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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옥분 역의 정영숙

 

 

 

120부작인 일일연속극에서 겨우 26회가 방영되었는데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성공한다면 이후에는 다룰 내용이 없어질 것입니다. 차미란(김보연 분) 여사의 딸 오은지(이가령 분)와 임옥분(정영숙 분)의 손자 김지석(박윤재 분)이 처음 두 차례의 심각한 우여곡절을 잘 극복하고 양가의 상견례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자 이렇게 모든 게 술술 풀려서는 곤란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 두 건의 우여곡절도 그리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비교적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첫째는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오달수(오광록 분)-차미란 부부가 회사로 찾아와 항의를 하자 김지석 사장은 이들이 애인 오은지의 부모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였다면 해고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행패를 부리는 두 사람을 끌어내라고 경비원에게 지시한 사건입니다. 나중에 김지석은 이들이 은지의 부모임을 알고는 크게 뉘우쳤고, "싹퉁머리 없는 놈"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지석이 진심으로 은지 부모에게 사과해 이 문제는 결국 일단락되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가 이렇게 쉽사리 해결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왜냐하면 이토록 스토리전개가 순탄해서는 안되거든요.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석의 할머니 임옥분은 은지의 할아버지 오동팔(김용건 분)을 만나 아이들의 문제를 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나고 보니 오동팔과 임옥분은 오래 전 결혼을 할 뻔하다가 동팔이 가진 것이 없음을 이유로 임옥분의 부모가 반대해 결국 헤어진 사이였던 것입니다. 마침 오동팔은 상처한지 1년이 지났고 옥분의 남편도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기에 현재 싱글이 된 두 사람은 첫 사랑의 애틋한 정으로 인해 금새 서로를 원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임옥분은 자기 때문에 손자의 앞날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금방 물러섰지만 오동팔은 다시 찾은 첫사랑을 포기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이 대목에서 글쓴이는 "황혼 로맨스가 청춘남녀 앞길 막나?"(http://leeesann.tistory.com/4170)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전 가족이 나서 동팔을 설득하려 했지만 노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차미란은 작심을 하고는 시아버지인 동팔의 방으로 들어가 조목조목 따졌습니다. "시집오던 날 아버님이 한 말씀 기억한다. 없는 집에 시집온 널 믿고 맏며느리로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간 이 말을 되새기며 서운한 일도 참으며 살았다. 은지 낳았을 때 손자가 아니라 손녀라고 서운해하면서 왜 맏며느리가 장손을 낳지 못했느냐고 한 말을 기억한다. 아버님의 잘난 아들 오달수가 사고 칠 때마다 나를 위로해 준 이는 은지였다. 은지 예쁘게 잘 컸다. 나와 은지가 아버님에게 욕먹을 짓 한번도 안 했다. 가족 모두 병든 시모를 외면할 때 은지가 병 수발 다했다. 시모 제사 음식 은지가 도왔다. 은지가 제 짝 만나 행복해 하는데, 가여운 은지를 위해 생각을 바꿔달라. 손녀딸의 행복을 위해 아버님이 포기하라. 만일 마음 안 바꾼다면 집을 나가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입니다. 차미란의 주장은 일응 당돌해 보이기는 했지만 자식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습니다.

 

그 후 실제로 차미란은 집을 나갔습니다. 물론 그로부터 집안의 살림은 엉망이 되었지요. 그래도 동팔은 전혀 마음을 바꿀 의향이 없었습니다. 옥분은 동팔을 만나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날 여자로 생각해 주어 기뻤다. 그러나 애들을 갈라놓으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은지를 손주며느리로 생각한다. 다음 생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고 간청했습니다. 귀가한 동팔은 아들인 오달수와 손녀 은지 그리고 손자 오기훈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물러설 테니 미란이 귀가하라고 해라"며 결국 마음을 바꾸고 말았습니다. 동팔은 귀가한 며느리 차미란에게 "시아버지를 이겨 먹으니 좋으냐?"고 볼멘 소리를 합니다.

 

 

 

 

이로서 그간 김지석-오은지 커플의 러브라인에 심각한 장애요인이었던 문제가 모두 풀리고 옥분은 지석과 은지에게 상견례 날을 잡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이렇게 순조롭게 풀려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너무 싱겁겠지요. 그래서 제작진이 꺼낸 수법은 가진 자인 지석의 할머니 옥분이 혼수문제를 가지고 몽니를 부린 것입니다. 옥분은 지석도 모르게 돈 봉투를 준비해 차미란을 만나 건네 주었습니다. 옥분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돈네의 형편을 고려해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러나 반대로 차미란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미란은 돈봉투를 돌려주며 "호화결혼식은 할 수 없다. 결혼비용 반을 우리가 부담하겠다. 결혼식은 간소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옥분은 "그 쪽이 우리 집 수준에 맞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긁어버립니다. 

 

지석도 할머니에게 간소한 결혼식을 희망했지만 옥분은 벌써부터 처가 편을 드느냐며 질책합니다. 옥분은 은지를 귀금속점으로 불러 특별 주문한 예물을 주려 하지만 은지도 "오빠로부터 받은 반지하나면 충분하다"며 정중히 거절합니다. 지석과 은지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자 옥분은 "상견례를 미루자"고 말했습니다. 귀가한 은지는 미란에게 "옥분이 몸이 불편해 상견례를 미루려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그대로 믿을 미란이 아니지요. 은지는 예물 건을 털어놓았고 미란도 발끈해 앞으로 상견례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소리칩니다. 그런데 이번에 옥분의 마음을 돌린 이는 동팔입니다. 동팔은 사부인이 아파서 상견례를 미룬다는 소식을 듣고는 죽을 사 가지고 옥분의 집을 찾은 것입니다. 결국 옥분은 상견례를 하기로 작심합니다.

 

드디어 상견례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석은 할머니가 결혼식장과 예물을 준비했으니 받아달라고 말문을 엽니다. 그렇지만 차미란은 은지가 예물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지나친 것이라고 대꾸합니다. 옥분은 예물은 내 마음인데 왜 성의를 무시하느냐고 토를 달았고, 달수는 "그래서 돈 봉투를 주려 했느냐?"며 민감한 문제를 거론합니다. 동팔이 "예물은 좋은 마음으로 감사하게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옥분은 "이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자"며 돌발선언을 하고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식사할 기분이 아니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놀란 지석이 황급히 뒤따라 나가 옥분을 설득해 보지만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나중에 동팔이 옥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옥분은 "우리가 양보할 필요 없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사나?"라면서 동팔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했던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다시 사랑을 감정을 재 점화하기로 작심합니다. 지석은 옥분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지만 옥분은 "은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다른 참한 아가씨 찾아보겠다"라고 잘라 말합니다.

 

 

 

 

한편, 기가 막힌 차미란은 곰곰 생각한 끝에 은지를 위해 이른 아침 임옥분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미란은 납작 엎드린 자세로 "사과하러 왔다. 내 고집만 부린 것은 생각이 짧았다. 노여움을 풀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옥분은 "결혼을 다시 생각하자는 것은 노여워서 그런 것 아니다. 두 사람은 어울리는 짝이 아닌 것 같다. 잘 못된 것은 초기에 바로 잡아야 한다. 이대로 두면 앞으로 부딪힐 일이 많을 것이다. 서로 어울리는 사람끼리 만나야한다"고 생트집을 잡으며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동팔은 옥분을 만나 전화로 한 말이 사실이냐며 반깁니다. 옥분은 지석과 은지는 서로 안 맞는 사이라면서 아침에 차미란에게도 이미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옥분은 "앞으로는 내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사랑 받는 게 어떤 건지, 남자의 그늘 아래 있는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지석이도 결혼준비하면서 나는 뒷전이다. 앞으로는 내 욕심을 부리겠다"며 동팔에게 절절한 애정고백을 늘어놓습니다. 두 사람은 음식을 함께 먹고 쇼핑을 하며 셀카도 찍으면서 데이트를 즐기다가 차를 마시기 위해 그녀의 자동차에 동승한 동팔과 함께 귀가했습니다. 그런데 옥분과 동팔은 대문 앞에서 기다리는 차미란과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미란은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옥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다시 찾아 왔는데 옥분-동팔이 함께 있는 모습에 기함하는군요.

 

그러고 보면 혼수문제는 핑계고 실제로는 오동팔을 잊지 못하던 임옥분이 아이들의 결혼을 깨고 동팔과 로맨스그레이를 다시 시작하려고 몽니를 부린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번에는 동팔이 문제를 제기하더니 이번에는 옥분이 총대를 매는군요. 그러니 차미란이 아무리 자세를 낮추어도 옥분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솔직히 이런 설정은 노인들의 순수한 사랑을 매도하는 나쁜 이미지를 줄 수 있겠군요. 이런 와중에 옥분은 재벌기업의 딸을 지석에게 소개시켜 줄 것이며, 재벌녀는 첫눈에 지석에게 반해 김지석-오은지-재벌녀의 삼각 러브라인이 형성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은지-김지석 러브라인은 막판까지 티격태격하면서 지루한 줄다리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된다면 오동팔-임옥분 커플(?)은 시청자들 특히 젊은이들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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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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