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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성산 화엄벌 

 

 

 

경남 양산시 웅상읍과 상북면 및 하북면의 경계에 솟은 천성산(千聖山, 922m)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선정된 양산의 명산입니다. 천성산은 예로부터 깊은 계곡과 폭포가 많고 또한 경치가 빼어나 소금강산이라 불리었으며, 원효대사가 당나라에서 건너온 1천명의 스님에게 이곳에서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했다고 하여 천성산이라는 산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화엄벌 인근의 922봉을 원효산, 812봉을 천성산이라 불렀으나 2000년 양산시에서는 정부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원효산과 천성산을 통합하여 천성산이라고 부르되, 원효산(922m)을 천성산 주봉, 천성산(812m)을 천성산 제2봉으로 변경하였으며 <555산행기>에도 천성산 주봉과 제2봉을 별개의 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산을 찾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원래대로 원효산과 천성산으로 부르는 게 헷갈리지 않아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산 이름의 통합이 무슨 실익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천성산에는 생태습지로 이름난 곳인 화엄벌이 있습니다. 화엄벌은 천성산 주봉의 오른 쪽 사면에 펼쳐진 평원으로 원효대사가 천성산 정상의 초원과 같은 억새 밭에서 1천여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화엄경』을 설법한 강론장이라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약 25만여 평에 달하는 화엄벌에는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꽃이 아름답게 피고, 가을이면 긴 억새가 화엄벌을 뒤덮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화엄늪의 희귀한 꽃과 식물 등 곤충들의 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 매우 귀중한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이런 이유로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현재 울타리로 출입이 제한돼 있습니다.

 

이곳은 현재 KTX가 운행중인 경부고속철도건설공사가 진행될 때인 2000년대 초 천성산 터널이 뚫리면 이곳 습지지역에 서식하는 도룡뇽이 멸종한다며 내원사의 지율스님은 단식투쟁으로 터널건설반대운동을 벌여 공사를 지연시킨 그 원인을 제공한 곳이기도 합니다. 천성산에 터널을 뚫어 KTX가 개통된 이후에도 도룡뇽의 개체수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당시 공사지연으로 엄청난 국고손실(국민세금부담)을 끼친 지율스님에 대해 국가가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는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율스님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국고손실금액을 부풀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청구한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뉴스를 보고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성산 산행 들머리는 홍룡사 입구의 주차장입니다. 삼거리의 공중화장실은 무슨 캡슐모양처럼 생겼군요. 주변에는 음식이름이 붙어 있는 간이음식점이 보이지만 겨울철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듯 합니다. 여기서 홍룡사까지의 거리는 0.8km입니다. 천성교를 건너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갑니다. 홍룡사와 홍룡폭포 안내문을 지나면 일주문입니다. 일주문을 뒤로하니 사찰의 경내에서는 보기 드문 가홍정(駕虹亭)이라는 현판이 붙은 정자가 나옵니다. 이 정자는 양산에 살던 이재영(李宰榮)이 66세 때인 1918년 자신의 소유지에 세운 정자라는 안내문이 서 있습니다.

 주차장 이정표

 

 캡슐 모양의 공중화장실

 

 홍룡사 안내도

 

 일주문

 

 

 

홍룡사는 신라 문무왕 때(661∼681) 원효(元曉)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원효가 당나라의 승려 1천 명에게 천성산에서《화엄경》을 설법할 때 낙수사(落水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는데, 이는 당시 승려들이 이 절 옆에 있는 홍룡폭포에서 몸을 씻고 원효의 설법을 들었다 하여 이름을 낙수사라고 하였으나 그 후 폭포의 이름을 따서 홍룡사로 바꾸었습니다. 사찰의 우측 계곡에 위치한 홍룡폭포는 높이가 무려 24m에 달하여 우기에 보면 장관을 연출하지만 지금은 가느다란 물줄기만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홍룡사 대웅전 

 

 

 

천성산 등산로는 홍룡사 경내에서 좌측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조금 오르면 능선을 만나게되고 북쪽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높입니다. 천성산은 해발고도가 900m가 넘는 고산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깔딱고개라고 할 만한 급경사오르막이 없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물론 오늘 답사한 등산길 위주로 하는 말입니다. 홍룡사에서 등산을 시작한지 50분만에 습지보호지역인 화엄늪에 도착합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25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초지의 평원이 가슴을 확 트이게 합니다. 다만 능선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강풍이 기온을 상당히 떨어뜨려 체감온도를 급격하게 낮추어 버립니다. 귀를 덮는 모자를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큰 낭패를 당할 뻔했습니다. 나중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을 정도로 장갑을 낀 손끝이 시려옵니다. 

 부드러운 오름길

 

 화엄늪

 

 

 
화암늪 삼거리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조금 가니 습지보호지역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날씨입니다. 희뿌연 연무로 인해 먼 곳이 흐릿한 게 옥의 티입니다. 지금은 누렇게 변색해 볼품 없는 초지(억새)도 제철에 온다면 장관을 연출하겠지요. 여기서 습지보호 울타리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갑니다. 천성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철제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군부대에서 지뢰제거작업을 했지만 아직도 일부는 남아있기에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구역입니다. 원래 천성산 정상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부대가 철수하고 통행로를 정해 정상을 개방한 것입니다. 정상 바로 옆에는 "필승"이라고 쓴 큰 표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곳이 군부대주둔지였음을 웅변으로 증명합니다. 이를 제외하면 정상주변은 군부대주둔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비된 게 보기 좋습니다. 

 

 

 

 

 서쪽으로 보이는 양산CC

 

 

 

 

 

 

 뒤돌아 본 화엄벌

 

 

 

 지뢰경고문

 

 

 

 군부대 필승표석

 

 
정상에는 아담한 정상표석이 이방인을 반겨주네요. 정상에 서니 시방팔방으로 조망은 터지지만 날씨도 흐리고 주변 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이름을 아는 산이 하나도 없습니다. 북서쪽으로는 영남알프스의 산군(山群)이 있을 테지만 가늠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통행로를 따라 갑니다. 통행로 우측에 보이는 기암의 규모가 엄청나군요. 기암 옆으로 돌아 좌측으로 갑니다. 도로를 건너 맞은 편 울타리 안으로 진입해 위로 오르면 조망대인데 북쪽의 계곡 쪽으로 저수지와 취락지구가 내려다보입니다.

 남쪽 방향의 길

 

 

 

 기암

 

 

 

 

 

 

 

 

 

계속하여 울타리 사잇길을 걸어가니 능선삼거리입니다.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천성산 제2봉(거리 2.0km)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우측으로 홍룡사 3.4km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오늘 우리는 홍룡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산행을 해야 하기에 홍룡사 이정표만 따라 가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재난조난안내문에는 홍룡사로 간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이미 지나온 정상까지의 남은 거리만 표기하고 있습니다. 초행인 사람들은 홍룡사로 가는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지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한참 후 도로에 도착하니 원효암 0.8km, 천성산 제2봉 2.6km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까 능선삼거리에서 600m를 걸어온 셈입니다. 홍룡사로 가기 위해서는 원효암을 경유하야 하니 비로소 길을 바로 찾아온 것임을 확인하고는 안도합니다. 여기서 도로를 따라 위로 오르면 아까 지나갔던 도로를 만나게 되겠군요. 이쪽으로 가면 천성산 정상으로 이어지니 조난재난안내문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능선 삼거리 이정표

 

조난재난안내문

 

 도로 이정표 

  
 
여기서 차도를 걸어 원효암으로 갑니다. 마침 주변을 걸어가는 현지 주민에게 길을 물어 우측의 산길로 들어서니 바로 원효암으로 가는 도로가 나옵니다. 원효암은 원효의 전설이 남아 있는 자그마한 암자입니다. 여기서 홍룡사로 가려면 암자를 지나 가야하지만 홍룡사 주차장으로 가려면 뒤돌아 나와 우측 아래로 내려서면 됩니다. 도로 한켠에 홍룡사와 홍룡사 주차장 가는 길의 방향표시 이정표가 있어 조금만 신경을 쓰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원효암 입구

 

 원효암

 

 원효암 앞 이정표

 

 

 

원효암에서 하산하는 길목에는 거대한 암석이 자주 보이네요. 기온이 점차 상승함에 따라 겨우내 얼었던 길이 녹는 바람에 하산로가 진창으로 변해 매우 미끄럽습니다. 산길 우측으로 보이는 편백나무 숲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듭니다. 계곡을 따라 가다가 아취형 목재다리를 건너니 아침에 출발했던 주차장입니다. 오늘 산행에 3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9.6km의 거리를 이처럼 빨리 걸은 것은 쌀쌀한 날씨로 인해 쉬지 않은 탓도 있지만 홍룡사∼화엄늪 오름길과 원효암∼편백숲 내림길을 제외하고는 산 길이 거의 평지처럼 부드러웠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궂은 날씨로 인해 조망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면 천성산 제2봉은 좋은 계절에 오르겠다고 다짐합니다.

 

 

편백나무 숲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2월 28일 (토)
▲ 등산 코스 : 홍룡사 주차장(천성교)-일주문-홍룡폭포-홍룡사-화암늪-천성산-기암-능선삼거리

                    -도로삼거리-원효암-편백나무숲-천성교
▲ 산행 거리 : 9.6km(GPS 측정)
▲ 소요 시간 : 3시간 20분
▲ 산행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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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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