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산 자락의 창봉저수지
강원도 홍천군 동면과 횡성군 공근면의 경계에 위치한 오음산(930m)은 이상한 다섯 장수의 전설이 전해지는 산입니다. 이곳은 다섯 장수가 나면 재앙을 입는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다섯 장수가 나지 못하게 산등에 구리를 녹여 붓고 쇠창을 꽂자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오르며 다섯 가지의 울음소리가 사흘동안 계속되더니 주인을 잃은 백마 세 마리가 고개를 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하여 산 이름을 오음산(五音山), 말이 사라진 고개를 삼마치(三馬峙)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글쓴이가 이상한 전설이라고 말한 것은 일반적으로 이와 유사한 전설은 마을에 장수가 나면 항상 길조인데, 여기 전설은 5명의 장수가 나면 재앙이 든다고 한 말이 무척 기이(奇異)하기 때문입니다.
산행들머리는 오음산 서쪽 5번 국도가 통과하는 삼마치터널 상부의 삼마치고개입니다. 삼마치고개라는 대형표석이 있는 곳에서 잠시 사진을 찍고 버스로 고개 위쪽으로 이동하였는데 걸어서도 금방 닿을 매우 가까운 거리입니다. 등산로 입구에는 산림정화구역안내문과 6.25 전쟁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희생된 민간인 유해 집단매장 추정지라는 안내문이 서 있습니다. 미군의 폭격배경설명도 없이 1.4후퇴 당시 피난을 가던 주민들을 무차별 폭격하여 수 천명의 고귀한 생명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고 적어 놓았으니 한국전쟁에 참가한 미군을 마치 양민학살의 원흉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안내문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홍천군수 합동) 이름으로 세운 것이네요.
소나무가 우거진 곳의 탐방로 입구라는 이정표 쪽으로 진입합니다. 조금 들어가니 강원도 특유의 너와집(능에집, 느에집)이 이방인을 맞이합니다. 조금 더 오르니 오음산 정상 2.7km, 하산 탐방로 0.6km라는 이정표가 있는데, 들머리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3.3km입니다. 오음산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산인데 등산로가 분명하고 이정표도 잘 되어 있어 예상 밖입니다. 나무계단을 힘주어 오르니 헬기장인데 조망은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오르막 일변도입니다. 중간의 이정표는 삼마치고개 3.5km, 오음산 정상 0.8km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들머리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무려 4.3km라는 말입니다. 아까 보았던 이정표 상의 거리 3.3km와 비교하면 무려 1km나 차이가 나는군요.
첫 번째 이정표
두 번째 이정표
나무사이로 비로소 먼 곳을 바라보았지만 어디인지 전혀 분간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경사를 조심스럽게 오르니 거북바위입니다. 머리와 몸통 모양이 거북이를 닮았지만 바위의 색상이 숲과 유사하여 눈에 확 뜨이지 않습니다. 거북바위를 알리는 안내문이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거북바위를 지나 또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통과하면 오음산 정상(930m)입니다. 정상에는 정상표석 대신에 이정표 위에 적어둔 안내문이 전부입니다. 정상에서도 조망은 전혀 없습니다.
유일한 조망
오음산 정상
정상에서 하산지점인 창봉리까지의 거리는 무려 6km입니다. 정상에서 급경사를 내려서면 안부갈림길입니다. 이곳은 홍천의 월운리와 횡성의 창봉리 갈림길입니다. 우리는 횡성으로 가기 위해 우측으로 내려섭니다. 경사면에는 야생화가 자주 보입니다. 사기전골로 이어지는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 길이 상당히 희미하고 또 계곡을 수 차례 지그재그로 건너야 하는 매우 피곤한 길입니다. 계곡과 근접해 또는 직접 계곡을 따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돌길이어서 발걸음을 옮기기도 힘들고 또 이끼가 끼고 물에 젖은 돌이 미끄러워 글쓴이도 한번 넘어졌습니다. 사기전골은 2002-2005 기간 중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하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듯 합니다.
안부 갈림길 이정표
펜션(산이랑호수항)을 뒤로하니 창봉저수지입니다. 최근 내린 비에도 저수지의 물높이가 낮은 것으로 보아 여기는 강수량이 적은 듯 보여집니다. 마을을 뒤로하고 5번 국도의 굴다리를 지나가니 너래실(창봉교)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이 걸렸습니다. 현지의 이정표 상으로 오늘 산행거리는 무려 10.3km 이지만 GPS로 측정한 거리는 6.2km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4시간이 걸린 것은 오음산 정상 오르막이 매우 가팔랐고 또 사기전골의 하산로가 무척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펜션
저수지 아래 창봉교 방면
너래실 마을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8월 16일 (토)
▲ 등산 코스 : 삼마치고개-너와집-헬기장-거북바위-오음산 정상-안부 삼거리-사기전골-펜션-창봉저수지-너래실(창봉교)
▲ 산행 거리 : 6.2km(GPS 측정)
▲ 소요 시간 : 4시간
▲ 등산 안내 : 가보기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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