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음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지나온 산들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소재 달음산(588m)은 정상에 거대한 바위봉우리의 주봉인 취봉을 비롯해 좌우로 문래봉과 옥녀봉 등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며, 일망무제(一望無題)의 동해바다와 천성산 및 금정산 등 주변 산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산입니다. 달음산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천마산(418m)·함박산(치마산, 457m)·문래봉(511m)·당나귀봉(574m)·철마산(605m)이 일렬로 뻗어 있습니다.
60년만의 청마해라는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새해일출도 볼 겸 말(馬)의 이름이 들어간 철마산과 함박산(치마산) 및 천마산을 답사하는 것도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되어 2013년 제야의 종소리가 들리는 밤 24시 서울(사당역)에서 무박산행을 떠났습니다. 글쓴이는 원래 무박산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박일 경우 적어도 10시간 이상의 산행을 해야함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있기도 하지만 달리는 버스 속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날 너무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등산버스는 약 5시간을 달려 경남 양산시 철마면 임기리 영천초교 버스정류소에 도착했습니다. 캄캄한 밤이라 사위가 구분되지 아니합니다. 입석마을회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석버스정류소를 뒤로하고 마을사이로 난 대로를 따라 가다가 우측의 산길로 접어듭니다. 한 손에 손전등을 들었더니 매우 불편하군요.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랜턴은 몇 년 전 한번 사용한 후 그냥 방치했다가 이번에 확인해 보니 제품의 성능이 떨어져 작동을 하지 않더군요. 전기전자제품은 사용하지 않으면 망가진다는 진리를 확인했습니다. 고가의 제품을 새로 구입해도 앞으로 한 두 번 사용하고 둘게 뻔해서 항상 배낭 속에 넣고 다니는 손전등을 사용했는데, 양쪽의 스틱을 사용할 수 없는 게 문제였습니다.
철마산 서봉을 지나 철마산(605m)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는 반듯한 표석이 세워져 있었지만 플래시가 없는 카메라로는 증명사진을 찍을 수 없네요. 철마산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니 조망터인 당나귀봉(574m)입니다. 당나귀봉에도 표석이 세워져 있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그냥 눈으로 보고 만족합니다. 산악회 관계자는 이곳에서 새해일출을 보라고 하였지만 해가 뜨려면 40분을 기다려야 하기에 그냥 문래봉 방향으로 떠납니다.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가 우측으로 빠집니다. 직진을 하면 북쪽 망월산으로 이어지거든요.
임도를 만나면 그냥 따라가야 합니다. 민가가 있는 곳에는 거문산 정상 3.9km, 정관재 2.0km, 수도암 1.8km라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비로소 날이 밝아 정상적인 사진촬영이 가능하군요. 송전철탑을 지난 꼭대기(451봉)에는 용천지맥이라는 등산 전문가의 이정표가 걸려 있습니다. 여기서 동쪽 잡목사이로 새해의 태양이 살짝 보입니다. 일출조망대에서 보았더라면 정말 멋있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곳을 내려와 큰 봉우리를 오르니 문래봉(511m)입니다.
문래봉의 고도를 낮추는 산길에는 나무계단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곰내재공원 직전에 보이는 대형건축물은 중증장애인 복지원인 <실로암의 집>입니다. 도로 위 동물이동통로를 지나면 함박산과 달음산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매우 조용한 숲길을 걸어가니 임도가 나오는데 임도를 건너 맞은 편 산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동쪽으로 이어지다가 T자형 갈림길에서 좌측인 북쪽 함박산(치마산)으로 방향을 틉니다. 정상의 돌탑에는 조그만 돌에 함박산과 치마산이라는 이름을 새겨 두었군요. 현지의 이정표는 전부 함박산으로만 표기되어 있기에 글쓴이도 함박산에 치마산이라고 부기(附記)합니다.
문래봉 하산길의 나무계단
실로암의 집
곰내재 이정표
함박산(치마산) 정상
함박산을 내려와 천마산으로 오릅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함박산과 천마산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 보여 별도의 산 이름이 붙은 게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오니 함박산에서 고도를 완전히 낮춘 다음 다시 천마산으로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이곳뿐만 아니라 지나온 모든 산과 봉우리(철마산, 당나귀봉, 문래봉, 함박산)를 연결하는 안부의 해발고도가 매우 낮아 산행하기가 상당히 힘든 산입니다. 천마산 정상인근 조망대에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산봉이 잘 보이며 우측에 정관신도시의 모습도 한 눈에 들어옵니다. 천마산 정상에도 돌탑과 이정표뿐 표석은 없네요. 당당한 표석이 있었던 철마산은 어둠으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날이 밝은 후 답사한 함박산과 천마산은 사진 찍을 표석이 보이지 않아 섭섭합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와 유사하겠지요.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니 하는 말입니다.
천마산 조망대에서 뒤돌아본 함박산
천마산 돌탑
천마산 이정표
이제 달음산 정상까지는 2.3km 남았습니다. 내리막길에 큰 입석이 보이네요. 달음산 오름길의 전망대에서 올려다보는 정상의 암봉이 매우 위압적입니다. 대형 암봉사이로 요리조리 돌아가니 드디어 달음산 정상(588m)입니다. 암봉 위로 접근하는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네요.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세와 조망이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동쪽의 동해바다는 희뿌연 박무로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일출명소임을 단박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지나온 산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으며, 남쪽으로는 월음산(421m)이 내려다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정상의 바위군이 압권입니다. 마치 월출산의 기암괴봉 또는 북한산의 정상인 배운대에 선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달음산은 부산 사람들이 아끼고 자랑할만한 명산입니다.
정관신도시
입석
달음산 정상표석과 동해바다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정상 안부에서 우측으로 가면 편한 길이지만 북쪽 암봉으로 오르면 바위틈새로 철계단을 설치해 안전이동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북동쪽으로 내려서 전망데크를 뒤로하고 계속 고도를 낮춥니다. 갈미산 갈림길에서 우측 옥정사 방향으로 몸을 돌려세우면 옥정사입니다. 옥정사에서 도로를 따라 가면 부산울산고속도로 아래 광산마을입니다. 오늘 산행에 7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무리해 몸은 피로하지만 하루만에 4개의 산(철마산,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을 답사하였고, 특히 달음산 정상에서 만끽한 멋진 풍경은 오래도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갈미산 길림길 이정표
옥정사
광산마을에서 뒤돌아본 달음산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월 1일 (12월 말일 무박)
▲ 등산코스 : 입석마을회관-철마산 서봉-철마산-당나귀봉-문래봉-곰내재-함박산-천마산-달음산-조망데크
-갈미산 갈림길-옥정사-광산마을
▲ 산행 거리 : 약 14.5km
▲ 소요 시간 : 6시간 55분
▲ 산행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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