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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남강의 동쪽에 위치한 지리산 겁외사(劫外寺)는 성철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이 성철스님의 생가를 복원해 세운 사찰입니다. 겁외사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시간 밖의 절이라는 뜻이로군요. 차량통행이 많은 로터리에 소재하고 있어 사찰의 입구가 다소 어수선합니다. 일주문 격인 정문의 누각에는 <지리산 겁외사>란 현판이 붙어 있는데, 이런 누각 바로 앞에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모습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사실 이 누각을 일주문 격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누각의 안쪽에는 벽해루(碧海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누각의 기둥도 무려 18개이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겁외사 현판


 

 벽해루

 

 

 

 

벽해루를 통과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중앙광장이 있는 성철스님의 동상입니다. 이곳에 스님의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합니다. 동상 앞에는 염주와 목탁의 조형물이 있습니다. 이제 성철스님은 어떤 분인지 살펴볼까요?  

 

 

 

 

 

 

 

 

 

 

 

 

성철 대종사(1912-1993)는 이곳 묵곡리에서 태어났으며 속명은 이영주입니다. 집안은 대대로 부농이어서 풍족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3세에 글자를 알고 읽기 시작했고, 5세에는 김시습처럼 글을 짓고 시를 지을 만큼 자질이 뛰어났으며, 이미 열살 무렵에 사서삼경 등 유서를 읽고 모든 경서를 독파하였으니 인근에서는 신동이 났다는 소문이 자자하였다고 합니다. 진주중학교를 졸업하고 독학하다가 해인사로 출가한 후 속세와 관계를 끊고 오로지 구도에만 몰입했으며 파계사(把溪寺)에서 행한 8년 간의 장좌불와(長坐不臥)는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종단의 분규가 아물지 않은 가운데 1981년 전두환 정권 때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되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山是山 水是水)"라는 법어를 내려 온 국민의 불심을 깨우쳤습니다. 
 
중앙광장 우측에는 스님의 법어가 돌에 새겨져 있네요. 돌이 너무 커서 한 장의 사진으로 담으면 읽기가 곤란할 것 같아 두 장으로 나누어 찍었지만 그래도 가독성(可讀性)이 떨어져 여기에 법어를 옮겨 적습니다. 다소 긴 문장이지만 모두가 주옥같은 말씀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합니다.
설사 허공이 무너지고 땅이 없어져도 자기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유형무형 할 것 없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자기입니다.
그러므로 반짝이는 별, 춤추는 나비 등등이 모두 자기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만약 자기 밖에서 진리를 구하면 이는 바다 밖에서 물을 구함과 같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영원하므로 종말이 없습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며
두려워하여 헤매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순금입니다.
욕심이 마음의 눈을 가려 순금을 잡철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나만을 위하는 생각을 버리고 힘을 다하여 남을 도웁시다.
욕심이 자취를 감추면 마음의 문이 열려서 
순금인 자기를 바로 보게 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아무리 헐벗고 굶주린 상대라도 그것은 겉보기일 뿐
본 모습은 거룩하고 숭고합니다.
겉모습만 보고 불쌍히 여기면 이는 상대를 크게 모욕하는 것입니다.
모든 상대를 존경하며 받들어 모셔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현대는 물질만능에 휘말리어 자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자기는 큰바다와 같고 물질은 거품과 같습니다.
바다를 봐야지 거품은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려 오신 것이 아니오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함께 길이길이 축복합시다.』 

 

 

좌측에는 겁외사 대웅전입니다. 대웅전 내부를 살펴보니 보통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삼존불상이 아니라 좀 다른 모습의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바로 비로자나불입니다. 비로자나불은 보통사람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광명(光明)의 부처로서, 부처님의 원래 모습인 진리자체를 상징하는 부처님입니다. 솔직히 불교에 문외한이라 삼존불상 대신 비로자나불을 모신 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불상 좌측 벽면에 성철스님의 대형 진영(영정)이 걸려 있습니다.

 

 

 

 

 대웅전 내부

 

 


광장 우측에 심검당과 정오당 그리고 공양간이 있지만 스님의 수행공간이라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곳입니다.

 

 

 

 

 

 

 

 


중앙광장 뒤로 보이는 여러 채의 기와집이 복원한 성철스님의 생가입니다. 솟을대문인 혜근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포영당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스님의 발자취와 가사적삼 등 각종 자료를 전시한 기념관입니다. 가운데 건물은 율은고거라는 현판이 붙은 안채인데,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서 생활 때의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습니다. 

 생가 출입 솟을대문

 

 기념관인 포영당

 

 

 

 

 

 

 

 

 

 안채인 율은고거

 

 

 

 

 
우측은 사랑채인 율은재입니다. 복원한 생가가 너무 반듯하여 혹시나 의도적으로 지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지만 그가 부농(富農)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스스로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위에 적은 스님의 법어를 찬찬히 다시 읽으며 남은 인생을 부끄럽지 않게 보내기를 다짐합니다.(2015. 6. 28) 

 사랑채인 율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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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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