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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로봉 뒤로 보이는 노고산



마니산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강화도의 마니산(468m)을 떠올립니다.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은 단군이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며, 조선후기까지도 이곳에서 제천의식이 행해졌다는 명산입니다. 충북에도 동일한 이름의 마니산(640m)이 있습니다. 영동군 양산면과 옥천군 이원면의 경계에 위치한 마니산은 서쪽 501번 지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천태산과 동서로 마주보고 있는 산입니다. 어류산(480m)은 마니산의 동북쪽에, 노고산(429m)은 마니산의 동남쪽 C자형의 능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류산에서 마니산을 거쳐 노고산을 종주할 계획입니다. 겨울산행으로는 다소 긴 6시간이 소요되는 등산이라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어류산 동남쪽 금강변의 태소마을(기호마을) 버스정류소입니다. 바로 옆 거대한 태소마을표석이 이방인을 주눅들게 하는군요. 이곳은 국회의장을 역임한 박관용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고향이라고 합니다.

 태소마을표석

 버스정류소
  

 

마을 안으로 들어섭니다. 좌측에 수령 300년의 보호수가 있는데, 매우 드물게 보는 떡갈나무로군요. 도로를 따라 걷다가 우측의 산길로 접어듭니다. 희미한 등산로가 보이는 듯 하지만 사람들이 별로 자주 찾지는 않은 길로 보여집니다. 정말 가파르군요. 6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이토록 진을 빼버리면 나중이 문제입니다. 능선에 다다라 바라보는 금강과 우리의 산하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맞은 편의 시루봉(346m)이 우뚝하군요.


 

 구비치는 금강

 시루봉



최근 내린 눈으로 온 산하가 하얗게 변했고, 나뭇잎에도 눈꽃이 더러 피어 있습니다. 어류산(御留山, 480m)에서의 조망이 매우 좋습니다. 어류산이라는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강원도 횡성의 어답산(御踏山, 786m)도 삼한시대의 태기왕이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에 쫓겨 이 산에 머물렀다는 전설과 같은 맥락입니다. 정상에는 어느 등산매니아 붙여둔 코팅지 뿐이네요.


 


 


 

 


정상에서 좌측으로 90도 정도 꺾어 급경사를 내려옵니다. 부드러운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릅니다. 침엽수림이 무성한 능선을 가노라니 사자머리봉(562m)이라는 안내문이 보이네요. 능선을 따라 조금 더가니 향로봉 뒤로 가야할 노고산의 능선이 멀리 보입니다. 지도상으로는사자머리봉에서 마니산까지는 매우 가까워 보였지만 실제로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가야 하는 고달픈 길입니다. 마니산(640m) 정상에는 오석으로 만든 표석이 서 있지만 눈을 맞아 습기 때문에 글씨가 분명히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글씨에 노란 페인트라도 칠해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경남 함양이나 거창 소재 산의 표석에는 붉은 페인트로 칠한 글씨가 있지만 북한이 애용하는 형태여서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평탄한 안부


 


 

 지나온 어류산


 


 

 향로봉 뒤로 보이는 노고산


 

 글씨를 읽을 수 없는 마니산 정상표석 

 

마니산 능선을 따라 갑니다. 능선 좌측은 천애절벽이로군요. 마니산의 서쪽에는 천태산과 서대산이 있는데 서북쪽의 높은 산이 서대산으로 보여지지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급경사 암벽의 로프구간을 내려서고 나니 무릎이 시큰거립니다.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열심히 산에 다녔지만 이토록 무릎이 아프기는 처음입니다. 그간  산행이 힘들 때 다리가 무겁기는 하였지만 무릎은 전혀 이상이 없었거든요. 아직도 가야할 길은 먼데 무릎이 아프니 이거 큰일났습니다. 여기서 노고산을 거쳐 하산할 때까지는 탈출로도 없습니다. 함께 하던 일행들과 뒤에 오던 등산객들도 모두 글쓴이를 앞지릅니다. 약속된 시각보다 늦게 하산하면 등산객들을 기다리게 해 민폐가 되므로 가급적 빨리 걸으려 입술을 깨물어 보지만 무릎의 통증은 점점 심해집니다.

 마니산 남서쪽 조망


 

 가야할 노고산



480봉을 지나 노고산으로 오르는 길이 이토록 멀게만 느껴지기는 처음입니다. 뒤에 오는 등산객 두 명에게 무릎이 아프다고 했더니 "뒤에 후미가 있으니 천천히 오라"고 위로하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집니다. 사실 글쓴이도 뒤에 사람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가 후미가 있다고 한 말은 글쓴이에게 천천히 안전산행을 하라는 배려의 뜻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 산악회는 선두대장은 있지만 후미대장은 없습니다. 산행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등산에는 일가견이 있는 베테랑들이기에 산악회에서는 등산길만 안내하고 스스로의 책임으로 산행을 하라는 것이지요. 노고산(429m) 정상을 지나 급경사를 내려서는 것은 정말 괴롭습니다. 오르막은 쉬어가면서 오르면 되지만 내리막의 경우 무릎의 통증이 더욱 심하게 느껴지거든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앞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외롭게 내려오는 신세가 처량합니다.

 뒤돌아본 마니산


 


 


 

 


묘지를 지나 계단을 내려오니 마을이 보입니다. 드디어 고생이 끝난 것입니다. 그래도 평지는 걸을 만하여 죽산보건진료소 옆 죽산새마을회관(죽산 경노당)에 도착합니다. 버스출발예정시각을 10분 남겨놓고 하산을 완료하여 민폐를 끼치지 않은 것만도 무척 다행입니다. 오늘 산행에 6시간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무릎만 정상이었으면 30∼40분은 일찍 하산했을 것입니다. 급경사가 너무 심한 곳을 다섯 번이나 오르내려야 했으니 글쓴이의 체력에는 무리였나 봅니다. 앞으로는 당분간 산행을 그만두고 무릎이 안정될 때까지 푹 쉬어야 하겠습니다.


 

 죽산 경노당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2월 9일 (일)
▲ 등산 코스 : 대소마을버스 정류소-임도-어류산-사자머리봉-마니산-로프구간-노고산-죽산리마을회관
▲ 산향 거리 : 약 10.5km
▲ 소요 시간 : 6시간 10분(무릎고장으로 서행)
▲ 등산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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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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