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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근 과장 역의 정병춘

 

 

 

MBC TV 일일연속극 <소원을 말해봐>는 <빛나는 로맨스> 후속작으로 벌써 39회까지 방영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착한 이를 괴롭히는 악인이 등장하는데, 괴롭힘을 받는 대상이 자신이 버린 친딸이라는 점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극에는 두 동네의 가족이 등장합니다. 독산동은 보통사람들이 사는 동네입니다. 이정숙(김미경 분)은 자신의 남자친구와 정을 통한 신혜란(차화연 분)이 낳은 딸 한소원(오지은 분)을 자신이 낳은 딸 한다원(송유정 분)과 함께 친딸처럼 키웁니다. 아무리 친구였지만 자기의 애인을 빼앗아 딸을 낳았으면 철천지원수가 되었을 텐데, 신혜란이 친딸을 재혼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해외로 입양 보내려고 하자 이정숙이 키웠다는 게 사실 이해하기가 어려운 대목입니다.

 

그런데 한소원의 결혼식날 하필 신랑 장현우(박재정 분)는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로 입원하였고 현재까지도 식물인간상태입니다. 장현우의 모친 김추자(이덕희 분)와 현우의 형 장견우(이종수 분)는 장현우-한소원 부부가 결혼 전 마련해둔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쥐뿔도 없는 김추자는 사돈인 이정숙과 한소원 모녀를 무시하다가 최근에는 며느리가 아들과 이혼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즈음 세상에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지도 못한 채 5년 이상을 식물인간인 남편 병 수발을 들며 과부 아닌 과부로 생활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은 기네스북 감이겠지요.

 

한편 성북동에는 식품회사인 CE그룹의 최숙현(김영옥 분) 회장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최 회장의 아들 송인균은 후처를 들인 후 사망했고,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송이현(유호린 분)은 최숙현 회장 이후 후계구도를 앞두고 계모인 신혜란과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현은 이모 조명희(임지은 분)의 비호아래 계모 신혜란과 이복동생 송석현(연준석 분)을 내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고 있는 중입니다. 마찬가지로 신혜란도 송이현을 몰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반면, 최 회장은 자신의 핏줄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경영을 잘 해 그룹을 건실하게 키울 인재에게 사장자리를 물려주려는 비교적 건전한 생각의 소유자입니다.

 

 

그런데 한소원의 신랑 장현우를 교통사고로 죽인 사람은 공교롭게도 송석현이었습니다. 송석현은 회사 일에는 관심도 없는 문제아였지만 최 회장의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식품재료 납품업체의 로비대상이었고 그는 여러 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석현의 상사인 장현우 대리가 이를 뒷조사하여 석현의 혐의를 밝혀내었고 이를 알게 된 신혜란은 아들을 시켜 거금 2억원을 석현의 모친인 김추자에게 전달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장현우는 하필이면 결혼식날 오전 송석현을 불러내 돈을 되돌려 주려고 했습니다. 장현우는 과일상자에 든 돈을 들고 외딴 곳에서 기다렸는데, 비바람으로 인해 돈이 허공으로 날려가자 이를 집으려고 도로로 내려섰고 이때 송석현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치이고 만 것입니다. 이 당시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인해 가해차량의 스키드 마크(skid mark) 같은 증거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고, 또 워낙 한적한 곳이라 CCTV도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신혜란은 감사팀을 움직여 피해자 장현우를 리베이트 뇌물을 받은 자로 둔갑시켰는데, 혜란은 장현우의 책상서랍에 거액의 뭉칫돈을 일부러 넣어두고 감사팀을 불러 책상서랍을 조사토록 한 것입니다.

 

남편이 교통사고 뺑소니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것만도 서러운데, 뇌물을 받은 죄까지 뒤집어썼으니 한소원으로서는 정말 기가 막힌 일이지요. 소원은 지난 5년 간 매주 수요일 하루도 빠짐 없이 남편은 무고하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고, 또 회장 앞으로 수많은 탄원서를 보냈지만 모두 반송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이런 고통을 당할 경우 반드시 흑기사가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재미교포 2세인 강진희(기태영 분)입니다. 그는 최숙현 회장과도 매우 잘 아는 사이로 최 회장은 5년 전부터 그를 발탁하여 그룹의 중책을 맡길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아내 최서진(진서연 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급보를 받아 도미(渡美)한 후 아내가 자신의 친구와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강진희는 혼수상태의 아내를 극진히 간호하였지만 깨어난 아내는 결국 자신을 배신하고 친구에게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5년 만에 귀국한 강진희는 최 회장의 요청에 따라 CE그룹의 경영관리본부장으로 특채되었습니다. 식물인간인 남편을 5년 이상 간호하고 있는 한소원을 보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느낀 강진희는 벌써부터 소원을 여자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소원은 강진희의 도움으로 최숙현 회장을 만나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였고, 신제품 레시피 공모전에 입상하여 현재 임시직으로 CE그룹에서 강진희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진희는 최 회장의 입주요청을 뿌리치고 한소원의 집에 하숙생으로 입주하여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강진희와 한소원은 과거 물류창고에 근무하였던 박광호를 만나 회장의 손자(송석현을 지칭)가 납품업체들의 로비대상이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강진희는 석현에게 5년 전 승리은행 친구를 곧 만나게 되면 그 당시의 뇌물계좌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황한 석현은 어머니 혜란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린 다음 날 강진희와 한소원 앞에 나타나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송석현은 그리 모질지 못한 친구이기에 그 전 뺑소니로 인해 장현우가 식물인간이 된 것을 매우 후회했지만 악의 축인 혜란이 아들에게 거짓말을 강요해 지금까지 버텨온 것입니다. 따라서 석현은 이번 기회에 리베이트 받은 죄를 스스로 자백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침 이 때 지상근(김병춘 분) 과장이 나타나 "승리은행 계좌추적 소식에 잠 못 잤다. 5년 전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내가 리베이트를 받았다. 그간 괴로웠다. 그 전에 고백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아들로부터 은행계좌추적을 한다는 말을 들은 신혜란은 지 과장을 불러 "한소원과 강진희 본부장을 막을 방법이 없다. 평생을 책임질 테니 석현이를 구해달라"고 매수한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 과장이 이런 신혜란의 매수에 넘어간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입니다. 지 과장은 자신의 상관인 송이현 전략기획본부장에게도 매우 싹싹했기에 홍보실장을 맡고 있는 신혜란 편에 선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비록 신혜란이 최 회장의 며느리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후계자가 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그녀에게 매수당한 것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지 과장은 최근 강진희 본부장을 따라 한소원의 집으로 하숙을 들어왔기에 지 과장의 고백을 들은 소원이 지 과장에게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리베이트 사건의 범인이 송석현으로 밝혀져 장현우의 무혐의가 드러난다면 시기적으로 너무 이른 감이 있기에 제작진으로서는 지상근을 내세워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지상근이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하여 장현우의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현우의 무혐의가 밝혀지려면 강진희의 말대로 누가 책상서랍에 거액을 넣었는지, 누가 현우 이름으로 돈을 송금했는지를 밝혀내야 하거든요. 아무튼 지상근의 배신은 시청자들에게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구실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간 지 과장을 신혜란의 심복으로 심어두고 한소원의 집에 하숙생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었더라면 지 과장의 배신도 그러려니 했을 테니까요. 신혜란이 송석현에게 아들을 위해 심복을 잘랐다는 말 한마다로 지상근의 배신을 납득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작진은 출연배우들의 연기는 좋은데 시청률이 저조(8월 15일 기준 6.5%)한 이유는 앞뒤가 안 맞는 스토리에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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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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