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우금산에서 바라본 우금바위(좌)와 산 그리메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외변산과 내변산으로 구분되는데, 적벽강과 채석강 등 서해의 바닷가를 외변산, 내륙의 산지지역을 내변산이라고 합니다. 내변산의 최고봉은 의상봉(507m)이지만 출입통제로 인해 등산객들이 오를 수 있는 산은 주로 쌍선봉(459m)과 관음봉(425m)이며 등산 매니아들은 의상봉 동쪽에 형성된 비룡상천봉(439m)과 쇠뿔바위봉(480m)을 찾기도 합니다. 오늘 답사하려는 전북 부안군 상서면 소재 우금산(331m)은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천년고찰 개암사와 우금산성을 품고 있으며, 특히 우금바위(우금암, 울금바위)는 마치 월악산의 정상인 영봉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절경을 연출합니다.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는 우금바위, 서쪽으로는 쇠뿔바위봉과 의상봉 등 내변산의 산세를 볼 수 있는 우금산은 부안의 숨은 명산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우금산 산행들머리는 개암사 진입도로 변 개암저수지 동쪽 개암천 옆의 음식점 개암산천입니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등산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깔딱 오르막이로군요. 몸을 추스릴 사이도 없니 바로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곳만 오르면 그 뒤로는 평탄한 능선이 이어집니다. 능선 좌측으로는 숲 사이로 이곳의 명물인 우금바위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점점 고도를 높이니 등산로에는 눈이 남아 있네요. 능선을 돌아가니 우금바위 좌측으로 개암저수지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산행들머리 개암산천 입구

 

 나무 사이로 보이는 우금바위

 

 눈길

 

 하얗게 빛난는 개암저수지

 

 

우금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능선을 걸어갑니다. 우금산성(禹金山城)은 개암사의 뒷산에 있는 돌로 쌓은 산성(전라북도 기념물 제20호)입니다. 이 산성은 우금바위를 지나 개암사 저수지까지의 능선 밑으로 쌓은 둘레가 3km가 넘는 석성입니다. 우금산성은 백제 의자왕 20년(660년) 무렵 백제 부흥을 위하여 복신 장군이 유민을 규합하고 군비를 정돈하여 항전하다가 나당 연합군 장수인 김유신과 소정방에게 패한 곳으로 전해오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서쪽으로 보이는 쇠뿔바위봉 능선

 

 우금산성

 

 

산성 위를 걸어가노라니 엄청난 바람이 불어와 바닷가의 해풍을 짐작케 합니다. 그렇지만 주변으로 펼쳐지는 확 트인 조망에 눈은 정말 즐겁습니다. 드디어 태극기 휘날리는 우금산 정상(331m)에 도착합니다. 정상에 표석이 없는 게 아쉽군요. 정상 남쪽으로는 우금바위, 서쪽으로는 쇠뿔바위 등 내변산의 암봉들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쌀쌀한 탓에 대기중의 먼지가 사라져 시계(視界)가 먼 게 참으로 다행입니다. 

 지나온 능선 뒤로 보이는 사산저수지(중앙)

 

 우금산 정상의 태극기

 

 가야할 남쪽 우금바위(왼쪽)

 

 서쪽의 쇠뿔바위봉(중앙 뒤)
 
 

 

시루떡 같은 바위를 지나 우금바위 밑에서 우측으로 돌아갑니다. 우금바위 좌측에도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지만 우리는 우측으로 갑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금바위 암봉 위로 오를 수 있는 로프가 있다고 했는데 이를 알지 못해 아까운 조망 한 곳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눈이 쌓인 우측으로 조심해서 걸어가니 베틀굴입니다. 굴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니 마치 텐트 안에서 밖을 쳐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베틀굴을 뒤로하고 조금 더 가다가 좌측으로 돌면 우금바위의 거대한 암봉이 위압적으로 버티고 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루떡 바위

 

 우금바위 우회길

 

 

 

 베틀굴

 

 

우금바위 아래에 있는 굴은 원효굴인데 현지에 아무런 안내문이 없어 매우 헷갈렸습니다. 나중에 하산한 후 개암사 안내문을 보고는 이곳이 원효굴인 줄 알았으니까요. 그렇지만 현장에 모인 몇 명의 등산객들은 이게 원효굴이 아니라 원효굴은 오른 쪽 바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개암사갈림길 이정표 우측 오른쪽으로 가는 길목에는 국립공원 측에서 출입금지 현수막을 내걸어 놓았습니다. 이럴 때 출입금지선을 넘으면 안되지만 역사에 매우 관심이 있는 서너명이 일단 금지선을 살짝 넘었습니다.

 원효굴

 

 

 

 개암사 이정표

 

 출입금지 현수막

 

 


위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따라 조금 가니(약 20미터?) 위험지역을 알리는 두 번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여기서는 더 이상 전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잡목 뒤 직벽에 두 개의 굴이 보입니다. 바로 원효방입니다. 개암사 홍보안내문에 의하면 앞서 우리가 만났던 것은 <원효굴>이고 이곳은 <원효방>이네요. 원효방(우금굴이라고도 함)은 보통사람들은 도저히 접근을 할 수 없는 직벽에 있는데 당시의 스님들은 어떻게 이곳을 출입할 수 있었는지 정말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원효방 밑에는 바위에 새긴 우금암(遇金암)이라는 글씨가 보이지만 똑딱이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는 잘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원효방 앞 출입금지 안내문

 

 철책이 설치된 원효방

 

바위에 새긴 우금암 글씨(禹金을 遇金이라고 새긴 것이 특이함)     

 

 

 

산악회 측에서는 산행거리가 너무 짧다고 여기서 바로 개암사 방면으로 하산하지 아니하고 남서쪽 능선(286봉과 233봉 경유)을 우회하도록 했지만 개암사를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글쓴이는 우금바위에서 바로 개암사로 내려옵니다. 내려서는 길은 매우 잘 조성되어 있더군요.

 

개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禪雲寺)의 말사로 서기 634년(백제 무왕 35년) 묘련(妙蓮)이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 원효와 의상이 이곳에 이르러 우금암(禹金巖) 밑의 굴속에 머물면서 중수하였으며 1276년(고려 충렬왕 2년) 원감국사(圓鑑國師)는 조계산 송광사에서 이곳 원효방(元曉房:우금굴)으로 와서 지금의 자리에 절을 중창해 대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후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지만 수 차례의 중수를 거쳐 오늘이 이릅니다. 현존하는 당우(堂宇)로는 대웅보전(구 황금전)을 비롯하여 인등전·응향각·응진전·일주문과 월성대 및 요사가 있는데, 보물 제292호로 지정된 대웅보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형태의 대표적인 조선중기 건물입니다.

 개암사 대웅보전

 

 

 

 

무엇보다도 경내에서 바라보는 전각과 뒤편의 우금바위가 어우러져 그 조망이 매우 빼어납니다. 사찰을 찬찬히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오니 일주문인데, 일주문에는 능가산 개암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여기서 한참 떨어진 내소사에도 능가산 내소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었기에 그렇다면 내변산의 다른 이름은 능가산일까요? 원래 능가산은 불교용어로 "인도의 남해안에 있는 산 이름. 또는 현재의 스리랑카에 있는 아담스 피크 산을 가리킨다고 하며, 산 정상에는 부처의 족적(足跡)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고려의 원감국사는 개암사 황금전(黃金殿, 현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청련각(靑蓮閣), 남쪽에는 청허루(淸虛樓), 북쪽에는 팔상전(八相殿), 서쪽에는 응진당과 명부전을 지었으며, 총 30여 동의 건물을 세워『능가경(楞伽經)』(대승불교의 철학강론)을 강의하면서 많은 사람을 교화하였으므로 산의 이름을 "능가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개암사와 우금바위

 

 능가산 개암사 일주문

 

 


개암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산행에 개암사 관람시간을 포함해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금바위에서 원효방을 찾느라 한참동안 시간을 보내고도 말입니다. 우금산성과 개암사 같은 역사적인 문화재가 포함된 산행은 그 시간은 무의미합니다. 오로지 산만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짧은 산행거리에 실망하겠지만 글쓴이로서는 매우 유익한 하루였습니다. 우금산에서 바라본 황홀한 조망은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1월 17일 (토)
▲ 등산 코스 : 개암산천-236봉-우금산성-우금산-우금바위-베틀굴-원효굴-원효방(왕복)-개암사-일주문-주차장
▲ 산행 거리 : 5.1km(GPS 측정)
▲ 산행 시간 : 2시간 40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 글이 마음에 들면 아래 공감하트(♥)를 눌러 주세요!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