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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제47회에서는 실로 중요한 몇 가지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 중에서도 그간 매박상단 수령이 누구인지 그 정체를 두고 MBC측에서는 시청자 이벤트까지 실시했고 많은 사람들이 매우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령이 마스크를 벗고 베일에 가려졌던 얼굴이 드러내자 글쓴이는 경악과 한숨을 금치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하게 생각했으면 금방 풀릴 수 있는 문제를 너무 어렵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중간에 제작진이 수령의 손으로 연약한 여자의 손을 보여주었을 때 글쓴이는 이에 부회뇌동(附和雷同)하여 "반쯤 밝혀진 매박수령의 정체"라는 코미디 같은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밝혀진 매박수령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고, 황궁 내 지체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지체는 낮지만 힘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이 수령에 대해서는 이 글의 말미에 다시 재론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회에서는 귀비(하지원 분)와 왕유(주진모 분)가 그토록 살리려고 했던 마하(김진성 분)가 독화살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왕유-귀비 사이에 태어난 마하는 실제 역사가 아니라 극의 중간에 흥미를 위해 추가된 인물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쯤에서 마하가 죽는 게 당연한 듯 보여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 귀비를 도운 서 상궁(서이숙 분)이 마하의 정체를 알고는 황제 타환(지창욱 분)에게 고하려는 순간 제47회가 끝났기에 만일 황제가 이 사실을 안다면 귀비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는 귀비와 백안(김영호 분) 및 황태후(김서형 분)간의 권력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백안의 전횡과 독단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탈탈(진이한 분)이 귀비를 몰래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심약한 황제는 왕유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린 상태입니다. 지금도 귀비가 왕유를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에 지난번 왕유를 살려주었다고 생각하며 귀비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지방행성주들을 비롯한 대소신료들은 폐후로 귀양을 간 바얀(임주은 분) 황후의 뒷배인 백안 대승상에 대한 파직을 건의하였지만 황제는 백안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내며 "대승상은 짐의 자존심이니 누구든 백안의 죄를 청하면 짐에 대한 불충"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백안은 대전 앞에 무릎을 꿇고 스스로 파직을 요청하여 황제에게 감동을 주는군요.

황제가 귀비를 멀리 한다는 사실을 눈치 챈 백안은 귀비와 고려인 그리고 이민족의 씨를 말리겠다며 경고했고, 귀비는 조정에 평화가 오기 위해서는 대승상과 귀비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며 날카롭게 대립합니다. 실제로 황제가 연회에 빠져 있을 때 황제의 옥새를 받은 백안은 귀비 측 사람들을 내치는 황제의 문서에 도장을 찍어 이들을 구금하여 고문하고 옥사에 가둡니다. 탈탈은 이들은 나라에 없어서는 안될 인재라고 반대했지만 귀비를 제거하려고 눈이 뒤집힌 백안이 탈탈의 건의가 귀에 들어오지 아니합니다. 귀비는 이들은 무고하니 자기에게 칼을 겨누라고 반말하지만 백안은 코방귀를 뀝니다.

황제도 귀비에게 왜 왕유를 죽이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면서 앞으로 황태자 모후 역할만 하고 나랏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선을 긋습니다. 귀비는 황제가 정신을 차리도록 황궁 밖으로 유인해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장을 보여주며 대승상은 백성들을 외면한다고 했지만 황제는 대승상을 믿는다며 귀비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군중 속에서 왕유를 발견한 황제는 정신을 잃고 낙마하여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황태후는 백안에게 황제가 깨어나기 전에 귀비 측 사람들을 역모죄로 몰아 제거하자고 의기투합하였는데, 이러한 낌새를 눈치챈 귀비가 선수를 치고 말았습니다. 귀비는 지방행성주들과 지지자를 모은 자리에서 황제를 대신한 어린 황태자에 대한 섭정을 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입니다. 그녀는 대승상이 망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며, 황태후가 황실재산을 바닥낸 휘정원의 관리책임자로 독만(이원종 분)을, 도성과 황실의 군권을 박불화(최무성 분)에게 준다고 공포하면서 황제가 백안에게 내렸던 인장을 회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렇지만 백안이 이제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귀비가 탈탈에게 도와달라고 하자 탈탈은 숭녕전(장서각)의 손자병법에 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귀비가 손자병법을 찾아보니 그 속에는 탈탈이 기록한 백안 측근들의 부정축재 등 비리혐의사실이 적혀 있습니다. 귀비는 태자의 생일을 맞아 이들에게 연회를 베풀겠다며 소집하고는 냉수 한잔을 주면서 비리를 밝혔고 박불화의 군사들을 시켜 모두 옥사에 감금하고 말았습니다. 탈탈은 독단적인 백안 대신 매사에 합리적인 귀비를 선택한 것입니다. 앞으로 백안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제 매박수령의 정체를 밝힐 때가 왔군요. 지난 46회에서 수령은 "황제가 귀비를 버렸으니 백안 편에 서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제시되어 수령은 황실사정 특히 황제의 동정(動靜)을 매우 잘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황실 측근 중에서 황제의 동정을 가장 잘 아는 누구입니까? 액정궁 총책인 태감 독만은 후궁들을 잘 알며, 시랑 장순용(김명국 분)은 황태후와 함께 합니다. 반면 내시백 골타(조재윤 분)는 황제의 수족처럼 움직입니다. 매박상단의 수령이 벗은 탈속의 인물은 바로 골타였고 옆의 인물은 황제의 호위무사인 나무(김무영 분)였던 것입니다. 골타는 "황제 마음이 귀비를 떠났다. 누가 권력을 잡든 우리도 그 권력을 이용해 득만 보면 된다. 그러다 보면 머지 않아 돈으로 권력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골타를 수령으로 의심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제작진이 이토록 중요한 단서를 미리 흘리는 것은 속임수라며 다른 사람을 찾기 시작했고 나중에 여자의 손까지 제시되자 그만 혼란에 빠진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골타를 매박수령이라고 끝까지 주장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사실 매박상단은 원나라 화폐인 가짜 교초를 만들어 유통시켜 원과 고려의 상권을 장악하고 무연고자들을 노예로 팔아 막대한 이득을 취하면서 뒤로는 연철 대승상의 자금줄이 되었던 악의 조직입니다. 따라서 황제 타환이 연철과 대립할 당시에는 골타는 전면에 나설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황제는 백안을 무한신뢰하고 있기에 돈벌이 목적인 매박상단이  백안 편에 붙어 거래를 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골타는 염병수(정웅인 분)와 조참(김형범 분)에게 서찰을 주며 백안을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백안에게 수령의 서찰을 건네주었는데, 서찰에는 이민족 상단의 재산을 몰수하여 통치자금으로 사용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백안은 당장 시정상인의 재산을 몰수하는군요. 이 광경을 목격한 탈탈은 백안에게 나라 경제가 파탄난 시점에 시정의 상권까지 무너지면 끝장난다며 상인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지만 기세가 오른 백안은 자신을 가르치지 말라며 마이동풍입니다. 잠시 후 귀비가 현장에 나타나 "왜 대승상의 폭주에 동조하느냐?"고 따졌는데, 탈탈은 오히려 귀비에게 목숨이 위험하니 싸움을 멈추라고 충고합니다. 이후 탈탈은 위에서 본 것처럼 귀비를 도왔고, 귀비는 황태자 섭정으로 뒤집기에 성공했습니다. 

정치란 뒤집기에 묘미가 있습니다. 요즈음 실화를 바탕으로 방영중인 <정도전>에서 삼봉 정도전의 지략으로 이성계를 제거하려는 조민수를 한방에 탄핵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한판의 뒤집기입니다. 이제 <기황후>도 종영까지 4회가 남아 있어 귀비가 반대파인 백안의 세력을 몰아내고 제1황후로 책봉되는 일만 남았군요.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기황후>는 매우 흥미진진한 드라마임은 틀림없습니다. 꾸준하게 기록되는 25%대의 시청률이 이를 반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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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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