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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변봉에서 바라본 서쪽 마산봉 방향 능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소재 죽변봉(681m)은 문암(도원)저수지 북쪽에 솟은 산입니다.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마산봉(1,052m)에서 보면 동쪽으로 뻗은 능선상에 있으며, 접시를 뒤집은 것 같은 모양의 운봉산(287m) 서쪽에 위치한 산입니다. 준족들은 마산봉에서 출발하여 죽변봉을 거쳐 운봉산까지 종주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번 안내산악회에서도 A팀은 이 코스를 밟았습니다. 그렇지만 글쓴이의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18km 이상을 답사하려면 적어도 8시간 이상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B코스로 죽변봉과 운봉산을 답사하기로 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문암저수지의 서쪽 끝자락인 도원리 도원슈퍼 앞입니다. 슈퍼 앞에는 돌로 만든 버섯 형상의 조각품이 있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도원버섯마을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저수지를 조성할 때 수몰민들의 이주단자라고 하는군요. 도원교 옆 이정표에는 바로 북쪽에 위치한 죽변봉에 대한 안내는 없고 둔두골, 산신각 0.4km을 알려줄 뿐입니다.

 도원슈퍼 앞 버섯조각

 

 산 이름 없는 이정표 

 

 
선두그룹은 도원교 우측의 넓은 도로를 따라 기세 좋게 걸어갑니다. 산불감시초소의 감시원도 마산봉은 알고 있었지만 죽변봉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도 잘 모르는 산에 가면 등산로가 없는 게 일반적이어서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입산통제를 알리는 차단막을 지나 임도를 따라 계속 가다가 길이 좌측으로 꾸부러지는 지점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선두그룹은 좌측으로 돌아갔지만 그리 가면 길을 너무 많이 돌아갈 것 같아 직진해 들어갔는데, 이는 결국 실수였습니다. 처음 희미하게 보이던 산길은 잠시 후 그만 사라지고 길 없는 길을 거의 1시간 이상을 헤맸기 때문입니다. 임도로 돌아갔던 선두그룹도 길이 편하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당초 도원교에서 산불감시초소로 들어가는 대신 우측 능선길을 택하였더라면 고생을 덜 했을 것입니다.   

 산불감시초소

 

입산통제 차단길

 

  

일단 산 속으로 들어섰지만 이제는 뒤로 다시 나올 수도 없습니다. 앞에 보아는 봉우리를 보고 치고 오릅니다. 미끄러운 낙엽 길에 경사가 너무 가팔라 정말 오르기 힘이 듭니다. 그러다가 급경사에서 암군(바위지대)을 만납니다. 옆으로 피해 돌아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결국은 암릉을 타고 오릅니다. 이후에도 한참동안 길 없는 길을 가노라니 드디어 마산봉에서 오는 주능선 길과 만났고, 드디어 길이 분명해 안도했습니다. 능선에 서니 강하게 불어오는 칼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2001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오늘 어김없이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16년만의 수능한파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인지 강한 칼바람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귀를 감싸는 겨울용 모자를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귀가 떨어져 나갔을 것입니다.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실제로 오르기 힘든 길 없는 길
 
 
노송지대를 지나가면서 휘몰아치는 칼바람에 정신이 얼떨떨합니다. 응달에는 살짝 얼음이 얼어 앞으로는 아이젠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죽변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마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잘 보이고, 남쪽으로는 설악산의 대청봉과 울산바위 그리고 황철봉이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칼바람 부는 능선의 노송

 

 

 

 뒤돌아본 마산봉 방향

 

 설악산 방향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20분만에 드디어 죽변봉(681m)에 올랐습니다. 넓은 헬기장인 정상에는 화강암에 죽변봉이라고 매직으로 쓴 표석이 보입니다. 볼품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여기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題)입니다. 설악산과 마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북쪽의 산하, 그리고 동해바다까지 잘 보입니다. 마침 군(軍) 작전훈련 중인 병사 2명이 엄청나게 큰 배낭을 두고 어디론가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우리 군인들이 고생을 하더군요.

 

 

 설악산 방향(대청봉, 울산바위, 황철봉)

 

 

 

 북쪽 동해바다

 

 훈련중인 군인 

 

 


이제 주능선을 따라 운봉산으로 가는 길은 매우 뚜렷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한 것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죽변봉을 내려서면 바로 동쪽의 능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와야 하는데 이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남쪽으로 내려서는 길목의 우측은 벼랑 끝입니다. 칼바위 같은 능선을 넘어 고도를 낮추면서 분명하게 이어지던 산길은 점점 희미해지더니 결국은 또 길 없는 길로 변하고 맙니다. 분명히 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을 텐데 찾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가야할 운봉산은 동쪽으로 빤히 바라다 보이지만 그쪽으로 가는 길도, 또 저수지로 탈출하는 길도 찾을 수 없습니다.

 

 

 

 

 칼바위 능선

 

 운봉산과 동해바다 

 


이제부터는 대충 감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길이 없으니 발에도 배낭에도 그리고 얼굴과 머리에도 나뭇가지와 넝쿨이 걸려 앞으로 전진하기도 힘이 듭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터로 나오니 군부대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어디를 거쳐왔는지 모를 동료 등산객 몇 명이 합류했습니다. 초병은 어디로 왔는지 물을 뿐 어디로 빠져나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모습입니다. 군부대를 가로질러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초병이 가르쳐 주는 대로 사격장 옆 공터로 갑니다. 자그마한 언덕을 넘어가니 또 군부대 철조망입니다. 철조망 옆으로 따라가면 운봉산으로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는 울타리를 따라가노라니 부사관 한 명이 우리를 불러 세웁니다. 그는 철조망을 따라 가도 결국은 다른 철조망 때문에 운봉산으로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철조망 위의 능선으로 올라가겠다고 했더니 그곳으로 오르면 군부대의 전경을 볼 수 있어 불가능하답니다. 만일 능선 위로 오르면 군인들이 출동할 수 있다고 겁(?)을 줍니다. 그러면서 뒤쪽의 임도쪽으로 나가라고 합니다.

 영점 사격장

 

 


 

이거 참 낭패입니다. 군부대를 벗어나 탈출하려 해도 가는 방향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경우가 우리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대로 접근하는 주요지점에 출입금지 안내문을 세우고 등산객들이 안전하게 탈출하도록 미리 유도하는 게 군부대의 배려일 것입니다. 또 일단 이리로 접근한 민간인(등산객)에게는 신분을 확인한 후 군부대를 통해 부대정문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게 도리입니다. 물론 현재 작전훈련 중이라고는 하지만 작전도 결국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일 아닌가요?  

 

부사관이 알려 준대로 임도를 따라 작은 능선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으로 가면 하산지점(도원리 마을회관)과는 점점 멀어지는 듯 보입니다. 하는 수 없이 우측의 비탈길로 내려서 맞은 편 경사면을 치고 오르니 아까 보았던 군부대가 보입니다. 능선의 희미한 길을 따라 가노라니 또 다시 길이 사라집니다. 하는 수 없어 좌측으로 내려와 무덤을 지나 임도를 만났는데 드디어 길을 헤매는 고생은 끝났습니다.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은 멀지만 길이 좋아진 것만으로도 기쁜 일입니다. 임도는 운봉산의 좌측으로 이어집니다. 단청이 없는 기와집을 지나 우측으로 꺾습니다. 낮은 능선의 기암이 볼만하군요.

 운봉산

 

 

 

 능선의 기암

 

 

 

운봉산 숲길 안내지도를 뒤로하고 큰 도로를 따라 가가다 우측으로 들어가니 태극기 휘날리는 운봉리 복지회관입니다. 바로 옆 숭모공원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오지의 산을 갈 경우 가끔 알바(길을 찾아 헤매는 것)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오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전구간을 알바하기는 처음입니다. 당연히 운봉산은 바라보기만 했을 뿐 오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몇 명씩 분산된 등산객들은 대부분 각자 다른 길을 돌고 돌아 어렵사리 하산했습니다. 죽변봉은 다른 방향으로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우리가 걸은 길을 보면 사전에 답사하지 않은 안내산악회가 등산객을 안내하기는 부적합한 산으로 보여집니다. 오늘 참가한 많은 사람들은 알바하느라 심신이 녹초가 되었고 입이 툭 튀어 나왔습니다. 오늘 가장 행복했던 사람들은 운봉산만 답사했던 C조일 것입니다. 운봉산 능선에는 병풍바위, 사자바위, 거북바위, 기둥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아 매우 즐거운 답사 길이었을 테니까요. 

 운봉산 안내지도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1월 13일 (목)
▲ 등산 코스 : 도원리 도원슈퍼-도원교-산불감시초소-임도-길 없는 길-죽변봉-남쪽 하산길-칼바위-동쪽길

                   -군부대-영점사격장-임도-동쪽 길 없는 길-임도-운봉산 안내지도-운봉리 복지회관(숭모공원)  
▲ 산행 거리 : 11km
▲ 소요 시간 : 5시간 25분
▲ 산행 안내 : 새마포산악회  

                                                 죽변봉 등산지도 (이 길을 따르면 절대로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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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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