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거대 장군봉에서 바라본 영암알프스 가지산(좌측)과 운문산(중앙)
호거대 장군봉에서 바라본 지룡산·복호산(좌)
경북 청도군 운문면 소재 까치산(615m)은 운문호 남쪽에 솟은 산입니다. 까치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상의 호거산(613m)은 허들개봉으로 불리다가 최근 호거산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방음산(581m)은 호거산에서 동북으로 갈리진 능선에 자리잡고 있으며 와호산(495m) 및 방음앞산을 거쳐 운문호에 이르러 그 맥을 다합니다. 호거대 장군봉에 서면 동쪽으로 암산인 지룡산(659m)과 복호산(681m)이 손에 잡힐 듯 보이며, 남쪽으로는 영암알프스 산군(山群)인 운문산(1,195m)과 가지산(1,240m)이 우뚝합니다.
산행들머리는 청도군 운문면 방음리 소재 방음동 새마을동산입니다. 새마을동산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 마을을 찾아 새마을운동 선진마을로 격찬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서 1989년 건립한 공원입니다. 새마을동산 우측 묘지방향으로 들어섭니다. 산길을 걸을 때 진눈깨비가 조금 내리다가 그칩니다. 일기예보 상으로 오전에 흐리다가 오후에 맑다고 하였지만 11시가 지나도 짙은 구름과 안개로 인해 사방은 희뿌옇습니다. 서쪽으로 이어지던 산길이 572봉에서 남쪽으로 방형을 튼 다음 처음 만난 봉우리가 까치산(613m)입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1시간이 지났군요. 암봉인 정상에는 아담한 정성표석이 반겨주는데 마침 불어오는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이곳은 사방이 트여 조망이 참 좋은 곳이지만 현재 보이는 것이라고는 짙은 안개뿐입니다. 북쪽으로 운문댐(운문호)를 비롯한 산들을 조망할 수 없음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방음동 새마을동산
묘지방향으로 들어가는 길
까치산 정상
흐릿한 조망
까치산을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깁니다. 칼날 같은 바위구간도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심각점이 있는 지도상 556봉에는 누군가 임당봉이라는 이름표를 걸어 놓았는데, 능선 동쪽의 지명이 임당리라서 이런 이름을 붙인 듯 합니다. 정거고개 직전의 458봉에는 정거봉이라는 이름을 붙였군요. 이러다가는 모든 산의 봉우리는 이름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야할 능선
556봉(임당봉)
458봉을 지나 Y자형 갈림길에서 선두그룹의 표지를 따라 무심코 좌측 산허리로 들어선 것은 실수였습니다. 좌측이 아니라 직진방향의 능선으로 바로 올랐더라면 호거산(615m)에 도착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좌측으로 우회하는 길은 등산로도 상당히 좁아 매우 지루했습니다. 한참만에 좌측의 방음산으로 가는 길과 만났습니다. 원래 계획은 호거산을 거쳐 방음산을 왕복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능선을 따르지 아니하고 우회하는 바람에 길리 꼬인 것입니다. 능선에서 앞에 보이는 방음산(581m)에 오릅니다. 정상에는 까치산과 마찬가지로 아담한 정상표석이 반겨줍니다. 정상아래에는 풍혈(風穴)이 있다고 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이 그냥 뒤돌아서고 말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상 바로 뒤쪽 아래에 있었다고 합니다. 정상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풍혈이 있는 곳에 화살표만 붙여 놓았더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였을 것입니다.
산불지역
방음산
방음산에서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와호산 및 방음앞산을 거쳐 방음동 새마을 동산으로 하산하게 되지만 우리는 되돌아섭니다. 조금 전 왔던 삼거리를 지나 능선을 오르면 호거대장군봉과 호거산 갈림길입니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호거산으로 가기 위해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호거산(615m) 정상에도 역시 아담한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현지의 산악회에서 전국의 산꾼을 위해 참 좋은 선행을 했습니다. 표석의 전면에는 산 이름과 해발고도만 표기한 모범적인 형식입니다. 이곳 호거산은 그전에 해들개봉으로 불리다가 최근 호거산으로 개명한 듯 합니다. 그전 사진으로 보았던 목판의 해들개봉 안내문은 사라지고 없더군요. 지나온 방음산과 이곳 호거산에서도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호거산
이제 남동쪽의 호거대를 향해 갑니다. 해발고도를 한참 낮추었다가 다시 오릅니다. 능선 우측 대비저수지 뒤로 억산과 운문산의 능선이 산 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암봉인 호거대를 오르는 길이 무척 가파릅니다. 너덜겅이 깔려 있는 곳을 조심스럽게 통과하니 큰 바위가 앞에 버티고 서 있습니다. 바로 호거대 장군봉(516m)입니다. 장군봉을 오르는 유일한 길은 암봉에 걸린 체인형 쇠줄을 잡고 오르는 것입니다. 일부는 오르기를 포기하고 하산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이곳을 오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 스틱을 내려놓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바위사면이 약간 미끄럽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발을 지탱할 수 있는 홈이 있어 무사히 바위에 올랐습니다.
대비저수지 뒤로 보이는 억산(중앙)
너덜겅 오름길
장군봉으로 오르는 쇠줄(실제로는 훨씬 가파름)
쇠줄
바위 위에 두 발을 올려놓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넋을 잃을 뻔했습니다. 사방팔방으로 트인 조망에 영남알프스를 비롯한 주변의 산들이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행 내내 찌푸렸던 날씨가 맑아진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서쪽으로는 운문천 건너 거대한 암봉인 지룡산(659m)과 복호산(678m)이 허연 바위를 드러낸 가운데, 좌측에는 옹강산(834m)이 우뚝합니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1,240m)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고 그 우측으로 운문산(1,195m)과 억산(944m)의 능선이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립니다. 억산 우측으로는 구만산(785m)의 능선이 뻗어 있습니다. 북쪽으로 뒤돌아보면 지나온 호거산이 우뚝하고 그 좌측으로 방음산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곳을 오르지 않았더라면 정말 크게 후회했을 것입니다. 전국에 산은 많지만 이토록 환상적인 조망을 선사하는 곳은 흔치 않거든요.
지룡산과 복호산 뒤로 보이는 옹강산
북쪽의 가지산(중앙)
운문산(좌)과 억산(중앙)
지나온 호거산(중앙)과 방음산(우측)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쇠줄을 잡고 하산합니다. 사실 쇠줄보다는 굵은 로프에 매듭을 매어 걸어두었더라면 훨씬 오르내리기가 용이했을 테니까요. 암봉 좌측으로 돌아가노라니 통천문이 보입니다. 통천문을 뒤로하고 내려서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아 등산로가 분명치 아니합니다. 그렇지만 운문사 주차장 방면으로 하산하려면 이 길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런 가파르고 돌이 많은 길은 서둘지 말고 조심하는 게 상책입니다. 험로를 내려와 평이한 길을 걸어 운문천을 건너니 등산버스가 기다리는 운문산 휴게소입니다.
통천문
지룡산 및 복호산
운문천
오늘 산행에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부터 까치산과 방음산 그리고 호거산을 답사할 때까지 흐린 날씨로 낙담하였지만 조망대인 호거대 장군봉에 올랐을 때는 날씨가 좋아져 영남알프스를 비롯한 주변의 멋진 조망을 마음껏 즐긴 산행이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을 답사하는 등산객들은 반드시 호거대 장군봉을 산행코스에 포함시킬 것을 권장합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2월 20일 (토)
▲ 등산 코스 : 방음동 새마을동산-572봉-까치산-557봉(임당봉)-458봉(정거봉)-방음산 갈림길-방음산(왕복)
-호거산 갈림길-호거산(왕복)-호거대 장군봉-운문산 휴게소
▲ 산행 거리 : 9km(GPS 측정)
▲ 소요 시간 : 4시간 5분
▲ 산행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 지도 중앙의 갈림길에서 청색 점선을 따라 호거산으로 가는 것이 올바른 진행방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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