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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릉 입구의 광해군 묘 가는길 현수막  

남양주 광해군 묘 가는 길을 따라 갔더니 이런 낭패가!


조선시대 임금 중 가장 비운의 왕인 단종의 왕비 정순왕후를 모신 사릉(思陵)을 찾아갔을 때 사릉입구 송정2리를 알리는 대형표석 옆에 문화재를 알리는 색상으로 광해군 묘 2.3km, 성묘 2.5km, 안빈묘 1.7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남양주의제21도시계획실천위원회 명의로 "광해군 묘 가는 길"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사실 성묘(成墓)와 안빈묘(安嬪墓)는 누구의 묘인지 모르겠지만 광해군은 조선의 제15대 임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재위 15년 만에 반정으로 폐위되어 광해군으로 강등되었고 임금으로 대접받지도 못한 채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면 사릉리에 묻혀 있습니다. 글쓴이는 단지 며칠만 왕후가 되거나 왕세자로 책봉된 후 어린 나이에 죽어도 반듯한 릉(陵) 또는 원(圓)이라는 이름의 무덤을 조성하는데 비해, 하물며 임금이었던 광해군은 그냥 묘(墓)로 남아 있는 게 특이하여 광해군 묘의 모습은 어떤지 실제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사릉에서 광해군 묘까지의 거리가 편도 2.3km(왕복 4.6km)는 걷기에는 다소 멀다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평소 등산을 가면 산길 10km 정도 걷는 것은 기본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답사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정표를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넓던 도로의 폭이 점점 좁아집니다. 축사 옆을 지나가니 영락교회의 공원묘역 안으로 들어가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안쪽에 영락동산이라는 표석도 보입니다. 도로변에는 친절하게도 "광해군 묘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에 남은 거리를 표기해 두어서 정말 길을 찾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공원묘역을 지나 계속 위쪽으로 구부러진 길을 걸어가니 드디어 우측에 광해군 묘를 알리는 대형 안내문이 보입니다.

 영락교회 공원묘역 입구

 영락동산 표석

 친절한 이정표


 

 공원묘역


 

그런데 묘로 진입하는 입구는 굳게 문이 잠긴 채 출입금지를 알리는 출입안내문이 걸려 있습니다. 묘역참배 및 교육목적 이외의 출입을 금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출입안내문 옆에는 "국가지정문화재 공개제한 알림"이라는 공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곳은 사적(제363호)훼손방지 및 문화재가치보존을 위하여 2013. 1. 1∼2022. 12. 31 기간 중 공개를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출입안내문

 국가지정문화재 공개제한 알림




이 안내문을 보고 글쓴이는 참으로 허탈했습니다. 사전 허가 없이는 답사하지 못할 문화재라면 사릉입구의 이정표 옆에 이런 두 개의 안내문을 동시에 설치해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남양주의제21도시계획실천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광해군 묘역의 참배를 권장하는 듯한 현수막을 걸어둔 것은 글쓴이처럼 순수한 답사자(참배자)를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글쓴이도 사릉입구에 안내문과 현수막이 없었더라면 터벅터벅 걸어서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글쓴이는 철망 너머로 광해군 묘역을 보고는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귀가한 후 인터넷으로 광해군 묘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어디에도 출입제한구역임을 알려주는 안내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문화재청의 조선왕릉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글쓴이처럼 불편한 답사자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인터넷에 광해군 묘가 현재 출입제한구역임을 알리고, 사릉입구에도 광해군 묘 출입문에 있는 것과 동일한 안내문을 세우며, 그 옆 "광해군 묘 가는 길"의 현수막을 당장 철거할 것을 제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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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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