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최고의 비경지대인 숨은벽능선 도전기

 

 

 

 

 

 

 

                                             북한산 인수봉(좌)과 백운대(우) 사이에 있는 숨은벽

 

                                                         숨은벽 능선 뒤로 보이는 노고산

 

 

 

22개의 봉우리를 품고 있는 국립공원 북한산에는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수많은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어 언제 어느 코스로 올라도 빼어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산입니다. 이번에는 그간 한번도 걷지 않았던 사기막골을 통해 숨은 벽 능선에 도전했습니다. 북한산 숨은 벽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있는 암벽으로 이 암벽에서 펼쳐지는 암릉을 숨은벽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명칭은 이 능선이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가려져 숨어 있는 듯 잘 보이지 않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이 암릉은 경기도 고양시 효자동 방면이나 사기막골 방면에서만 제대로 보이기에 숨은벽 능선을 제대로 보려면 이 쪽으로 올라야 합니다. 숨은벽 능선의 모습은 북한산의 가장 멋진 비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숨은 벽 능선의 마지막 구간은 암릉전문가가 아니면 답사할 수 없지만 일반 등산객도 숨은벽 아래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답사하고 보니 능선 양옆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어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코스는 아닌 듯 합니다. 제목을 "숨은벽 능선 도전기"라고 해서 실제로 숨은벽을 전부 오른 것은 절대로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  
 
산행들머리는 정상의 북서쪽 창릉천 인근의 국사당 입구입니다. 서울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불광역(8번 출구 앞 중앙버스정류소)에서 송추행 704번 버스를 타고 <효자2동 버스정류소>에서 내려 직진방향으로 약 50m를 가면 북한산 굿당인 국사당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우측 안으로 들어서는 즉시 좌측으로 몸을 돌려 약 4분을 가면 국사당이 나오고 바로 옆에는 밤골공원지킴터입니다. Y자형 갈림길인 여기서 백운대로 가는 방법은 둘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백운대라고만 표기되어 있을 뿐 숨은벽 능선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초행자는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여기서 우측의 큰길(백운대 4.1km)은 밤골의 숨은 폭포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의 길(백운대 4.3km)은 사기막골을 거쳐 숨은벽 능선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따라서 좌측의 둘레길 방향으로 진입하는 게 올바른 산행길입니다. 

 효자2동 버스정류소

 

 국사당 입구

 

 국사당

 

 숨은벽 가는 길

 

 

 

약 200m 정도 들어가면 삼거리 갈림길인데, 여기서 우측의 백운대 4.1km 이정표를 따라 들어갑니다. 완만한 오르막에는 둥글둥글한 모양의 돌을 깔아 두었군요. 네모난 돌로 계단을 만든 것보다 훨씬 걷기가 좋습니다. 인근 군부대에서 대포사격을 하는 소리가 들려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능선을 따라 오름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 곳곳에 세워둔 현 위치 표기는 사기막골로 되어 있군요. 심폐소생술 순서를 알리는 안내문도 눈에 뜨입니다. 고양소방서의 119구급함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암벽 아래에서 우측으로 돌아가도록 탐방로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옆으로 가다가 다시 목책을 잡고 위로 오릅니다. 여러 갈래의 길이 보이지만 가장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을 찾아 오르는 게 등산의 기본입니다.

 숨은벽 가는 길(백운대 4.1km 방면) 

 

 돌계단

 

 

 

 

 

 가야할 숨은벽(중앙)

 

 

드디어 오늘 산행 중 제대로 된 첫 조망바위에 오릅니다. 뒤돌아보면 고양시 덕양구와 노고산(487m)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위로 오릅니다. 바위 아래서 목책을 따라 좌측으로 돌아갑니다. 웅장한 암봉 뒤로 상장능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위를 돌아 위로 오르니 크고 넓은 암봉 위입니다. 공식적인 이름은 보이지 않지만 마당바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마당바위에서의 강풍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루 전 가을비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고 전국적으로 강풍이 불었다고 했지만 오늘까지 이렇게 강한 바람이 불어 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이 흔들려 카메라가 날아갈 지경입니다. 실제로 어느 등산객의 등산용품(깔개)이 배낭에서 분리되어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확인해 보니 기상청은 이날 전국적으로 강풍주의보를 발령했다고 하더군요.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답사를 미루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곳에서 조망은 한마디로 끝내줍니다. 진행방향으로는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솟은 숨은벽이 웅장하고, 그 좌측으로는 암봉 뒤로 상장능선과 도봉산의 정상부가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노고산과 송추방면으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눈 아래 펼쳐집니다.

 고양시 덕양구와 노고산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숨은벽

 

 이름 모를 암봉 뒤로 보이는 오봉과 도봉산

 

 상장능선

 

 마당바위

 

 
그런데 이쪽을 내려다보니 소위 해골바위가 보입니다. 해골바위는 직접 오를 수가 있다고 했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까 목책에서 좌측으로 우회하기 전 바로 위로 치고 올랐어야 했는데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 그냥 마당바위로 오르고 만 것입니다. 해골바위는 바위의 모양이 사람의 머리뼈(해골)를 닮은 데서 붙은 이름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눈(目)처럼 생긴 2개의 구멍이 영락없이 해골처럼 보입니다. 해골바위를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워낙 강풍이 불어 그냥 위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해골바위 뒤로 보이는 노고산

 

 해골바위 

 

 

 
아쉬움을 달랜 채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암릉사이로 길이 잘 조성되어 있군요. 봉우리 꼭대기에 통신시설이 보입니다. 여기서 내려서면 우측으로 밤골공원지킴터로 빠지는 길이 나오는데 무심코 이쪽으로 가서는 아니 됩니다. 왜냐하면 이럴 경우 숨은벽 능선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를 놓치기 때문입니다. 갈림길 안부에서 직진방향으로 오르면 숨은벽 능선의 양쪽은 깎아지른 절벽구간입니다. 솔직히 워낙 강풍이 불어 능선으로 걷는 게 두렵습니다. 그래서 강풍을 피해 우회하는 길이 있으면 능선 옆으로 돕니다. 천길 낭떠러지가 있는 암벽 위에는 돌고래바위가 있습니다. 해골바위에 이어 숨은벽 능선의 두 번째 명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통신철탑

 

 능선 삼거리

 

 지나온 마당바위(중앙)

 

 상장능선과 오봉

 

 능선 길

 

 

 

 돌고래바위

 

 지나온 능선

 

 숨은벽(중앙)

 
 
여기서 구멍바위까지는 능선을 따라 갈 수도 있겠지만 강풍으로 인해 좌측의 우회로를 이용합니다. 오늘은 강풍 때문인지 숨은벽에서 암벽을 타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아니합니다. 흔들바위처럼 보이는 암봉 옆에 서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진짜 숨은 벽 직전 마지막 봉우리를 우회해 내려오니 숨은벽 산불감시초소(재난안전관리반)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낭패입니다. 밤골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옆에 보이는 구멍바위를 통과할 엄두가 나질 않네요. 구멍바위는 하나의 바위에 구멍이 난 게  아니라 잇닿은 듯한 바위와 바위틈으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사잇길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정식 이름은 구멍바위라기 보다는 틈새바위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아무튼 이 구멍바위가 유일한 길입니다. 배낭을 벗어 앞으로 놓은 뒤 어렵사리 몸을 돌려 구멍바위를 겨우 빠져 나옵니다. 몸집이 크면 힘들 듯 합니다. 구멍바위를 통과하고 나니 위쪽에서 암릉을 타고 바로 밑으로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보입니다. 강풍만 불지 않았더라면 이 길을 이용하는 게 오히려 나았을 것입니다.

 인수봉의 악어능선

 

 오봉과 도봉산

 

 

 

 

 

 암봉 뒤로 보이는 상장능선

 

 바로 눈앞에 보이는 숨은벽

 

                                                     구멍바위 쪽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아래 틈새는 구멍바위) 
 

 

 

이제는 하산할 일만 남았습니다. 안전철책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섭니다. 약 3주 전 밤골계곡에서 백운대로 오르며 보았던 이정표는 만나지 못했지만 밤골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이미 답사한 길이라 낯설지 않아 좋습니다. 계곡에는 간혹 단풍이 보이더군요. 숨은폭포를 뒤로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니 국사당입니다. 북한산 굿당인 국사당에서는 굿을 하는 지 꽹과리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속해서 효자2동 버스정류소로 가서 구파발행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하산길의 안전철책

 

 단풍

 

숨은 폭포

 

 

 

오늘 숨은벽 답사는 절반의 성공입니다. 왜냐하면 강풍으로 인해 칼날 같은 능선을 전부 걷지 않고 일부는 우회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숨은벽 능선의 명물인 해골바위, 마당바위,  돌고래바위, 구멍바위를 만났고, 숨이 막히는 비경지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숨은벽 능선은 암벽전문가 만이 답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는 이의 답사를 포기하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었습니다. 죽기 전에 또 숨은벽 능선을 다시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강풍 속에 나홀로 답사한 숨은벽의 추억은 영원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10월 2일 (금) 
▲ 등산 코스 : 효자2동 버스정류소-국사당(밤골공원지킴터)-둘레길-사기막 갈림길-숨은벽능선-조망바위

                    -해골바위-마당바위-통신철탑-밤골갈림길-돌고래바위-숨은벽 산불감시초소-구멍바위

                    -백운대 갈림길-밤골계곡-숨은폭포-국사당-효자2동 버스정류소
▲ 등산 거리 : 8.5km
▲ 소요 시간 : 4시간 10분
▲ 함께 한 이 : 없음(나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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