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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등산 능선에서 바라본 서쪽의 학가산

 

 

 

우리나라에는 천등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이 몇 개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완주 천등산(707m), 제천 천등산(807m), 고흥 천등산(554m)이 유명합니다. 특히 제천의 천등산은 지등산(535m) 및 인등산(666m)과 함께 천지인(天地人)을 구성하는 산으로 이름나 있습니다. 이번에 답사하려는 산은 경북 안동시 서후면 소재 천등산(574m)입니다. 안동 천등산은 산세도 밋밋하고 조망도 좋지 않지만  산 이름보다는 산자락에 품고 있는 천년고찰 봉정사가 더욱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1999년 방한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가 봉정사를 방문하였기 때문입니다. 
 
봉정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천등산은 원래는 대망산이라고 불렀는데, 신라시대 문무왕 12년(672) 의상의 제자 능인대사가 젊었을 때 대망산 바위굴에서 도를 닦고 있던 중 스님의 도력에 감복한 천상의 선녀가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안을 환하게 밝혀 주었으므로 천등산이라 이름하고 그 굴을 천등굴이라 하였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그 뒤 더욱 수행을 하던 능인스님이 도력으로 종이 봉황을 접어서 날리니 이곳에 봉황이 머물렀다하여 봉황새 봉(鳳)자에 머무를 정(停)자를 따서 사찰이름을 봉정사라 명명하였습니다. 또한 그 봉황이 학이 되어 날아갔는데, 그 산이 천등산을 마주보고 있는 학가산입니다.

 

한편, 조선초기 지리에 밝았던 명재상 맹사성이 안동의 지세를 살펴보고 안동 땅에 소경(장님)이 많이 나는 것은 천등산의 산기 때문이라고 하여 눈을 뜬다는 의미의 개목산으로 고쳐 부른 적이 있어 천등산을 일명 개목산(開目山)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천등산에서 봉정사로 하산하는 길목에는 개목사가 있습니다. 천등산의 해발고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소나무숲길을 따라 솔 향기를 맡으며 산행할 수 있는 전형적인 육산형태의 걷기 좋은 산입니다. 한편, 상산(520m)은 천등산의 남쪽에 자리잡은 부드러운 산입니다. 

 

산행들머리는 봉정사 매표소 인근 주차장입니다. 천등산휴게소 옆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전통찻집 휴만(休萬)이 보입니다. 이토록 운치 있는 집에서 현지의 차 한잔 마시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등산객들은 이런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좌측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천등산 등산로 안내도가 보이는데 이웃한 상산은 어디쯤 있는지 표기가 없습니다. 포장도로를 걸어가는데 우리가 가는 길은 등산로 1코스입니다. 논은 황금들판으로 변해 수확을 기다리고 있군요. 도로변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목화 꽃을 만났습니다. 가을 전령의 하나인 해바라기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봉정사 매표소

 

 천등산 휴게소

 

 전통찻집 휴만

 

 천등산 등산로 안내도

 

 우측의 큰집

 

 1코스 가는 길

 

 황금들녘

 

 해바라기

 

 
제일마을 갈림길인 고갯마루에서 우측으로 들어섭니다. 좌측으로 보이는 집의 페인트가 원색이네요. 한참을 가다가 능선을 만나 우측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다소 편안한 길을 걷다가 사거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빠집니다. 바로 상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현지에 아무런 이정표가 없으므로 길을 잘 아는 가이드의 안내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묘지를 지나 평탄한 산길을 걷다가 막판에 다소 고도를 높이면 바로 상산(520m)입니다. 조금 전 갈림길에서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정상에는 이곳을 답사한 산악회가 붙여 놓은 이정표가 길잡이 역할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갈림길 고갯마루

 

 원색의 집

 

 상산

 

 

 

 

사거리 갈림길로 되돌아와 위로 오르면 능선 길입니다. 산불감시초소처럼 보이는 시설물은 실제로는 송이버섯지대에 출입을 방지하기 위한 감시초소 같습니다. 초소 옆에는 송이버섯 채취관계로 출입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거든요. 호젓한 산길을 걷노라니 우측에 관음굴이 있다는 안내문이 나옵니다. 바로 우측에는 오늘 산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입니다. 봉정사로 들어오는 지역의 마을이 보입니다. 관음굴 이정표에는 누군가 매직으로 10m라고 표기해 놓았는데, 실제로는 약 20m는 더 되어 보입니다. 관음굴은 암벽 에 형성된 자연석굴처럼 보이는 굴인데, 그 안에 불상을 모셔 두었고 입구에는 천 원짜리 몇 장과 스님의 목탁이 놓여있습니다. 나중에 이 돈은 누가 가져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관음굴 이정표

 

 봉정사 진입지역 조망

 

 불상이 있는 관음굴

 

 

 
다시 능선으로 올라와 북쪽으로 갑니다. 능선 좌측인 서쪽에는 정상부에 여러 시설물을 이고 있는 학가산(870m)이 우뚝합니다. 안부인 수릿재에 도착하여 조금씩 고도를 높이면 벤취쉼터입니다. 등산로에 보이는 천막 같은 시설은 일반적인 텐트는 아닌 듯 한데 아마도 송이채취꾼들의 쉼터인 듯 보여집니다. 점점 고도를 높으면 북쪽으로 꼭대기가 뾰족한 조운산(630m)이 나타납니다. 봉우리에 오르니 안동시에서 세운 천등산 안내문이 있는데 해발고도는 576m로 표기되어 있군요. 천등굴을 가려면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서야 하지만 우리는 개목사 방면으로 직진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니 아담한 천등산 정상표석이 있는데 해발고도는 574m로 적혀 있어 조금 전 안내문과 차이가 납니다. 대부분의 지도에 574m로 되어 있고 산경표에는 575m로 기록되어 있어 정말 헷갈리지만 글쓴이는 574m로 표기합니다.

 서쪽의 학가산

 

 벤취쉼터

 

 정상 알림 이정표

 

 북쪽의 조운산

 

 천등산 안내문

 

 천등산 정상표석

 

 정상의 조망 

 

 

 
여기서 개목사 방면인 우측으로 내려섭니다. 경사가 상당히 급하지만 걷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등산로 오른쪽은 송이채취지역이라 입산을 금하는 흰줄이 쳐져 있습니다. 좌측 억새 밭 뒤로 조망이 살짝 터지지만 산 그리메가 워낙 멀어 어디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봉정사 이정표를 따라 가노라니 산사가 나왔는데 이는 개목사입니다. 개목사는 신라 신문왕 때 능인스님이 세운 천년고찰로 원통전은 보물 제242호이며, 고려 충신 포은 정몽주가 10년 간 공부한 곳입니다.

 

 

 억새 뒤로 보이는 조망

 

개목사 원통전(보물 242호)

 

 개목사 

 

 
개목사를 뒤로하고 좌측으로 들어가면 억새밭을 지나 봉정사로 이어집니다. 봉정사 일주문 바로 앞에는 신도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어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습니다. 봉정사는 국보 2점과 보물 4점을 보유한 천년고찰로 이 날도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답사자들을 싣고 온 것을 보면 매우 큰 사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극락전은 봉정사 극락전(국보 15호)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역사적·학문적으로 가치가 많다고 합니다. 그전까지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이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져 왔으나 봉정사 극락전은 이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봉정사 부속암자인 영산암에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억새밭

 

 송이채취금지 안내문

 

 봉정사 일주문

 

 봉정사 만세루

 

 봉정사

 

 봉정사 영산암 

 

 
봉정사를 둘러보고 매표소 방면으로 나오는데 명옥대(鳴玉臺)라는 표석이 보입니다.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계곡 맞은편에 정자가 보이네요. 주차장으로 나오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산길이 부드러워 한번도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채 하산을 완료했습니다. 천년고찰 개목사 및 봉정사에서 국보와 보물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고찰을 품고 있는 이번 산행은 전형적인 힐링산행, 문화유적 답사산행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합니다.  

 명옥대

 

 황금들녘

 

 주차장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10월 6일 (화)
 ▲ 등산 코스 : 봉정사 주차장(천등산휴게소)-찻집 휴만-고갯마루-사거리 갈림길-상산(왕복)-관음굴

                    -수릿재-벤취쉼터-천등산(안내문)-천등산(정상표석)-개목사-봉정사-주차장
 ▲ 산행 거리 : 8km
 ▲ 산행 시간 : 3시간 45분
 ▲ 등산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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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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