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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덕봉 소용아릉의 중심인 770봉 


충북 제천시 수산면 소재 망덕봉(926m)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한 금수산(1,016m)의 서쪽 능선 1.9km 지점에 솟은 산으로, 망덕봉 정상에서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는 그 험하기가 설악산 용아장성릉에 비견되어 흔히 "작은 용아릉" 또는" 소용아릉"이라고 불리는 능선입니다. 글쓴이는 이미 10여 년 전 금수산을 다녀왔지만 망덕봉은 미답의 곳으로 남겨두어 언젠가는 꼭 소용아릉을 답사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에 금수산과 망덕봉을 연계하는 산행이 있어 참가했는데, 두 산을 모두 종주하는 것은 무더운 날씨에 체력의 한계에 도달할 것 같아 금수산은 빼기로 작심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망덕봉 남쪽 상천휴게소입니다. 몇 년 전 가은산(575m)과 둥지봉 산행을 시작했던 곳이라 낯이 익습니다. 벌써 여러 대의 관광버스들이 등산객을 싣고 온 듯 등산객들이 많이 보입니다. "비단 같은 절경 산천산수유마을"이라고 새긴 대형표석과 제천 청풍호 자드락길 안내문, 그리고 금수산 3.5km, 망덕봉 2.8km 라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이정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마을 도로변에 "시인 도종환"이 읊었던 "접시꽃 당신"의 주인공인 접시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설수록 망덕봉 능선 방향의 산세가 범상치 않음을 보여주는데, 특히 보문정사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일품입니다.


 

 접시꽃

 보문정사 입구



이정표를 따라가면 금새 용담폭포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직진하면 금수산으로 이어지지만 좌측으로 들어서면 용담폭포와 망덕봉으로 가는 길입니다. 글쓴이는 홀로 망덕봉으로 가면 매우 외로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산행대장(가이드)을 포함한 3명이 동행이 되어 주었습니다. 용담폭포는 높이가 30미터에 달하는 비경이지만 지금을 가뭄으로 인해 보이는 것이라고는 암벽뿐이라 폭포의 밑으로는 들어가지 아니하고 바로 철제계단을 따라 오릅니다. 뒤돌아보면 상천마을 뒤로 동서로 뻗은 가은산의 줄기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계단 위 폭포전망대에 섰음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폭포가 흐르는 허연 바위뿐입니다.


 


 

 폭포전망대에서 본 용담폭포 

 

또다시 철계단을 딛고 오릅니다. 고로를 높임에 따라 금수산의 연봉들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쉬어 가는 너럭바위 뒤로 좌측능선의 직립한 바위 속에 남근석 형상의 바위도 보입니다. 간간이 까다로운 길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잘 살펴보면 분명한 길이 있습니다. 또다시 시작되는 계단을 오르면 좌측의 능선 위에 이곳의 명물인 쪽두리바위와 독수리바위가 보입니다. 실물을 볼 때는 정말 신기했지만 사진으로 보니 매우 평범하게 느껴져 실망스럽습니다. 독수리바위 뒤로 충주호(청풍호)가 아련하게 바라보입니다.

 상천마을 뒤로 보이는 가은산 줄기

 금수산 방향

 남근석

 독수리바위 뒤로 보이는 충주호



독수리바위 전망대를 뒤로하면 상천휴게소 1.8km, 망덕봉 1.0km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이제부터 급경사 암릉길은 자취를 감추고 망덕봉 정상까지 부드러운 길이 완만하게 이어집니다. 철도 침목 같은 나무로 조성된 길이 나타난다면 정상이 가까워 졌다는 신호입니다. 능선 삼거리 바로 좌측이 망덕봉(926m) 정상입니다. 정상표석대신 국립공원 측에서 세운 반듯한 안내문이 보입니다. 펑퍼짐한 정상은 예상과 달리 전혀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소용아릉을 답사하기 위해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잠시동안 가는 길은 너무 부드러워 전형적인 육산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곧 나타나는 희미한 삼거리에서는 등산리본이 많이 걸려 있는 직진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좌측으로 빠지면 가마봉(625m) 능선으로 연결되니까요. 직진을 해도 바로 소용아릉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좌우로 두 개의 암봉이 보일 때까지 서서히 고도를 낮춥니다. 그러다가 사진으로만 보던 두 개의 암봉이 보이면 이제부터는 긴장을 해야 합니다. 소용아릉은 우측의 높은 암봉인 770봉으로 이어져 있으며 770봉 사면에 드리워진 로프가 보여 어찌 저곳을 오를지 벌써부터 오금이 저려옵니다.

 초록의 화원

 희미한 능선 삼거리(직진해야 함)

 두 개의 암봉(우측이 통과해야 할 770봉)

 

두 개의 암봉을 본 다음 조금만 내려서면 벼랑 위 소나무가 보이는데 여기서 좌측으로 몸을 돌려세우면 그 밑에 굵은 로프가 걸려 있습니다. 오늘 만나는 첫 번째 직벽구간의 내리막입니다. 그래도 로프에 큰 매듭이 매어진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내려온 다음 뒤돌아선 채 올려다보니 정말 가파릅니다. 표지기를 따라가면 큰 암봉(770봉)이 가로막는데 좌측의 두 암봉사이로 조금 오르면 안부입니다. 여기서 우측의 직벽을 오르는 구간이 오늘 암벽등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고개를 거의 90도로 젖혀야 보이는 로프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습니다. 올려다보면서 찍은 사진은 그냥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과연 내가 저곳을 오를 수 있을지  약간 망서려 집니다. 그렇지만 이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업습니다. 등산스틱을 짧게 고장하고 길게 쉼호흡을 한 후 로프를 잡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한 걸음 두 걸음 로프를 잡은 팔에 힘을 주는 사이에 어느 듯 맨 위 소나무 있는 곳을 지나 드디어 안전한 곳에 발을 디딘 다음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첫 번 째 직벽구간 하강

                                                   두 개의 암봉 사이에서 올려다 본 로프구간(고난도 구간)

잠시 평이한 길을 걷노라니 남쪽으로는 가마봉 능선 너머 옥순대교까지 보입니다. 가야할 서쪽을 보니 저 아래쪽 산부인과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등산객이 무척 부럽습니다. 이제부터 770봉을 내려서는 길은 오늘 세 번 째로 어려운 구간입니다. 여러 차례의 로프구간을 통과해야 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구간이 반복됩니다. 때로는 로프도 없이 순전히 손과 발을 사용해야만 하는 구간도 나옵니다. 자칫 발을 헛디디거나 발걸음이 꼬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다시는 산을 올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암릉구간의 내리막을 지나 다시 오르니 드디어 산부인과바위입니다. 산부인과바위 앞의 너럭바위는 쉬어 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이곳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방금 지나온 770봉의 하산길을 보노라면 저곳을 어찌 내려왔는지 모를 정도로 아찔합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등산객들이 조심조심 내려서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저 사람들도 우리를 보며 부러워하겠지요!


 

 가야할 산부인과 바위능선


 


 


 

 산부인과 바위

 산부인과 바위에서 뒤돌아본 770봉 직벽구간 하강길(등산객이 보임) 




산부인과바위는 두 개의 바위가 포개져 자그만 구멍을 낸 곳입니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낮은 포복자세를 취해야 하겠지만 돌아가면 되므로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능선에 서면 북쪽으로 신선봉(845m), 저승봉(미인봉, 596m), 조가리봉(562m)의 능선이 한눈에 보입니다. 또한 남쪽으로는 가마봉 능선이 바로 코앞에 보입니다. 사실 망덕봉을 가장 확실하게 답사하는 방법은 가마봉 능선을 거쳐 작은 용아릉으로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770봉을 거쳐 산부인과 바위까지 왔으면 힘든 길은 거의 지난 셈입니다. 물론 그 후로도 한 차례 로프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통과한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맞은편에서 본 산부인과바위 

 미인봉과 신선봉 능선


 


 

첫 번째 고사목을 지나면 비석바위입니다. 길을 가다가 직립한 벼랑이 보이면 뒤돌아봐야 합니다. 앞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풍광도 뒤돌아보면 명품바위로 보일 때가 자주 있으니까요. 비석바위도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야말로 석공이 비석을 깎아 세운 듯한 직립의 바위는 자연이 주는 선물입니다. 두 번 째 고사목을 지나면 산길은 매우 평범해 집니다. 북쪽 맞은편 조가리봉 아래에 위치한 정방사에서 울리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이곳까지 들려오는데 마치 소음처럼 들리는 것은 불심이 없어서일까요?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오솔길로 이어지던 하산로는 오래된 집터처럼 보이는 곳에서 우측의 계곡을 건넙니다.


 

 비석바위


 


 

돌탑이 보이기 시작하면 얼음골과 만나는 삼거리입니다. 우측으로 가면 능강계곡을 거쳐 금수산으로 연결되는 편한 등산로인데 오래 전 이용했던 길이기도 합니다. 좌측으로 하산하는 길목에는 수십 기의 돌탑이 세워져 있는데 한민족 평화통일기원돌탑입니다. 돌탑이 그리 정교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모습입니다. 능강계곡은 괘 유명하지만 근래 가뭄으로 인해 물이 전혀 없어 황량한 모습입니다. 계곡을 건너면서 겨우 흐르는 물에 땀을 닦고는 목책이 있는 길을 따라 나오니 하산지점인 능강교입니다.

 돌탑 삼거리

 한민족 평화기원돌탑



 

능강교

 능강교 아래 물이 있는 곳 



오늘 산행에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7km로 안 되는 거리에 이처럼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탓도 있지만 용담폭포에서 망덕봉 오름길과 소용아릉 능선의 길이 험하기 때문입니다. 금수산을 거쳐 내려온 선두대장도 먼저 도착하는 등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6시간 안에 하산을 완료한 것은 정말 대단한 실력입니다. 지난 2월 무릎이 시큰거림을 경험한 글쓴이는 가급적이면 5시간 이상의 산행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소용아릉은 산꾼이라면 한번은 꼭 답사해야 하겠지만 두 번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길이기도 합니다. 특히 산행초보자나 겨울철 또는 비가 오는 날에는 답사를 삼가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소용아릉에서 느꼈던 짜릿한 감동은 영원토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5월 8일 (일)
▲ 등산 코스 : 상천주차장-용담폭포 삼거리-용담폭포 아래-폭포전망대-독수리바위 전망대-망덕봉-770봉
                    -산부인과 바위-비석바위-돌탑-능강교

▲ 등산 거리 : 6.8km(GPS 측정)
▲ 산행 시간 : 5시간 5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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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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