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산 금강대도와 논산 벌판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 있는 노성산(348m)은 계룡산의 남서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정상에는 백제시대 쌓은 삼태기 모양의 노성산성(사적 제393호)이 있습니다. 노성산성은 동쪽으로 계룡산이 막아서고, 남쪽으로는 논산평야가 바라다 보이며, 북쪽으로는 공주, 서쪽으로는 부여방면이 한눈에 조망되는 요지로 연산의 황산성과 함께 백제와 신라가 대치했던 방어선에 위치한 산성입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노성산성은 삼국시대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노성산은 논산읍에서 바라보면 계룡산 다음으로 뾰족하게 보이는 산으로 충남의 등산객들과 향토사학자들이 자주 오르는 산이기도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논산시 상월면 신충리 상월면사무소 남쪽 상월초등학교 입구입니다. 도로변에 상월초교를 알리는 이정표가 붙어 있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진입로에는 아동들을 형상화한 철책이 잘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길은 초동학교 운동장으로 이어집니다. 평일이라 학교에서는 한창 수업이 진행중인 듯 해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교정에는 이순신 장군과 신사임당 그리고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학교측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인물 3명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상월초등학교 입구
초등학교 진입로 철책
상월초등학교
교정을 지나자 노란색 루드베키아가 피어 있는 언덕에 산으로 오르는 사잇길이 보입니다. 조선국 통정대부 표충비에서 우측의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노성산 정상까지 1.6km라는 친절한 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 녹음이 짙은 산 속은 완연한 초록의 세상입니다. 뒤돌아보면 국립공원 계룡산의 연봉들이 잘 보입니다. 통나무 계단을 오르니 능선 안부인데, 상월초교 0.4km, 노성산 1.7km라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아까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1.6km라고 하였는데 한참을 오른 후에도 거리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100m가 늘어났으니 사람들이 이정표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논산시에서 매우 산뜻한 이정표를 정비해 둔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이처럼 거리표기가 무성의한 자료는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등산로 입구
루드베키아
초록의 논밭
노성산 이정표
계룡산 능선
앞 뒤가 안 맞는 이정표
부드러운 길을 가다가 약간의 오르막에 도착하자 삼거리 갈림길입니다. 이곳에는 상월초교1.28km, 노성산 0.32km 이정표가 있는데, 전체거리는 1.6km로 아까 맨 처음 만났던 이정표 거리와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조금 전 능선에서 만났던 이정표(노성산 1.7km)는 엉터리임이 드러납니다. 노성산성의 흔적이 보이는 곳을 지나니 헬기장이고, 철계단을 오르니 정자가 있는 노성산 정상(348m)입니다. 넓은 정상에는 아담한 정상표석과 통신철탑이 있는데, 잡목으로 인해 조망은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상의 분위기는 매우 차분하여 심신을 안정시키기에 참 좋은 장소입니다. 정상에는 애향탑 1.99km, 구암리 2.23km 이정표는 있지만 정작 필요한 금강대도 방향이정표가 없는 게 옥의 티로군요.
애향탑 갈림길 이정표
정상 오름 계단
노성산 정상의 정자
정상의 통신탑
우리는 산에 오른 현지인에게 물어 좌측의 금강대도로 내려섭니다. 경사진 길을 내려서니 소나무군락지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니 제법 규모가 큰 무덤이 보입니다. 이는 새로운 종교인 금강대도 창시자의 무덤입니다. 이곳에 보이는 기와집은 금강대도 노성본원입니다. 금강대도는 고려 이색의 18세손 이승여(李昇如)가 1874년 창시한 종교로, 유교·불교·선교 세 종교를 융합한 1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종교이며, 총본산은 세종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와집의 외관은 불교의 사찰 같지만 입구에는 금강도덕문, 중심전각에는 삼종대성전(三宗大聖殿)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금강대도 노성본원
금강대도 옆에는 기묘한 바위군이 있는데 좌측 세 개의 바위에는 삼신암(三神岩), 우측 7개 바위에는 칠성암(七星岩)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바위 옆 등산로에는 노성산성의 안내문이 있습니다. 노성산성은 백제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자연적인 지세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둘레 약1km를 석축으로 거의 완벽하게 쌓은 성지입니다. 조선 영조 때의 기록『여지도서』에 의하면 노성산 봉수는 남쪽으로는 은진의 황화산 봉수에서 신호를 받아 북쪽으로는 공주 월성산 봉수로 신호를 전달해 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성내에는 우물지가 4곳이 있고, 건물지로 보이는 여러 개의 유지가 있으며, 동문 및 서문 그리고 남문지가 발견되었는데 이곳에는 백제시대의 기와편과 토기편 그리고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삼신암
여기서 동쪽으로 가는 길에는 복원된 산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성벽의 높이가 엄청 높아 보이는데, 남벽의 높이가 6.8m이였다니 그럴 만도 하겠지요. 앞으로 이 산성을 전부 복원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듯 합니다. 임도를 따라 가다가 좌측의 높은 계단을 오르니 아까 정상을 오르며 지나갔던 능선 삼거리(애향탑 갈림길)입니다. 노성 애향탑 이정표를 따라가다가 갈림길에서 노성 궐리사로 진행합니다. 옥래봉은 어디인지도 정확하게 모른 채 지나칩니다. 논산 벌판이 상당히 넓어 보이는군요. 논산 제2훈련소(육군)가 어디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970년 초 훈련소 30년대에 입소하여 사병훈련을 받던 힘든 시절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복원된 노성산성
노성 궐리사 이정표
논산 벌판
이제 고도를 가파르게 낮춥니다. 이 길은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은 듯 잡풀이 매우 많습니다.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니 명재고택과 노성궐리사 갈림길입니다. 우리는 노성궐리사 방면으로 갑니다. 궐리사는 공자의 영정을 봉안한 영당(影堂)으로, 궐리사란 공자가 자란 마을인 중국 궐리촌에서 유래한 명칭입니다. 전국에서 남아 있는 궐리사는 경기도 화성 궐리사(오산 소재) 및 이곳 노성 궐리사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궐리사 좌측 공자의 동상 앞에는 "궐리(闕里)"를 새긴 궐리탑이 있는데 이는 궐리사의 표시물이라고 하는군요. 노성 궐리사의 문이 닫혀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노성 궐리사
궐리사 표시물과 공자 동상
홍살문을 나와 오른 쪽으로 조금 가면 명재고택입니다. 명재고택은 조선 숙종 때의 학자 명재 윤증(1629-1714) 선생의 집입니다. 사랑채 옆에 안채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현재 명재 선생의 후손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내부 관람은 제한됩니다. 다만 고택 입구에는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이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솔직히 글쓴이로서는 고택보다는 오히려 고택 옆에 진열된 수백 개가 넘는 항아리들이 줄지어 서 있는 장독대의 장관에 넋을 잃을 정도입니다. 이곳의 장맛은 이미 소문났을 정도라고 하는군요.
명재고택
문화해설사
명재고택 옆에는 노성향교가 있지만 이곳 역시 문이 잠겨 있습니다. 노성향교를 뒤로하고 도로를 따라 가니 2층 누각이 있는 노성애향탑입니다. 오늘 산행에 3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는 노성궐리사 및 명재고택 답사시간을 포함한 것입니다. 계룡산의 능선을 볼 수 있는 노성산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금강대도 노성본원과 하산 후 명재고택을 답사할 수 있어 산행과 유적답사를 겸한 부담 없는 산행지로 참 좋은 산입니다.
노성향교
노성애향탑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6월 23일 (화)
▲ 등산 코스 : 상월초등학교-애향탑 갈림길-헬기장-노성산-금강대도-노성산성(복원구간)-옥래봉-노산궐리사
-명재고택-노성애향탑
▲ 산행 거리 : 5.1km (GPS 측정)
▲ 소요 시간 : 3시간 (명재고택 답사시간 포함)
▲ 산행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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