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산 새신바위에서 바라본 황매산 능선
경남 산청군 산청읍과 신등면의 경계에 위치한 정수산(淨水山, 841m)은 물이 깨끗한 산으로 지형상으로는 산청 관내 모든 산의 중심이 되는 산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바위꾼들이 정수산을 찾는 것은 암벽훈련장으로 이용하는 새신바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새가 앉아 있는 형상의 새신바위는 그 높이가 60m, 폭이 40m인데 단일 바위로는 국내 최고라는 금원산 문바위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산청군 차황면 철수리 철수마을표석입니다. 이곳은 1006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곳이며 황매산 휴게소에서 남쪽에 위치합니다. 마을표석 맞은 편으로 들어서 단계천에 놓인 철수2교를 건너 좌측의 큰길을 따릅니다. 길섶에는 갖가지 모양의 노란색 루드베키아가 화려하게 피어 있습니다. 우측으로 길이 꼬부라져 점점 고도를 높이는데 바짝 마른 밭에서는 몇 명의 아녀자들이 수수를 심고 있습니다. 비가 좀 더 내려야 전국적인 가뭄이 해소될 텐데 정말 큰일입니다. 뒤돌아보면 철수마을 뒤편 호렴봉(648m)의 암봉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간간이 보이는 민가를 지납니다. 도로 옆에 보리수열매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군요.
철수마을표석
철수2교에서 바라본 단성천
루드베키아
밭의 아낙네들
호렴봉
보리수열매
도로를 따라 가다가 좌측의 숲 속으로 들어섰는데 처음부터 희미하게 보이던 길이 나중에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지고 맙니다. 오래 전 약초꾼들이 다녔을 보일 듯 말듯 하는 발자국을 찾아 숲 속을 헤맵니다. 주변에 가시나무가 많아 온몸에 감기는 나무를 잘못 잡으면 가시에 질릴 지경입니다. 잡목으로 인해 전진하기도 매우 힘듭니다. 나무숲으로 말미암아 때로는 곱사등이처럼 몸을 꾸부리기도 해야 하는 등 정말 잡목이 무성한 숲 속에서 길 없는 길을 걷는 것은 고통입니다. 숲 속을 헤맨 지 약 1시간만에 드디어 우측의 능선에서 오르는 정상적인 등산로와 만납니다. 만일 우리가 임도의 갈림길에서 좌측 길 대신 우측의 임도로 계속 진행했더라면 안부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만났을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산행 들머리를 철수 2교가 아니라 약간 북쪽의 철수교(평지마을)에서 시작했더라면 전혀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테지요.
능선을 따라 조금 가노라니 삼거리 갈림길인 740봉입니다. 이 길은 서쪽의 와룡산(417m)과 상여봉(509m)방향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현지에 아무런 이정표는 없지만 산객들의 등산리본으로 이를 짐작할 뿐입니다. 이제부터 정수산까지는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북쪽으로 철쭉명산인 황매산(1,108m)과 그 아래로 이어진 감암산(834m) 및 부암산(696m)의 바위가 허연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능선길을 걷는 동안 자주 좌우로 조망이 터집니다. 능선 좌측으로 돛단배 모양의 율현 저수지도 선명합니다.
북쪽의 이름 모를 산세
황매산 능선
말나리
율현 저수지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났는데 거리 표기는 없지만 방향을 알 수 있음이 다행입니다. 헬기장은 이미 지나왔는데 워낙 풀이 무성해 헬기장인 줄도 모르고 걸어왔습니다. 길목에 정수산 전망대 이정표를 보고 좌측으로 오르니 북쪽으로 지나온 능선 뒤로 황매산 능선이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남동쪽으로는 새신바위 능선도 보입니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가니 정수산(829m) 정상입니다. 지리산 천왕봉을 알리는 이정표가 이색적이로군요. 여기서 조금 더가니 또 정수산 정상(841m)표석이 나옵니다. 이곳이 해발고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아 실제 정상입니다. 정상에서는 나무숲에 가려 조망은 할 수 없습니다.
처음 만난 이정표
정수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황매산
새신바위 능선
정수산(829봉)
정수산(841봉)
정상을 뒤로하고 율곡사 방향으로 갑니다. 고도를 심하게 낮추지만 하산로가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동쪽 방향으로 이어지던 길은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꼭대기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고 "산악인의 쉼터"라는 표석도 보입니다. 또한 어느 등산전문가가 새신바위(719m)라는 안내문을 달아 놓았는데 이는 오류입니다. 우리를 안내한 산악회에서는 이곳을 가재산이라고 했는데, 다른 지도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이름입니다. 아무튼 이곳에서 바라보는 새신바위는 그냥 평범한 암봉 같습니다.
719봉에서 바라본 새신바위
719봉 우측으로 새신바위 방향으로 가는 길이 잘 나 있습니다. 율곡사 갈림길에 새신바위에 대한 전설을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새신바위는 원효대사가 이 바위에 올라서서 주위 지세를 살펴본 후 율곡사 절터를 정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이 바위에 새(鳥)자를 붙인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습니다. 『율곡사 건물이 완공될 무렵 법당에 단청을 하게 되었다. 원효대사는 스님들에게 이틀 동안 절대로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 말 것을 일러 놓고 화공만 법당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 법당 안에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이를 궁금히 여긴 한 스님이 참지 못하고 몰래 문을 열고 법당 안을 들여다보았다. 바로 그때 법당 안에서 새 한 마리가 붓을 물고 날면서 벽화를 그리고 있다가 인기척에 그만 붓을 떨어뜨리고 날아가 버렸다. 그 새가 날아가서 앉은 바위가 바로 새신바위라는 것이다. 지금도 법당 천장 밑 좌우 벽면에 산수화 그림 두 점이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새신바위 전설
갈림길에서 조금만 가면 새신바위입니다. 새신바위가 거대한 단일바위라는 설명과는 달리 정상부에는 여러 개의 바위가 엉켜 있는 모습입니다. 바위 우측으로 진짜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는데 이곳에 서면 북쪽과 동쪽으로 그야말로 일방무제의 조망이 펼쳐집니다. 특히 북쪽으로 보이는 황매산 능선은 압권입니다. 주변의 산야가 물결치는 모습은 한편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 합니다.
새신바위 꼭대기
황매산 능선
웅석봉(?) 방면
새신바위를 내려와 율곡사로 갑니다. 내려서면서 나무사이로 새신바위를 보니 정말 우람한 바위입니다. 그런데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바위라고 하는 것은 의문입니다. 북한산의 인수봉과 노적봉, 설악산의 달마봉 등도 엄청 거대한 바위이거든요. 안부에 도착하니 새신바위 아래지역이 위험하다는 경고문이 보입니다. 여기서 새신바위 바로 밑으로 접근하는 길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계곡을 따라가다가 좌측으로 산자락을 돌아가니 율곡사입니다.
하산하면서 올려다 본 새신바위
산수국
율곡사는 신라 진덕여왕 5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특히 대웅전은 조선중기의 건물로서 보물(제374호)로 지정된 것입니다. 율곡사에는 괘불탱(보물 제1316호)이 있다고 하여 대웅전의 옆문을 열었더니 스님이 내부는 사진촬영금지라고 하는 바람에 그냥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율곡사 대웅전
이제 도로를 따라 율현마을로 내려옵니다. 차도를 걷다가 좌측 계곡 쪽으로 길이 보여 내려섰지만 계곡으로는 연결되지 아니하고 계곡 옆으로 길이 이어집니다. 율현마을 버스 정류소에 도착해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율현마을은 그 전에는 주민이 약 180여 가구 살았지만 지금은 약 80여가 거주하고 있으며, 각 가구마다 70대 이상의 노인이 한 명씩 있다고 하는군요. 오늘 산행에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철수마을에서 정수산 능선을 오르며 약 1시간 동안 길 없는 길을 헤매느라 고생했지만 산행 내내 황매산을 비롯한 주변 산의 조망을 할 수 있었고 특히 새신바위에서의 풍경은 정수산을 산청 관내의 중심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증명할 정도로 멋졌습니다.
율현마을
돌담집
율현마을 버스정류소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7월 2일 (목)
▲ 등산 코스 : 철수마을입구-제2철수교-임도-(길 없는 길)-능선길-삼거리 갈림길-정수산 전망대-정수산(829봉)
-정수산(841봉)-719봉(새신바위 조망대)-새신바위-율곡사-율현마을(버스정류소)
▲ 산행 거리 : 7.6km
▲ 소요시간 : 4시간 10분
▲ 등산 안내 : 강송산악회
산행 들머리는 위쪽 네모 부문의 붉은 색 대신 청색의 길을 선택하는 게 정상적인 방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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