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봉 능선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억산(좌), 운문산(중앙), 가지산(우)
우리나라에는 알스프라는 이름이 붙은 산군(山群)이 둘입니다. 하나는 영남알프스이고 다른 하나는 충북알프스입니다. 이는 두 지방의 산세가 유럽의 알프스에 비견된다고 하여 지은 이름입니다. 영남알프스는 태백산맥의 남쪽 끝자락인 영남 동부지역에 위치한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군을 이르는 말로서 경상북도(경주, 청도)와 경상남도(밀양, 양산) 및 울산의 3개시도(市道)에 걸쳐 형성되어 있습니다. 영남알프스는 최고봉인 가지산(迦智山, 1240m)을 비롯하여 운문산(雲門山, 1188m), 천황산(天皇山, 1189m), 재약산(載藥山, 1108m), 간월산(肝月山, 1083m), 신불산(神佛山, 1209m), 영축산(靈鷲山, 1059m) 및 고헌산(高獻山, 1033m)의 8개 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충북알프스는 보은군의 구병산과 상학몽∼묘봉∼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구간을 말합니다.
영남알프스 주변에도 이름난 명산이 많습니다. 운문산 서쪽의 억산(954m)과 구만산(785m), 가지산 북쪽의 문복산(1,014m), 재약산 남쪽의 향로산(976m), 고헌산 북쪽의 백운산(892m) 등은 잘 알려진 산입니다. 오늘 답사하려는 밀양 소재 정각산∼실혜산∼정승봉∼구천산은 운문산의 남서쪽과 천왕산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경남 밀양시 단양면과 산내면의 경계에 솟은 정각산(860m)은 널리 알려진 표충사 서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각산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의 끝에서 동쪽으로 구부러지는 곳에는 실혜산(827m)이 있고, 실혜산 동쪽의 능선 삼거리에는 정승봉(803m)이 있으며, 정승봉의 남쪽능선에는 구천산(영산 888m)이 자리잡고 있는데 산행을 하면서 영남알프스를 조망할 수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산입니다.
안내산악회에서 위 4개 산을 종주한다는 고지를 보고는 인터넷으로 산행후기를 검색해 본 결과 약 14∼15km의 거리에 7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일반인들은 1시간에 2km 정도의 산길을 걸을 수 있어 7시간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산악회에서는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적어놓았습니다. 산행에 참가하여 등반대장에게 이 점을 지적했더니 대장은 정승봉 구간을 제외하고는 등산로가 부드러워 5시간 반에서 6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글쓴이의 경우 6시간에 소요되었는데, 혹시나 늦어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될까봐 준비해간 간식(과일)도 반밖에 먹지 못한 채 부지런히 결은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글쓴이는 걸음이 빠르지 못하거든요. 따라서 앞으로 위의 산을 종주하고자 할 때는 7시간이면 쉬어가면서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서울에서 밀양까지 거리가 멀어 상경한 이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귀가하기 위해서는 넉넉한 시간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산행들머리는 표충사로 들어가는 길목의 구천마을입니다. 마을입구에는 표고버섯 및 대추와 사과의 고장이라는 마을표석이 세워져 있고 구천마을 산촌안내도도 보입니다. 구천산림문화회관(구천노인회관)을 뒤로하고 마을을 통과해 용도를 알 수 없는 "후니"라는 큰 표석을 지 나 다리를 건넙니다. 도로변 대추밭에는 나뭇가지가 휘어질 듯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임도를 걸어가다가 처매듭골을 거슬러 오릅니다. 계곡을 따라 요리조리 이어지던 등산로는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하였고 첫 번 째 조망대에 서자 좌측으로는 영남알프스의 천황산과 재약산이, 우측으로는 향로산과 향로봉이 보입니다.
구천마을표석
마을 안내도
구천산림문화회관(구천경노당)
후니 표석
대추나무
천황산 능선(좌)
다시 한동안 고도를 높이니 폐금광굴이 있는 조망대입니다. 폐광 내부는 마치 자연석굴 같습니다. 이곳에 서면 방금 지나온 곳보다 더 높은 곳에서 향로산(976m)과 향로봉(727m)을 볼 수 있고 그 아래 밀양호까지 보입니다. 정말 청명한 가을 날씨에 산의 모습이 매우 선명합니다. 폐광을 뒤로하고 가파르게 고도를 높이면 능선삼거리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좌측 160m 지점에 정각산(860m)이 있는데 정상 좌측으로 이름 모를 산그리메만 볼 수 있을 뿐 다른 방향으로는 조망이 막혔습니다.
폐금광굴
굴의 내부
굴 안에서 본 조망
굴 옆으로 오르며 바라본 향로산(중앙)
능선삼거리 이정표
정각산
정각산 좌측조망
삼거리로 되돌아와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갑니다. 조금 가노라니 조망바위인데 능선 좌측의 산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잠시 후 능선 우측에는 가야할 구천산과 그 뒤로 영남알프스 천황산이 우뚝합니다. 점점 고도를 낮추다가 포근한 등산로를 걸어가노라니 끝방재입니다. 정각산에서 거리가 2.4km이며, 실혜산까지는 3.9km를 더 가야 합니다. 바로 이웃에는 묘지가 있군요.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한적한 숲 속을 걸어가니 767봉인데 지도에도 없는 미륵봉이라는 이름을 지어 놓았네요. 미륵봉에서 실혜산까지 가는 길은 좋지만 조망은 전혀 없어 그냥 평범한 산길입니다. 막상 실혜산(827m)에 올랐지만 현지에는 정각산 실혜봉이라는 초라한 정상이정표가 아래부문이 망가진 채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정각산까지의 거리가 6.3km인데 정각산 실혜봉이라기 보다는 실혜산이라는 독립된 산 이름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실혜산에서도 조망은 제로입니다.
능선좌측의 조망
가야할 구천산(좌) 뒤로 보이는 천황산(중앙)
끝방재 이정표
미륵봉
실혜산
실혜산을 내려와 정승봉으로 이어진 조망바위(794m)에 오르는 길이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급경사 암봉에 아무런 안전시설이 없어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조망암봉에 서면 북쪽으로 운문산과 그 좌측으로 억산이 멋진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망봉에서 정승봉까의 능선도 상당히 까다로운 구간입니다. 뒤돌아보면 정각산을 비롯한 지나온 능선이 매우 부드러운 모습입니다. 드디어 정승봉(803m)에 올랐습니다. 정승봉에는 가장 반듯한 정성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북쪽의 운문산과 동쪽의 천왕산 및 재약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천황산의 허연 시설물은 2년 전 개통한 밀양얼음골 케이블카입니다.
바위암봉을 오르는 등산객
뒤돌아본 지나온 정각산 능선
정승봉 가는 길
정승봉
북쪽의 억산(중앙)과 운문산(우)
북동쪽 천황산(중앙)과 재약산(우)
정승봉에서 남쪽으로 내려섭니다. 다시 고도를 높이면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실혜산과 정승봉 뒤로 억산 능선이 선명합니다. 도래재로 빠지는 길림길인 정승고개를 지나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 오늘 답사할 마지막 산인 구천산(888m)입니다. 구천산은 일명 영산이라고도 불리는데 구천마을이라는 이름도 이 산에서 나온 듯 합니다. 아니면 마을이름을 따서 산 이름을 지었겠지요. 사실 밀양에는 구천산(640m)이라는 이름의 산이 또 있습니다. 이 구천산은 밀양의 3대신비의 하나인 만어사 경석을 품고 있는 만어산(670m)의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같은 밀양지역에 두 개의 구천산이 있어 다소 헷갈립니다. 구천산에 서면 북쪽으로 지나온 실혜산과 정승봉, 그 뒤로 운문산과 가지산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오늘 여기까지 오면서 상당히 힘들었지만 정승봉과 구천산에서 맛보는 시원한 조망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승고개 이정표
구천산
지나온 실혜산 정승봉 능선 뒤로 보이는 운문산
운문산(좌)과 가지산(중앙)
구천산에서 구천마을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됩니다. 삼각점(707m)을 지나 큰 바위가 보였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향로산이 삼각봉우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희미한 숲 속 길을 찾아 종종걸음을 걷습니다. 선두가 가면서 길의 방향안내를 매우 잘 해 두어서 상당히 까다로운 길을 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임도에서 다시 우측의 숲으로 접어들어 무사히 통과하니 구천마을입니다. 오늘 산행에 6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가장 빠른 짐승급 등산객은 3시간 남짓, 준족들은 5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더군요. 산행을 하면서 거의 쉬지도 못한 채 강행군을 하여 상당히 힘들었지만 날씨와 조망이 좋아 매우 뜻깊은 추억을 만든 하루였습니다.
큰 바위에서 본 향로산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9월 20일 (토)
▲ 등산 코스 : 구천마을 표석-대추나무단지-처매듬골-폐금광굴-능선 삼거리-정각산(왕복)-끝방재-미륵봉
-실혜산-조망바위(암봉)-정승봉-정승고개-구천산-임도-구천마을표석
▲ 산행 거리 : 14.5km(GPS 측정)
▲ 산행 시간 : 6시간 5분
▲ 등산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 글이 마음에 들면 아래 공감 하트(♡)를 클릭해 주세요!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림욕장을 품고 있는 향기로운 산, 파주 박달산 (11) | 2014.10.07 |
---|---|
대청호 조망대인 옥천 이슬봉·마성산 (11) | 2014.10.06 |
옥정호 인근 정읍 깃대봉·매봉·오두봉·종석산 (5) | 2014.10.03 |
능선길이 매우 부드러운 청도 천왕산·배바위산 (9) | 2014.09.30 |
편안한 숲길인 양주 개명산 형제봉∼국수봉 (15) | 2014.09.24 |
그랜드캐년 축소판이라는 파주 월롱산의 기암절벽 (18) | 2014.09.18 |
차령산맥의 끝자락인 보령 옥마산·봉화산·잔미산 (17) | 2014.09.16 |
동강변에 솟은 한국의 마테호른, 정선 나팔봉(수리봉) (23) | 2014.09.15 |
포천의 명소인 비둘기낭폭포와 은장산 (12) | 2014.09.11 |
춘천지맥 구간인 작은가마봉·소뿔산(홍천·인제) (6) | 2014.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