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병풍바위라 불리는 비래암산(비래바위)
경기도 화천군 상서면 소재 만산(976m)은 대성산을 마주하는 민통선지역에 가까운 전방지역으로 2005년에야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산입니다. 38도선 북쪽에 있어 6.25전쟁 전에는 북한 땅이었다가 휴전으로 남한의 지역이 되었습니다. 만산의 동쪽에 자리잡은 비래암산(689m)은 온통 흙으로 이루어진 산꼭대기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얹혀있는 형상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래부터 이곳 산에 있던 바위가 아니고 다른 곳에서 날라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이름도 "날아 온 바위"라 하여 비래암(飛來巖, 비래바위)이라 불렀습니다. 비래암은 길이가 165m, 폭 100m, 높이 60m의 병풍처럼 깎아지른 기암괴석으로 주변 산중에 홀로 우뚝 솟아 있어 금강산에서 바위가 날아와 이곳에 앉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으로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만산동계곡을 품고 있습니다. 이 바위는 마치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쳐 있어 병풍바위라고도 합니다. 비래바위는 화천군에서 정한 <화천 9경>중 제6경으로 선정될 정도로 절경입니다.
옛날 9명의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놀던 마을이라고 붙여진 구운리의 북쪽에 서 있는 비래암은 신선들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이 바위 한 가운데는 연못같이 패인 곳에 맑은 물이 괴어 있어 신선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또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계곡에서 놀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서 놓고 간 비녀가 바위로 변해 비래바위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만산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비래바위에는 슬픈 설화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옛날 이 바위에 정성을 들이러가던 만산동마을 남매가 있었는데 오빠가 비를 맞고 걸어가던 누이동생의 뒷모습에 그만 색정을 느끼게 되자 이를 부끄럽게 여겨 돌로 생식기를 잘라 자살했다는 애절한 설화가 전해 내려옵니다.
산행들머리는 만산동계곡의 중간지점인 하만산동에 있는 비래바위입구입니다. 이곳에는 비래암 및 등산로 안내도가 있으며 대형버스도 돌릴 수 있는 공터가 있으므로 이곳에 다다를 때까지 안쪽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사실 초행길인 경우 대형버스를 돌릴 수가 없을지 몰라 고민되겠지만 공터가 나올 때까지 가면 됩니다. 공터 바로 옆 위쪽에는 쉼터인 정자가 있으므로 이정표 구실을 하지요. 정자 맞은 편 양지바른 경사면에는 사과밭입니다. 글쓴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사과는 대구지방에서만 생산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지구온난화현상으로 38선 이북인 이곳 화천 만산동까지 사과재배가 가능하게 되었으니 정말 놀랍습니다. 골짜기 우측 정자방면으로 올라 좌측의 넓은 임도로 들어섭니다. 인근에 코스모스가 무리를 지어 피어 있군요.
비래바위 등산로 안내도
비래암 안내문
사과농장 뒤로 보이는 비래암
출입금지구역인 사과농장
비래암 가는 길
임도를 따라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맞은 편 백적산(884m)이 바로 코앞입니다. 지난해 6월 두류산(993m)에서 재치봉(967m)을 거쳐 백적산까지 6시간 이상 산행한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네요. 임도를 지나 숲으로 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분명한 등산로를 만났고 살짝 고도를 높이니 주능선인 갈목재입니다. 여기서 비래바위까지의 거리는 440m로군요. 비래바위 정상 68m 이정표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급경사길이 오늘 산행 중 가장 아찔한 구간입니다. 사실 아찔하다고 표현했지만 경사면에 철 막대기를 박은 후 로프를 감아 안전시설을 잘 만들어 두어 이를 잡고 오르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남쪽 백적산 능선
갈목재 이정표
비래암 밑 이정표
급경사 구간
급경사를 오르니 조망대인데 나뭇가지 사이로 남쪽의 백적산이 바라보입니다. 바로 옆 봉우리에 삼각점 있는데 선등자들이 걸어둔 비래바위 안내문이 이곳이 비래바위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접한 곳의 이정표에는 만산 2,100m라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막상 비래바위 정상은 이정표 옆의 조망터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노랑바탕에 검은 글씨로 적은 "비래바위 정상(689m)"이라는 안내문을 암석에 세워 놓았습니다. 그 뒤로 가야할 만산이 우뚝합니다. 아래쪽에서 비래암을 바라볼 때는 그 규모가 매우 웅장하여 큰 기대를 했지만 막상 정상에 오르니 그냥 평범한 바위 꼭대기인 것 같아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백적산 능선
북쪽의 조망
비래암 정상 이정표
비래암에서 서쪽으로 본 가야할 만산
비래암에서 만산으로 가는 길은 거의 서쪽으로 일직선 방향인데, 비래암을 내려서는 급경사길만 조심하면 부드러운 육산의 길은 매우 분명하고 편안합니다. 가는 길목에 넓은 공터가 있어 지친 다리를 쉬어 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사실 산행을 시작한지 겨우 1시간 정도 지난 시점이어서 다리가 무거울 정도는 아닙니다. 만산은 해발고도가 거의 1천 미터에 육박하는데 비래암산의 높이가 689m이므로 약 300미터 정도 고도를 높이면 됩니다. 그러나 고도를 낮추었다가 다시 올라야 하므로 실제로 고도차이는 더욱 큽니다. 그래서인지 막판 만산꼭대기까지 오르는데는 제법 힘이 듭니다. 9월 중순으로 접어드니 산정(山頂)에서 피부에 와 닿는 공기의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산들바람이라도 불면 오장육부가 움츠려들 정도로 차갑습니다.
드디어 오른 만산 정상(976m)! 정상에는 아담한 알루미늄 판에 글씨를 새긴 정상안내문이 놓여 있는데, 그늘에 가려져 사진을 찍어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북쪽으로 각종 시설물을 머리에 인 대성산(1,174m) 및 이름 모를 산들이 살짝 보일 뿐 다른 방향으로는 조망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만산 정상안내문
북쪽의 대성산(정상에 시설물이 있는 곳)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하산은 먼저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진행했다가 고개삼거리에서 남쪽으로 빠져야 합니다. 서쪽으로 조금 가다가 고도를 낮추기 직전 좌측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지만 이는 무시합니다. 진행방향으로 여러 개의 등산리본이 걸려 있거든요. 여기서 고도를 낮추는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당초 등산개념도를 보고는 고도를 조금 낮추면 고개삼거리가 나올 줄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거의 바닥까지 고도를 낮춘 다음에야 고개삼거리가 나옵니다. 몰론 고개삼거리에도 이정표는 전혀 없기에 현지의 지형을 보고 짐작할 분입니다. 서쪽으로 너무 많이 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 고개삼거리를 지나 하산로는 좌측인 남쪽으로 이어집니다.
때론 무성한 풀숲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쪽으로도 길은 분명합니다. 한참을 걸은 다음에야 임도를 만났는데 뒤돌아보니 등산로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임도를 조금 걸어나오니 포장된 도로인데 우측에는 노천카페와 조각공원 및 수목원이 있으니 반드시 들어가 보기 바랍니다. 만산동계곡 안쪽 깊은 곳 상만산동에 자리잡은 조각공원에는 만산령쉼터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차 한잔에 3,000원이라는 안내문이 있는 것을 보면 차도 파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인기척을 느낄 수 없어 내부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야외에는 각종 목공예작품이 있는데, 장승과 남근을 상징하는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만산령 쉼터(조각공원)
조각공원을 뒤로하고 구운천을 따라 동쪽으로 갑니다. 구운천 변의 도로는 승용차가 다닐 정도여서 간헐적으로 차량이 오고갑니다. 길을 가노라면 점점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도로변에 차량들이 정차한 곳은 어김없이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인적이 드문 물가에서 마지막 더위를 식히는 중입니다. 조각공원에서 약 50분을 걸은 후 아침에 출발했던 비래암 입구로 되돌아옵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악회에서 5시간의 시간을 주어 급히 서둘지 않고 유유자적한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래바위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암군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육산에 병품처럼 우뚝 선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입니다. 가을에 이곳에 와서 코스모스 군락을 만난 것은 보너스이고요.
정자에서 바라본 비래암과 뭉게구름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9월 13일 (일)
▲ 등산 코스 : 하만산동 비래바위입구-임도-갈목재-비래암산-만산-고개삼거리-임도-상만산동 조각공원
-만산동계곡(구운천)-하만산동 비래바위입구
▲ 산행 거리 : 8.5km
▲ 산행 시간 : 4시간
▲ 등산 안내 : 강서다울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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