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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우봉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안인진 및 통일공원

 

                                                      삼우봉에서 바라본 서쪽 대관령 방면의 조망

 

 

 
어느 날 글쓴이는 서울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을 지나 사당방면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차내에서 "이번 역은 낙성대, 낙성대역입니다. 내리실 문은∼"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러자 노약자석의 할머니 한 분이 옆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낙성대보다는 서울대가 더 낫지요?" 물론 낙성대는 고려 명장인 강감찬 장군을 기리는 사당이어서 대학이 아니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할머니는 이를 대학으로 착각하고는 엉뚱한 질문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천산대학(千山大學)은 무엇을 뜻할까요? 우리나라에 천산대학이 있기는 하나요? 만일 없다면 중국에 있는 대학일까요? 아닙니다. 천산대학은 등산을 좋아하는 산꾼들 사이에서 1천 개의 산(봉)을 등정한 사람을 대학생에 비유해 일컫는 말입니다. 따라서 천산대학을 졸업한 등산객은 산꾼들 사이에서 평소 산에 미쳐 1천 개의 산(봉)을 오른 사람으로 산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천산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오케이마운틴에 게재되는 안내산악회의 산행계획에 올라오는 산은 대부분 답사했기에 매번 새로운 산을 찾아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지산행을 위주로 하는 C, G, S산악회 등으로 산꾼들이 몰리는 것입니다. 

 

물론 1천 개의 산을 계산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이름이 산(山)으로만 된 곳을 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봉(峰)으로 끝나는 이름도 계산합니다. 또 어떤 이는 해발 500m 이상 되는 산(봉)만 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산과 산 사이의 거리가 4k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하루에 오른 산은 몇 개든 1개의 산으로 치는데, 사실 이는 산행 횟수이지 산의 개수는 아닙니다. 산꾼들 사이에서 소위 "봉따먹기"를 한다는 이는 해발고도와 산 이름에 관련 없이 산에 이름이 붙은 모든 봉우리를 모두 계산합니다. 예컨대 북한산에는 모두 22개의 봉(보통사람이 오르지 못하는 인수봉을 제외하면 21개의 봉)이 있는데 이를 모두 오를 경우 21개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국립공원인 내장산의 경우 주봉인 신선봉(763m)을 비롯하여 모두 9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이들은 내장산 9봉을 전부 답사하면 9개로 헤아리지요. 일부에서는 소위 봉따먹기를 하는 사람들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현재 산꾼들 중 M씨와 S씨는 10,000산(봉)을 등정하여 산꾼들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M씨는 KBS 1TV 강연 100도씨(2014년 11월)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글쓴이도 그간 일정한 원칙을 정해 산(봉)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먼저 산이든 봉이든 그 이름을 따지지 않습니다. 북한산이나 도봉산 같은 산(山)은 당연한 것이고, 달바위봉(봉화)과 악휘봉(괴산)도 독립된 산으로 봅니다. 백두대간 상의 선자령처럼 령(嶺)이라는 이름을 가져도 산입니다. 또 한가지 기준은 해발 300m 이상의 산만 카운트합니다. 다만 그보다 낮은 산이라도 다른 능선에 이어지지 않아 독립적이고 반듯한 정상표석이 있는 산은 포함시킵니다. 파주 월롱산(229m)과 상주 나각산(240m) 그리고 산청 적벽산(166m)이 이런 경우입니다. 또한 섬에서 솟은 산은 해발고도와 관련 없이 대부분 포함시킵니다. 예컨대 군산 신시도 월영봉(198m)과 대각산(172m)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해발고도 제로에서 시작하는 대다가 산이 가파르고 조망이 매우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산처럼 주봉인 백운대를 비롯해 여러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어도 1개의 산으로 보며, 설악산의 경우 "한국555산행기"의 예에 따라 주봉인 대청봉(1,708m)과 귀때기청봉(1,578m)을 포함해 두 개로 칩니다. 서북능선상의 안산(1,430m)은 당연히 독립된 산입니다. 위에 예시한 내장산도 당연히 1개이지요. 이렇게 하여 글쓴이는 이번에 괘방산을 답사함으로서 대망의 천산대학을 졸업하게 된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주 1회씩 산을 꾸준히 다니기 시작한지 15년만의 일입니다. 물론 현재는 불백(불쌍한 백수)이어서 월 6∼8회 정도 산행을 합니다. 한편, 산(봉)을 계산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이를 폄하해서는 아니 됩니다. 나름대로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꾸준히 산을 답사한다는 것은 자연을 사랑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등산로도 거의 없는 오지를 찾아 체력을 고갈시키거나 1주일에 4∼5회의 산행으로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한다면 후일 그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음을 유념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잔소리가 너무 길어졌군요. 이제부터 천산대학 졸업기념산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등정할 산은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소재 괘방산(339m)입니다. 괘방산은 동해의 정동진역과 안인역 사이에 있으며 산행을 하며 동해바다를 볼 수 있는 산입니다. 괘방산(掛榜山)이라는 산 이름은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딘가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라 전합니다. 괘방산은 1996년 9월 북한 무장공비들이 잠수함으로 침투한 곳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이곳에 "안보체험 등산로"를 개설하게 되어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침투했던 잠수함은 현재 대포동 바닷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에 위치한 안인진(안인해변)입니다. 도로변에는 해파랑길 안내지도와 괘방산 등산로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괘방산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소규모 방파제에 등대가 쓸쓸하게 서 있습니다. 숲 속은 매우 상큼한 분위기입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직진하지 아니하고 좌측의 쉼터로 갑니다. 상당히 가파른 길을 오르니 쉼터인데, 작은 돌탑에 통나무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습니다. 계속 길을 가면서 뒤돌아보면 북쪽으로 동해바다가 잔잔합니다. 서쪽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산들의 파노라마도 눈을 즐겁게 합니다.

안인 괘방산 등산 안내도

 

 등산로 입구

 

 안인진 포구

 

 

 

 삼거리 갈림길

 

 북쪽 조망

 

 서쪽의 이름 모를 산군

 

 

 


안전시설이 설치된 오르막을 통과하니 활공장 전망대입니다. 넓은 전망대에는 텐트를 치고 비박을 한 남녀등산객의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입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는 목재로 바닥을 정비해 놓았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이 정말 좋습니다. 그렇지만 능선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사실 매우 무미건조합니다. 남해처럼 다도해일 경우에는 점점이 떠 있는 섬의 모습이 멋진 풍광을 선사하지만 섬이라고는 울릉도와 독도 밖에 없는 동해는 그야말로 망망대해(茫茫大海) 뿐이기 때문입니다. 

 

 

 

 

 

 

 

 

 

 

 

 

 가야할 괘방산 정상

 

 

 

안부로 내려서니 통일공원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동쪽의 통일공원으로 가면 그 남쪽에 우리 퇴역한 해군함정과 어부의 그물에 걸렸다는 북한 잠수정의 실물이 안보교육용으로 전시중입니다. 돌무더기를 지나 고도를 높이면 암군지대가 나오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동해의 모습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해변과 바다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경치를 암봉과 함께 카메라에 담을 수 있거든요. 이곳이 바로 삼우봉(342m)인데 괘방산 정상보다 해발고도가 2m 높은 곳입니다. 괘방산 정상은 군부대의 시설물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므로 이곳이 사실상 정상을 대신하는 셈이지요.

 통일공원 방면

 

 갈림길 이정표

 

 돌무더기

 

 

 

 북쪽 조망

 

 삼우봉에서 바라본 안인진 및 통일공원 

 

 망망대해인 동해바다

 

                                                                       삼우봉 이정표

 

 괘방산 정상의 시설물

 

 
삼우봉을 뒤로하고 괘방산(339m)을 옆으로 지납니다. 가파른 경사를 내려서니 임도인데 여기서 정동진 방면으로 갑니다. 좌측의 사유지에는 철조망 공사가 한창이네요. 쉼터에서 당집으로 갑니다. 강릉의 닉네임이 "솔향 강릉"인데 이를 반영하듯 숲에는 솔향이 가득합니다. 당집에 도착하니 안보체험 등산로 안내판이 보이는데, 여기서 정동진으로 가지 아니하고 좌측의 등명해변으로 내려섭니다.

 등명해수욕장

 

 철조망 지대

 

 당집의 안보등산로 안내판

 

 당집

 

                                                                          당집 이정표


 

 

포근하고 아늑한 길을 따라 구릉처럼 낮은 봉우리를 넘어 임도와 만나고 드디어 등명해변에 다다릅니다. 해수욕장의 이름이 "등명해변 해수욕장"이네요. 넓은 주차장에는 피서인파가 몰고 온 자동차들이 빼곡합니다. 영동선 철길을 넘어 해변가에는 텐트가 몰려 있고,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은 마지막으로 불타는 여름을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등명 해수욕장

 

 영동선 철길

 

 텐트촌

 

등명 해수욕장  
 

 

 

 

 


오늘 산행에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은 이런 산행이 제격입니다. 괘방산은 연말연시 일출산행지로 유명한 곳이지요. 괘방산은 비록 작은 산이지만 남북으로 이어진 능선을 걸으며 동해바다와 내륙을 조망할 수 있는 참 좋은 산입니다. 능선에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그런 산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8월 9일 (일)
▲ 등산 코스 : 안인진(안인해변)-쉼터-활공장-삼우봉-괘방산(우회)-돌무더기-임도-당집-등명해변
▲ 산행 거리 : 7.1km
▲ 산행 시간 : 2시간 55분
▲ 등산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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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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