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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한 역의 주상욱                    차윤서 역의 문채원              박시온 역의 주원


사람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유는 다를 것입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재미 또는 취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의 작품도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굿닥터처럼 보는 내내 감동을 주는 드라마는 흔치 않습니다. 글쓴이는 원래 의학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위가 약해 적나라한 수술장면을 보는 게 편치 않아서입니다. 그런데 굿닥터는 수술장면을 이외로 조화 있게 노출해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등장인물들 중 착한 사람이 많음도 좋은 드라마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자폐증환자인 박시온(주원 분)을 이사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원대병원에 근무도록 조치한 이는 시온이 어렸을 때부터 아들처럼 돌봐왔던 최우석(천호진 분) 원장이었습니다. 시온은 항상 어깨를 구부정하게 한 자세로 말도 어눌하지만 의학지식 암기능력은 비상해 한번 본 것은 전부 외우는 천재입니다. 그러나 레지던트 1년차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능력으로 환자들을 위하고 환자들과 동화되어 가는 모습은 비록 자폐증환자라도 잘 훈련만 하면 수술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집도의사 된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시온이 시련 속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음은 주변에서 당근과 채찍이 함께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당근 역할은 펠로우 2년차인 차윤서(문채원 분)입니다. 그녀는 누나 같은 부드러움으로 시온이 좌절하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윤서의 호의에 대해 시온은 처음부터 경계를 풀었고 윤서가 접근할 때마다 딸꾹질을 하며 점점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최장기 입원환자인 어린 나인혜(김현수 분)의 조언을 받아 윤서에게 꽃 한송이를 선물하면서도 고백은 하지 못했었지요.

차윤서는 소아외과 부교수인 김도한(주상욱 분)을 짝사랑하면서 정혼녀인 유채경(김민서 분)을 멀리하고 점점 그녀에게 다가오는 김도한과 박시온과의 관계를 적절히 조절하는 소아외과의 홍일점입니다. 외과의 고참으로서 남자후배들에게는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이기도 합니다. 통학버스의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박시온은 처음으로 집도에 성공하였고, 윤서는 이런 그를 마냥 자신이 돌봐야 하는 어린 동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기로 작심하고는 그를 멀리하려고 했습니다.

 

한편, 박윤서가 집도한 동진 어린이가 수술후유증으로 퇴원을 하루 앞두고 재수술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환자 어머니는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는데, 시온은 보호자에게 이번 사태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아이가 구토하는 것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시온의 간곡한 사과에 보호자는 결국 물러서고 사태는 잘 수습이 되었습니다. 윤서는 시온을 불러 왜 그랬냐고 화를 냈지만 시온의 마음 속에는 이미 윤서가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온이 이런 윤서를 포옹했을 때 남녀간의 사랑이 이토록 숭고하고 감동적일 수 있는지 처음 깨달았습니다.

박시온은 성악천재 규현(정윤석 분)의 수술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늑대소녀 은옥(유해정 분)을 같은 눈 높이로 대해 그녀의 야수 같은 마음을 잠재우고 사람으로 돌아오게 했으며, 위험한 임산부 이수진(곽지민 분)을 수술하도록 설득해 산모와 아기를 모두 살리도록 했습니다. 또 시온은 여러 차례 수술과정에서 김도한도 미처 잡아내지 못하는 부문을 지적해 환자를 살리는데 기여했습니다.

박시온의 아버지 박춘성(정호근 분)은 폭력가장으로 아내 오경주(윤유선 분)에게는 자폐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아들 시온은 병신인 자폐아라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아내는 아들에게 편지 한 장 남기고 가출했습니다. 그 후 오경주는 시온이 근무하는 병원식당에서 일하며 아들에게 음식을 몰래 해 주는 등 못 다한 사랑을 베풀고 있습니다. TV를 시청하다가 박시온을 본 아버지 박춘성이 병원에 찾아오자 시온은 폭력아버지를 본 순간 과거의 트라우마(재해를 당한 뒤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로 졸도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입니다. 주변에서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이젠 후두암으로 생명이 위독한 아버지에게 조심스레 접근해 보지만 난폭함을 그대로 간직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무나도 큰짐입니다. 반면, 오경주는 어미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온에게 안쓰러운 나머지 스스로 어머니라고 밝혔지만 시온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면서 어머니가 필요 없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듭니다.

 

부교수인 김도한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의사입니다. 그의 진료를 받기 위해 환자들은 몇 개월 씩 기다릴 정도니까요. 그는 처음에는 박시온이 못마땅했지만 점점 그의 천재성에 매료되었고 나중에는 그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채찍을 가했습니다. 시온이 병원에서 잘 적응하고 성장하는 데는 김도한의 공이 큽니다. 그는 어느 날 건달들이 박시온에게 행패를 부리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건달 둘과 맞서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강현태(광도원 분) 부원장이 박시온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김도한이 시온을 남다르게 챙기는 것은 죽은 동생에 대한 기억 때문입니다. 시온은 어렸을 때 동굴이 무너져 죽은 형과 토끼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어린이병동에서 일하는 나인영(엄현경 분)은 동생 나인혜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밤업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영을 좋아하는 한진옥(김영광 분)이 이 사실을 알았고 나중에 인혜도 언니가 룸살롱에서 일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인영은 생활고로 어찌할 수 없는 처지라 안타까움을 더해 줍니다. 

한편, 성원대병원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물밑싸움이 점입가경인데요. 이의 중심에 선 이는 놀랍게도 병원 경영기획실장인 유채경입니다. 채경은 병원의 재단이사장이던 아버지가 병사하자 후임 이사장이 된 계모 이여원(나영희 분)을 몰아내고 자신이 이사장이 되어 병원경영권을 되찾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끌어들인 인물이 정 회장(김창완 분)인데요. 이 사람은 공교롭게도 그전 병원을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자는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으로 병원경영보다는 일단 인수한 후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해 값을 올린 다음 차익을 챙기고 발을 빼는 먹튀수법을 사용합니다. 채경은 재단후원을 중지시켜 병원을 어려움에 처하게 만든 다음 이를 빌미로 이여원을 내쫓으려고 회장과 결탁했는데, 김도한으로부터 아버지를 죽게 만든 정 회장과 제휴하느냐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어린 채경은 계모를 미워한 나머지 정 회장의 실체를 몰랐던 탓이지요. 

 

아무튼 <굿닥터>는 외과의사들의 고난과 보람, 자폐아인 박시온의 사랑과 성취, 가족관계의 중요성,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 병원경영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몰지각한 인간군상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준 높은 감동의 드라마로 월요일을 기다리게 합니다. 다만 한 때 늑대소녀까지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었지요. 아무튼 박시온 역의 주원은 애국심에 붙타는 독립투사 <각시탈>에서 자폐증을 앓는 의학천재로 변신했고, 차윤서 역의 문채원은 <공주의 남자>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의 이미지를 벗고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다정다감한 여성으로 돌아왔으며, 김도한 역의 주상욱은 <신들의 만찬>에서는 별로 존재감이 없었지만 굿닥터에서는 명의이면서도 불의에 과감하게 맞서는 박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호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묘한 상황에서도 감정선을 잘 처리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명품 배우들로 굿닥터의 일등공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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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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