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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족산성에서 바라본 대청호

 

 

 

수도권 시민들은 계족산(鷄足山)이라고 하면 강원도 영월의 계족산(890m)를 떠올리지만 중부권인 대전·충청지방에서는 당연히 대전의 계족산(424m)을 생각합니다. 특히 대전에는 "보만식계"라는 유명한 종주코스가 있는데, 이는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60km에 달하는 등산코스를 말하며, 오늘 답사하려는 계족산은 "보만식계"에 포함된 유명한 종주길이기도 합니다. 계족산은 풍수지리에서 산의 형세가 닭의 다리를 닮아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국립공원 계룡산(鷄龍山)의 이름이 닭의 벼슬을 한 용의 형상이라는 점과 유사한 산 이름이로군요. 계족산은 닭발산 또는  닭다리산이라고도 불려왔는데, 지금 송촌 일대에 지네가 많아서 지네의 천적인 닭을 빌어 지네를 없애기 위해 계족산이라 불렸다고도 합니다. 봉황산이라는 이름도 있다고 하는군요.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계족산의 정상은 천하의 명당이어서 이곳에 조상의 묘를 쓰면 자손들은 대대로 복을 받지만 회덕지역은 가뭄이 든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가뭄이 들면 이 지역 사람들은 정상에 있는 묘를 파내고 그 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계족산에 대해 "향인(鄕人)이 이르기를 하늘이 가물 때 이 산이 울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라고 기록이 되어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계족산의 짐승을 건드리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지켰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노루나 토끼 등 짐승이 많았으나 수렵꾼들 조차 계족산의 짐승을 잡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이는 명산의 짐승을 잡는 것을 죄악시 한 탓입니다. 성재산(399m)은 계족산의 동쪽인 계족산성 남쪽에 위치한 산입니다.

 

계족산 산행들머리는 대덕구 읍내동 계족산 남쪽 "하느님의 교회" 앞입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굴다리 인근입니다. 보호수 느티나무를 뒤로하고 정자가 있는 곳에서 좌측의 황룡사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옵니다. 도로를 따라 오르면 회덕우체국의 우체통이 보이는데 이런 우체통은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귀한 형태로군요. 우체통 옆에 왜 하마(下馬) 표석이 놓여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갔으면 좋았을 것을 길이 U자형으로 구부러지는 곳에서 좌측의 산 속으로 진입합니다. 도로는 등산객들이 가장 걷기 싫어하는 구간이거든요. 그렇지만 조금 오르니 바로 오르는 길은 사유지이고 또 위험한 구간이라 출입을 금지하므로 우회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교회

 

 우체통과 하마표석

 

 

 

 

하는 수 없이 우측의 도로로 갔더니 아까 도로에서 오르는 길과 다시 만납니다. 좌측 도로변에는 용화사가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도로를 따라 가니 봉황마당이라는 현판이 붙은 정자가 보입니다. 계족산을 봉황산라고 불렀다는 데서 이런 정자를 세운 듯 합니다. 실제로 계족산 등산로 입구에는 두 마리의 봉황 조형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용화사 표석

 

 정자 봉황마당

 

 

 

 봉황조형물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잘 조성된 계단길을 따라 오를수록 등산로에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능선에서 만난 삼거리 갈림길에서 봉황정 200m 이정표를 따라 좌측으로 갑니다. 깔딱 오름길을 치고 오른 곳이 바로 계족산 정상입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봉황정 보다는 계족산을 표기한 이정표가 더 좋았을 것입니다. 정상 꼭대기에 묘지 1기가 있는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계족산 정상은 천하명당이라고 했거든요. 정상에서는 북동쪽의 계족산성이 숲 너머로 보일 뿐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웃에 위치한 봉황정으로 가면 대전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대전의 랜드마크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쌍둥이건물이 보이는 곳은 대전역입니다. 봉황정에 올라 바라보는 서쪽 계룡산 너머의 저녁노을은 대전팔경의 하나로 지정되었을 만큼 장관이라고 합니다.

 계단오름길

 

 계족산 정상

 


 

 

 봉황정

 

 대전시를 관통하는 갑천

 

 대전역(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다시 계족산 정상을 지나 능선 삼거리로 되돌아와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임도 삼거리입니다. 이곳은 계족산 명품 숲길 100리, 대전 둘레산길 잇기 및 계족산 황토길 맨발코스가 이어지는 걷기의 중심지입니다. 이곳에서 북쪽의 계족산성을 향해 능선을 오릅니다. 응달에는 정말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능선 우측인 동쪽으로는 대청호와 주변의 산들이 잘 보입니다. 지나가는 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는데, 지도상으로는 분명히 성재산(399m)지만 현지에는 통신시설물과 삼각점만 있을 뿐 성재산임을 알리는 아무런 안내문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오지산에서 흔히 보는 등산매니아의 이정표도 없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산줄기로 보았을 때 성재산은 처음부터 산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10만 도로지도(성지문화사)에도 나오는 산을 현지의 관청이나 산악인들이 이토록 홀대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대전시가 소개한 대전시 관광안내지도에도 성재산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현지의 모습이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임도삼거리 이정표

 

 

 

 

 

 

 

 

 

 대청호

 

 성재산 통신시설물

 

 대전시 지도의 성재산

 

 

 

 

대청호와 그 주변 산들의 첩첩한 산 그리메를 보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니 계족산성입니다. 현재도 한창 복구공사가 진행중이네요. 계족산성(서적 제355호)은 계족산의 정상으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1.3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테뫼식 산성입니다. 성의 주위는 약 1.2km이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북녘의 높이는 10.5m에 달합니다. 계족산은 역사적·지리적 요충지로써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내린 산맥은 신라와의 접경지로 양국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곳입니다. 한때 백제의 부흥 운동이 이쪽 지방에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계족산성의 남문지와 봉수대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은 사방팔방으로 거침이 없습니다. 대청호 주변에도 수많은 산이 보이지만 그 이름을 아는 것은 글쓴이의 능력 밖입니다. 남쪽 저 멀리 안테나가 보이는 산은 아마도 "보만식계"의 하나인 식장산(598m)일 것이며, 그 뒤로 높게 손은 산은 충남의 최고봉인 금산 서대산(904m)으로 추측됩니다. 

 

 

 

 

 

 

 

 

 

 

 식장산 뒤로 보이는 서대산(?, 중앙 맨 뒤)

 

 

 


계족산성을 따라가면 서문터입니다. 서문터에 서면 대전의 북서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제는 장동산림욕장 방면으로 하산할 차례입니다. 고도를 낮추니 맨발황톳길과 만납니다. 이런 길은 봄철 꽃피고 새가 우는 계절에 걸으면 참 좋겠습니다. 정자 아래의 나무계단을 내려갑니다. 수북히 쌓인 눈을 밟으며 걷는 길이 편안합니다. 숲 속에 나무 데크 길을 만드느라 예산을 많이 지출한 듯 합니다. 계족산 순환임도를 따라 나가니 정동산림욕장 정문입니다. 삼림욕장 입구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전 북서쪽 조망

 

 장동휴양림 가는 길

 

 

 

 

 

 장동산림욕장 정문 

 

 

오늘 산행에 3시간이 걸렸습니다. 거의 쉬지도 못하고 부지런히 걸은 탓입니다. 금년 들어 처음 경험한 눈 산행입니다. 눈이 내리면 길은 다소 미끄럽지만 삭막한 겨울풍경을 아름다운 눈(雪)의 비단으로 수놓아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습니다. 성재산의 안내표시가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부드러운 산길인 계족산과 계족산성을 걸으며 대전시내와 대청호 및 주변 산들의 파노라마를 즐긴 매우 뜻 깊은 산행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산행시간이 너무 짧다고 하지만 폭염이나 혹한기에는 이런 가벼운 산행이 체질에 맞습니다. 나이 탓일까요? 방랑시인 김삿갓이 영주 부석사의 안양루에 올라 읊었다는 시귀(詩句)가 생각납니다.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2월 6일 (토)
▲ 등산 코스 : 하느님의 교회-회덕우체통-용화사-봉황마당정자-능선 삼거리-계족산 및 봉황정 왕복-임도삼거리

                   -성재산-계족산성-장동산림욕장-산림욕장 입구
▲ 산행 거리 : 8km(GPS 측정)
▲ 산행 시간 : 3시간 5분
▲ 산행 안내 : 가보기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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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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