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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산 능선의 아름다운 진달래

 

                                                             대산 능선에서 바라본 남쪽의 조망

 

 


광려산(匡廬山, 752m)은 경남 함안군 여항면과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의 경계에 위치한 산입니다. 100대 명산으로서 진달래로 이름난 마산의 무학산(767m) 서쪽 건너편에 우뚝 솟은 산입니다. 광려산에서 2.5km 동쪽에 자리잡은 대산(727m)은 광려산과 대곡산(516m)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무학산에서 대곡산 및 대산을 거쳐 광려산을 경유하는 이 길은 낙남정맥이 통과하는 등산로이므로 정맥을 종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거쳐 가야할 장쾌한 산길이며 그림 같은 남해바다와 주변 산의 조망이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 광려산을 지난 낙남정맥은 서북산(739m)을 거쳐 최고봉인 여항산(770m)으로 이어집니다. 

 

산행들머리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신감리 법륜사입구입니다. 창원 및 마산과 진해가 통합되어 창원으로 되는 바람에 과거 민주화의 성지였던 마산(馬山)은 그 도시 이름을 잃고 마산회원구 및 마산합포구처럼 일개도시의 자치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1960년대 글쓴이가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마산은 인구상 전국의 7대도시에 포함된 큰 도시였습니다. 마산은 3.15부정선거를 규탄한 4.19민주혁명이 발발한 도시였고, 1987년도 집권층이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도록 만든 부마(부산·마산)항쟁의 중심도시였습니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은 창원기계공업단지와 함께 우리나라 산업의 전진기지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도시인 마산이 행정구역에서 사라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통합도시의 이름을 지은 관계자들이 나름대로 소명의식을 가졌겠지만 무식한 글쓴이로서는 전국의 도로안내표지에 마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창원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게 과연 합당한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행후기가 삼천포로 빠졌군요. 중앙에 아취형으로 된 법륜사 안내문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참좋은 교회"가 있고 우측에는 "삼계성당"이 있으니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사찰)와 기독교(교회) 그리고 천주교(성당)가 이마를 나란히 맞대고있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합니다. 천수산 법륜사라는 현판을 보면 이곳의 뒷산이 천수산인 듯 한데 지도상으로 아무리 찾아보아도 천수산은 보이지 않기에 어디에 있는 산 이름을 가져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수산 법륜사와 삼계성당

 

 

 

법륜사로 오르는 길목에는 작은 돌탑을 쌓아두었고 법당으로 가는 길목에는 돼지 7마리를 포개어 조각한 조형물이 보이는데, 사찰에서 돼지조각상을 보는 것도 흔치않은 일입니다. 시주자의 이름을 딴 불상을 작은 계곡 옆에 놓아둔 것도 이채롭습니다. 전각들은 가파른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대웅전을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자 용왕각이 나옵니다. 돌탑군을 지나자 호젓한 산 속에 산신각이 외롭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신각이 대웅전에서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처음 보는 전각의 배치로군요. 

 7마리의 돼지상

 

 법륜사

 

 

 

여기서부터 704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으로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작은 능선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몸을 돌려 세워 계속 오릅니다. 능선에는 가끔 진달래가 반겨주네요. 전망바위에 올라 되돌아보니 북으로는 내서읍 시가지, 동으로는 무학산 줄기가 뻗어 있습니다. 주능선에 오르니 삿갓봉(광려산) 2.5km, 삼계회관 2.9km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누군가 이정표에 삼자봉(→)이라는 이름을 써놓았는데 아마도 이곳이 지도상으로 투구봉(704m)인 듯 합니다.

 내서시가지

 

 주능선 이정표

 

 


이곳에서 상투봉으로 가는 등산로는 길도 평이하고 또 군데군데 조망이 터져 눈이 시원합니다. 동쪽으로 무학산과 대곡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목판 이정표가 걸려 있는 상투봉(725m) 주변에는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는 모습입니다. 상투봉에 서니 남쪽으로 가야할 광려산과 대산의 능선이 매우 부드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르내림이 제법 심합니다.

 무학산과 대곡산 능선

 

 여항산(맨 뒤)

 

 상투봉

 

 

 

 가야할 대산(중앙)과 광려산(우측) 

 

 

 

 

상투봉을 내려와 삿갓봉으로 갑니다. 고도를 상당히 낮추는군요. 상투봉은 독립된 하나의 산으로 보아도 무방하겠지만 "10만 도로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그냥 무시합니다. 내리막에는 산죽군락지가 빼곡합니다. 광산사 갈림길을 지나 다시 오르니 광려산 삿갓봉(720m)입니다. 여기가 바로 낙남정맥 갈림길입니다. 여항산 10.7km, 지나온 투구봉 2.52km, 광려산 0.7km 이정표가 이를 반증합니다. 전망데크에 서면 동남쪽으로 가야할 광려산과 남해바다가 아련합니다. 서쪽으로 대부산 뒤에는 서북산이, 봉화산 뒤에는 여항산이 멋진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삿갓봉에서 조망을 즐기면서 부지런히 걸어가니 광려산 정상(752m)입니다. 어느 글에서 광려산보다는 삿갓봉의 해발고도가 높다는 지적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현지의 이정표를 보면 광려산의 해발이 높은 것으로 표기되어 있네요.

 광려산 삿갓봉

 

 삿갓봉 이정표

 

 진동 앞 바다

 

 가야할 광려산

 

 

 

 지나온 삿갓봉

 

 대부산 뒤 서북산(좌), 봉화산 뒤 여항산(우)

 

 

 

 

이제 대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능선에는 진달래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등산로 좌측으로는 문화재보호를 위한 입산금지구역 안내문과 철조망이 나타납니다. 아마도 문화재보호란 광산사를 말하는 듯 한데, 등산로에 인접해 쳐둔 철조망이 자칫 잘 못하다는 등산객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산에 가면 가끔 사찰소유의 사유지에 출입하지 말라는 이와 같은 경고문을 보게 되는데 솔직히 기분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출입금지안내문

 

 

광려산에서 대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보는 남쪽 진동면방면의 취락지구와 남해바다의 조망이 참으로 좋습니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와 되돌아보니 마치 코끼리의 콧잔등 같은 바위능선의 모습도 일품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얼레지 군락지를 보았지만 사진 상으로는 볼품이 없군요. 드디어 서편에 위치한 대산의 진달래군락지입니다. 시기적으로 절정기를 지나 진달래꽃이 많이 지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화사한 연분홍의 진달래는 산을 찾은 사람들에게 그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곳의 진달래는 그 나무가 무척 큰 게 특징입니다. 1960년대 산림녹화 때 심었더라면 수령이 약 50년은 지났을 터이니 크게 자란 것은 당연하겠지요.

 뒤돌아온 지나온 능선

 

 진동 앞 바다

 

 첩첩한 산 그리메

 

 진달래 군락지

 

 

이 때 주위가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집니다.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후에 제주도에서 시작된 비가 북상하여 늦은 오후에 남해안 지방에 도착한다고  했기에 오후 3시가 되기도 전에 비가 내리면 곤란합니다. 준비해간 비옷을 입었지만 비옷을 입으면 너무 더운 게 흠입니다.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보니 고도를 상당히 낮추었네요.

 지나온 광려산 능선

 

 

 

입이 툭 튀어나온 채로 산길을 오릅니다. 조망계단에 서서 주변을 보니 시계(視界)가 이미 밝아져 있습니다. 어느 새 비가 그친 것입니다. 조금 전 내린 비는 자나가는 소나기였던 것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반듯한 표석이 있는 대산 정상(726m)에 서니 무학산(761m)에서 대곡산(516m)으로 이어진 능선이 바라보이고 마산 앞 바다의 조망도 시원합니다. 입고 있던 비옷을 벗으니 남해바다의 시원한 해풍이 온몸을 시원하게 감쌉니다.

 조망계단에서 바라본 광려산(좌)과 상투봉(우)

 

 대산 정상

 

무학산과 대곡산

 

 대산 이정표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아름답게 핀 진달래 너머 보이는 남해바다와 첩첩한 산그리메에 가슴이 뻥 뚫립니다. 우리는 왜 산을 찾는 것일까요? 산이 오르면 잡념이 사라지고 이와 같은 멋진 우리의 산하를 발아래 둘 때는 천하를 얻은 듯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만끽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깔딱고개를 오를 때는 다리도 뻐근하고 숨도 거칠어지지만 이런 멋진 풍경은 산에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진달래와 남해바다

 

 

 

 

 

조망능선을 지나니 광산(광산먼등 727m) 표석이 나타나 어리둥절합니다. 더욱 헷갈리는 것은 곧 이어 보이는 대산 윗바람재봉(571m) 표석입니다. 어찌 보면 너무 많은 표석을 설치해 오히려 과잉친절을 베푼 듯 합니다. 다만 산에 다니며 산봉우리를 헤아리는 분들에게는 참 좋은 명분을 제공하겠지요. 산불감시초소와 조망데크가 있는 윗바람재봉에서는 마산 앞바다에 걸려 있는 마창대교가 볼거리입니다.

 광산(광산먼등)

 

 

 

 윗바람재봉

 

 산불감시초소

 

 마창대교

 

 마산항

 

 

 

 

육각정자가 있는 바람재에서 좌측의 임도로 진입합니다. 산길을 걷다가 임도로 들어서면 길은 편편하지만 길바닥이 딱딱해 걷기는 힘이 듭니다. 쌀재고개에는 탱자나무에 예쁜 흰 꽃이 피어 있더군요. 서울에서 생활한 뒤로 정말 오랜만에 탱자나무 꽃을 보았습니다.

 바람재 육각정자

 

 쌀재고개 탱자나무꽃

 

 

 


가난한 집의 딸을 부잣집 불구자에게 시집보낸 친정어머니와 딸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만날고개와 만날공원을 뒤로하고 만날고개 버스정류소로 나오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5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법륜사에서 투구봉까지의 깔딱 오르막은 힘들었지만 그 후에는 등산로 좌우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하를 조망하였고 대산 주변의 진달래 군락지에 흠뻑 취했습니다. 바람재에서 하산하기까지의 도로는 지루하였지만 광려산과 대산은 산꾼이라면 반드시 찾아야할 명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날고개 표석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4월 18일 (토)
▲ 등산 코스 : 법륜사입구-법륜사-투구봉(?)-상투봉-광산사 갈림길-광려산 삿갓봉-광려산-대산 진달래군락지

                   -대산-광산-윗바람재봉-바람재-쌀재고개-만날고개-만날고개 버스정류소
▲ 산행 거리 : 13.4km(GPS 측정)
▲ 산행 시간 : 5시간 15분
▲ 등산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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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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