지루한 경사로를 벗어나 드디어 하늘이 보이는 넓은 공간으로 나왔습니다. 주변의 수목이 원시림을 방불케 합니다. 우래골에는 명경지수 같은 맑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얼굴과 발만 씻어도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입니다. 전원주택을 지나자 수령 180년의 보호수 소나무가 이방인을 반겨주는 춘천시 사북면 오탄3리입니다. 오늘 산행에 약 5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좀처럼 답사하기 어려운 오지의 산을 걷고 보니 기분은 매우 뿌듯합니다.
수령 180년의 보호수 소나무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8월 31일 (토)
▲ 등산 코스 : 물안교-임도-샛등봉-1021봉-신선봉-북동능선-우래골-오탄3리 보호수 소나무
▲ 산행 거리 : 약 8km
▲ 소요 시간 : 4시간 50분
▲ 산행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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