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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앙금 역의 김해숙                          허세달 역의 오만석                      고민중 역의 조성하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식구들>을 보노라면 도대체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뭘 보여주려는 것인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회까지 방영된 결과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라고는 이앙금(김해숙 분)의 자식차별과 고민중(조성하 분)의 끝없는 시련, 최상남(한주완 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왕광박(이윤지 분)-허영달(강예빈 분)의 삼각 로맨스뿐입니다. 정말 개념 없는 왕수박(오현경 분)은 일이 제대로 안 풀린 땐 "난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임을 입에 달고 다니고, 아내 왕호박(이태란 분) 때문에 입에 풀칠을 하고 있던 남편 허세달(오만석 분)은 "미쳐버리겠다"는 말이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말았습니다. 집안의 어른인 안계심(나문희 분)은 소동이 일어날 때마나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극중 등장인물들이 이런 말을 할 때 처음에는 애교로 받아주었지만 자꾸 들으니 식상하고 이제는 짜증이 납니다.

그러나 더욱 짜증나는 일은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입니다. 시모가 며느리를 차별하거나 장모가 사위를 차별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친정엄마가 출가한 딸을 그 재산능력에 따라 차별한다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앙금은 싸가지 없고 무개념인 장녀 왕수박은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생활력 강하고 착한 차녀 왕호박은 친정에 물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닦달하며 구박하였고, 호박은 어렸을 때부터 매질로 일관한 어머니에게 지난날을 사과하라고 했지만 이앙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앙금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왕수박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왕수박의 남편 고민중은 사업이 부도나 알거지가 되자 앞으로 3년 만에 재기하려는 꿈을 안고서 이를 악물고 민중택배를 차려 온몸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박은 세든 집에 살면서 남편에게 밥도 차려주지 않고 아이들도 친정에 맡겨 키우는 등 기본이 안된 여자입니다. 보다 못한 친정에서는 고민중-왕수박 부부를 집으로 불러들여 민중으로서는 처가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앙금이 사위를 집으로 부른 것은 사위 때문이 아니라 딸 때문입니다. 앙금은 그전에는 항상 사위 고민중을 "우리 고 서방"이라며 추겨 세웠지만 사업이 망한 이후부터는 사위 알기를 개떡으로 알고 무시해 오고 있습니다.

일단 사위를 집으로 불렀으면 밖에 나가 일할 수 있도록 직접 식사를 차려 주든지, 아니면 딸인 수박에게 남편의 식사를 준비하도록 조치하는 게 도리입니다. 그런데 장모도 아내도 밥을 챙겨주지 아니해 민중은 아침을 얻어먹지 못하고 출근하기 일쑤고, 귀가한 후에도 저녁을 먹지 못해 밤중에 몰래 부엌으로 나와 식은 밥이라도 찾아먹으려다가 달가닥거리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장모에게 들킬까봐 도둑고양이처럼 행동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앙금은 사위에게 이른 아침 쓰레기까지 버리라고 하는군요. 이런 쓰레기는 반백수인 시동생 왕돈(최대철 분)에게 시켜도 되련만 하필이면 고민중에게 시키는지 이앙금은 정말 심뽀가 고얀 여자입니다. 시청자로서는 고민중이 처가살이 대신 왕수박과 당장 이혼해 버리고 첫사랑(?)인 오순정(김희정 분)과 애틋한 사랑을 되찾기를 바랬지만 왕가네 식구로서 그럴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왕짜증나는 다른 하나는 왕호박의 남편 허세달이 이상한 여자 은미란(김윤경 분)을 만나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입니다. 약간 모자란 듯한 세달은 직장에서 힘든 일을 하는 아내 왕호박이 먹는 것 입는 것 절약해서 번 돈으로 내 집까지 마련했습니다. 물론 집을 사는 타이밍이 좋지 않아 집을 사고도 친정엄마로부터 축하는커녕 망한 언니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집을 사서 폼을 잡는다며 온갖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자 세달은 처갓집을 방문해 집을 마련한 게 뭐가 잘못이냐며 "내 사람, 내 아내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큰소리쳐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허세달에게 꽃뱀 같은 여자 은미란이 접근했습니다. 미란은 아내의 노력으로 세달이 근무하게 된 호텔의 이사라고 했는데, 세달을 처음 본 순간부터 유혹하더니 나중에는 전속 운전기사로 고용하여 자기 마음대로 부려먹기 시작했습니다. 미란은 세달에게 1억원 한도의 VIP신용카드를 제공하였는데, 세달은 이를 가지고 친구들에게 고깃집에서 꽃등심을 사주며 그간 얻어만 먹던 빚을 갚으려 했고, 처갓집에는 바라바리 선물과 고기를 사들고 찾아가 크게 한턱 쏘았습니다. 그러자 이앙금은 지금까지 무시하던 태도를 180도 바꾸어 "우리 허 서방"이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남편이 이상한 여자에게 낚인 줄도 모르는 아내 황호박은 세달의 말을 듣고는 그 이사에게 딱 달라붙어 하라는 대로 다 해주라면서 집에는 들어오지 않아도 좋다고 했습니다. 호박으로서는 어렵게 취직한 남편이 쫓겨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미란의 카드공세와 애정공세에 신이 난 세달은 미란에게 앞으로는 오빠라고 부르라고 요구합니다. 이제는 반말까지 하느냐는 미란에게 세달은 "애인끼리 어찌 존댓말을 사용하나? 싫으면 말든가!"라고 대꾸하네요. 그러고 보면 어리바리해 보이던 세달도 여자 다루는 솜씨는 보통이 아닌 듯 합니다. 그러면서 세달은 연상녀와 결혼해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신세한탄을 하는군요. 이에 질세라 미란도 지금까지 아버지 감시 하에 친구도 없이 꼭두각시처럼 살았다며 세달과 모든 연애놀이를 다 하되 부인에게 절대로 걸리지만 말라고 당부합니다.

미란은 세달에게 "오빠 뭐해? 어제는 너무 즐거웠어. 다음에 놀이공원 가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빠의 휴대폰을 먼저 본 아들 신통(이태우 분)과 방통(홍현택 분)이 놀라 어머니 호박에게 이상한 메시지가 왔다며 보여주었지만 호박은 스팸문자라고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후일 호박은 남편의 외도를 알고는 기절하겠지요. 솔직히 세달의 이런 일탈은 너무나도 뜬금 없습니다. 설사 지금까지 아내로부터 하루 용돈 3천원씩 받고 살아온 인생이 서글퍼 돈에 눈이 멀었겠지만 조강지처 몰래 이처럼 바람을 핀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내와 아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세달이 애인이 준 카드로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으로 가서 놀아준다면 이게 남편의 도리일까요? 왜 제작진은 정신 못 차린 세달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행운(?)을 주면서 착한 호박이 후일 피눈물을 흘리도록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드라마 시청률 1위(10월 6일 기준 27.6%)만 믿고 제작진이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계속 전개하지는 않겠지요? 시청률 1위의 실적은 잘 만든 드라마이기보다는 주말 황금시간대 타 방송사에서는 드라마 방영이 없기 때문에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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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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