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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보현산(천문대) 

 

 

 

 

경북 영천시 자양면·화북면 소재 기룡산(騎龍山, 961m)은 영남에서 가장 큰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1,126m)의 남쪽에 솟은 산입니다. 기룡산 정상 남쪽 산기슭에는 신라의 천년고찰인 묘각사가 있는데, 기룡산이란 산 이름은 당시 화엄의 진리를 깨달은 의상대사(625­702)가 이곳에 절(묘각사)을 연다는 소문을 들은 동해 용왕이 의상대사에게 설법을 청하고자 말처럼 달려왔다는데서 연유했다고 합니다. 꼬깔산(736m)은 기룡산의 남쪽 3.3km 지점에 있는 산으로 보통 산꾼들은 두 산을 연계 종주합니다.

 

오늘은 꼬깔산을 먼저 답사하고 기룡산을 경유하여 하산할 계획입니다. 산행들머리는 영천호 서북쪽 69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성곡리 하절마을입니다. 성곡리 마을표석 맞은편 주택가 도로로 진입하자 노란 국화가 이방인을 반겨주는군요. 커브 길에서 좌측의 언덕으로 오릅니다. 처음부터 길 없는 길로 들어가기에 오늘도 꽤 고생을 하겠다고 생각하였지만 묘지를 지나자 다행히 임도를 만납니다. 조금 전 커브 길에서 좌측으로 오르지 아니하고 길을 따라 직진하였더라면 임도를 만나 편하게 왔을 것입니다. 아니면 자동차로 조금 더 진행했더라면 망향공원 주차장을 만났을 것입니다. 

 성곡리 표석

 

 

 

 길 없는 길

 

가야할 꼬깔산 능선 

 

 

 

신선암 갈림길을 지나 우측의 숲으로 들어섭니다. 이제부터 등산로는 거의 외길이며 고도를 높이면서 뒤돌아보면 영천호의 푸른 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영천댐은 높이 42m, 제방 길이 300m로 포항과 영천의 식수와 공업용수로 활용하고 있으며 저수 용량은 약 1천만 톤입니다. 그래서인지 기룡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영천호의 규모가 매우 커 보입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분만에 꼬깔산 정상(736m)에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반듯한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나무 사이로 영천호가 조금 보일 뿐 다른 조망은 할 수 없습니다.

신선암 갈림길

 

 

 

 전망암에서 바라본 영천호

 

 

 

 꼬깔산 이정표

 

 꼬깔산에서 바라본 영천호

 

 

 

 

계속하여 북쪽 기룡산으로 갑니다. 꼬깔산에서 기룡산까지의 거리는 3.3km입니다. 해발 500m 이상 산 속의 나무는 사철나무를 제외하고는 잎사귀들을 전부 땅위로 내려놓고 나목(裸木)으로 변해 을씨년스런 느낌을 줍니다. 능선에서 쌩하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벌써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합니다. 능선을 따라서 가는 길이 매우 단조롭습니다. 단조롭다는 것은 특별한 볼거리도 조망도 없다는 뜻입니다. 정상이 가까워오자 능선 좌측으로 비로소 조망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기룡산 정상(961m)에는 낮은 표석이 박혀 있는데 북쪽으로 가야할 능선 뒤로 보현산의 천문대가 하얀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지나온 꼬깔산과 낙태봉 그리고 용화리 절골의 모습이 첩첩산중에 묻혀있는 듯 보여집니다. 계절적으로 초록의 잎을 벗어 던진 나무로 인해 산의 색상이 우중충하여 사진으로는 볼품이 없네요. 신록이 무성한 계절에 오면  더욱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목들

 

 

 

 무덤터

 

 지나온 꼬깔산(좌)과 낙태봉 능선(중앙) 

 

 

 

 

 

지나온 꼬깔산 능선

 

 기룡산

 

 기룡산에서 바라본 보현산(좌)과 수석봉(우) 

 

 

 

기룡산 정상에서는 원을 그리듯 천천히 서쪽으로 길이 꾸부러집니다. 기룡산을 소개하는 자료를 보면 이곳은 아기자기한 암릉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암릉길이라기 보다는 등산로에 바위구간이 조금 있는 그런 길입니다. 묘각사 1.2km 이정표를 뒤로하고 낙엽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부드러운 길을 걷노라면 묘각사 0.8km, 기룡산 1.6km 이정표가 나옵니다. 당초 계획대로 낙태봉(524m, 낙타봉)을 가기 위해서는 능선을 따라 직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산악회 안내표시는 묘각사 방향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통 지도에도 없는 낙태봉보다는 천년고찰인 묘각사를 보려고 일행과 헤어져 글쓴이 홀로 묘각사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수였습니다. 묘각사는 그저 평범해 보였고, 묘각사에서 절골을 따라 용화경노당까지 오는 딱딱한 도로는 걷기가 무척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급경사를 이러 저리 돌아 내려오니 묘각사입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의상대사가 세운 묘각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조선 영조 36년(1760)에 중건되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해 용왕이 의상에게 법문을 청하자 의상이 법성게(法性偈)를 설하였는데 용왕이 이를 깨닫고 승천했답니다. 승천한 용왕이 하늘에서 감로(甘露)를 뿌렸는데, 이 비로 당시 극심했던 가뭄이 해소되고 민심이 수습되자, 이에 의상은 묘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절 이름을 묘각사(妙覺寺)라 불렀습니다. 이곳 묘각사에서 기룡산까지 바로 오르면 0.9km, 글쓴이가 지나온 길을 따르면 2.2km라는 이정표가 등산안내지도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묘각사

 

 

 

 

 

이제부터 절골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정말 무미건조하고 지루하고 피곤한 발걸음입니다. 등산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도로를 약 50분 동안이나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로변에 간간이 보이는 단풍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도로 우측의 운용저수지는 낙태봉을 경유하여 하산하는 사람들의 경로입니다. 마을에 있는 다리 이름이 반야교와 금강교로군요. 반야(般若)와 금강(金剛)은 불교용어인데, 이 골짜기의 이름도 절골임을 감안하면 묘각사의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용화리 경노당 인근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운용저수지 방향

 

 용화리 경노당

 

 

오늘 산행에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꼬깔산을 오르면서 영천호를 굽어보았고, 기룡산에서는 보현산을 비롯한 주변 조망이 일품이었습니다. 하산하면서 묘각사를 답사하느라 낙태봉 능선길을 택하지 않은 게 옥의 티입니다. 물론 묘각사가 답사할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라 묘각사에서 경노당까지의 딱딱한 도로길이 매우 불편했던 탓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낙태봉을 경유하여 기룡산을 거쳐 고깔봉으로 하산하는데, 등산코스를 반대로 하는 바람에 이런 시행착오가 발생했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1월 9일 (일)
▲ 등산 코스 : 성곡리 표석-신선암 갈림길-전망대-꼬깔산-기룡산-묘각사 갈림길-묘각사-절골-운곡저수지 갈림길-용화리 경노당
▲ 산행 거리 : 약 12km(GPS 측정)
▲ 소요 시간 : 4시간 30분
▲ 등산 안내 : 새마포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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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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