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에서 바라본 대우옥포 조선소와 국사봉(좌)
경남 거제에는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10대 명산이 있습니다. 이들은 계룡산(568m), 선자산(519m), 북병산(465m), 대금산(438m), 앵산(512m), 산방산(507m), 노자산(565m), 가라산(585m), 국사봉(464m) 및 옥녀봉(555m)을 말합니다. 모두 해발고도가 400∼500m 급에 불과하지만 산세와 조망이 좋아 전국 등산애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망산(397m)도 천하1경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나 해발고도가 낮아서인지 10대 명산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거제명산 위치도(노자산 가라산 제외)
오늘 답사하려는 국사봉과 옥녀봉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에 포함된 산이며 산에 오르면 이들을 모두 조망할 수 있습니다. 경남 거제시 신현읍 소재 국사봉(國士峰, 464m)은 옥포만을 굽어보고 있는데, 조정의 신하가 조복을 입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해 국사봉이라 합니다. 산에 오르면 대우조선과 옥포만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며 멀리 한려수도의 물굽이 따라 펼쳐진 산과 바다는 절경을 이룹니다. 국사봉의 남쪽인 거제시 일운면 소재 옥녀봉(555m)은 국사봉과 마찬가지로 남쪽으로 펼쳐지는 망망대해를 조망할 수 있는 거제도 동쪽의 명산입니다.
사실 옥녀봉이라는 산 이름은 백운산과 국사봉 및 봉화산 등과 마찬가지로 매우 흔합니다. 이곳 거제 옥녀봉에는 옛날 옥황상제의 옥녀가 내려와 사슴과 놀다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전설은 옥황상제의 딸 옥녀가 죄를 지어 인간으로 환생해 옥녀봉으로 내려왔는데, 어느 날 현세의 아버지가 옥녀에게 나쁜 마을을 품고 딸에게 달려 들었다고 합니다. 이에 옥녀는 아버지에게 소울음소리를 내면서 산으로 올라오면 말을 듣겠다고 유인했고, 이 말을 들은 아버지가 올라오자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현세의 아버지는 죽고 옥녀는 하늘나라로 올랐다는 것입니다. 반면 풍수지리의 관점에서 보면 전체적인 산의 형국이 여인이 머리를 감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거창의 미녀봉(930m)과 유사한 산 이름짓기로군요.
국사봉 산행들머리는 거제시 옥포동 거제소방서 맞은 편 거제씽크백화점 앞입니다. 여기는 거제박물관 200m를 알리는 이정표가 높게 서 있습니다. 도로 안으로 들어서면 노란색 건물인 "꿈나무 어린이집"이 보이는데 좌측 길을 따라 가면 산길은 우측으로 구부러져 점점 고도를 높입니다. 돌계단을 오르면 삼거리 갈림길인데 여기서 국사봉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거제지맥이 통과한다는 현지의 이정표로 보아 이곳은 "작은골재"인 듯 합니다.
거제박물관 이정표
산행 들머리
꿈나무 어린이집
처음 만난 이정표
조금 더 가니 수월재로군요. 이곳은 소방서로부터 1.2km 지점이며, 국사봉까지의 거리는 800m가 남았습니다. 조금 더가니 각종 운동기구가 비치된 체육공원의 큰골재입니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상당한 오르막입니다. 정자를 지나자 국사봉 정상(464m)입니다. 현지의 안내문에 의하면 국사봉은 임진왜란 때 외적의 동태를 살피는 망산역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정상에서의 조망이 매우 좋습니다. 다만 흐린 날씨로 인해 시계가 희뿌옇게 보이는 게 옥의 티입니다. 거제시가지와 옥포해양조선소가 흐릿하군요.
수월재 이정표
큰골재 이정표
국사봉 이정표
국사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옥녀봉
정상의 등산객들
산악회에서는 국사봉의 서쪽 600m 거리에 위치한 작은 국사봉(387m)을 왕복하라고 했지만 체력이 달려 그냥 옥녀봉 방면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암봉으로 된 국사봉 정상을 내려서려는데 우측에 또 다른 조망대가 보여 몇 걸음 올라가니 작은 국사봉이 바로 눈앞입니다. 국사봉을 내려서는 길은 매우 가파르지만 안전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사각의 정자를 지나면 임도인데 여기서 바라보는 작은 국사봉의 삼각봉우리가 매우 뾰족합니다.
작은 국사봉
가야할 옥녀봉
임도에서 바라본 작은 국사봉
등산로 주변에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잘라낸 소나무를 모아둔 곳이 상당히 많은데 이러다가는 소나무가 멸종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명재쉼터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갑니다. 등산로에는 긴 의자가 놓여있어 쉬었다 가기 안성맞춤이네요. 사각의 정자가 있는 옥녀봉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약 15분을 가면 생양봉이 있다고 하지만 지도상에도 없는 봉우리를 일부러 찾아갈 만큼 여유가 없습니다.
소나무 재선충병 흔적
명재쉼터
옥녀봉 삼거리
삼거리 이정표
지금까지 남쪽으로 이어지던 산길은 옥녀봉 삼거리에서 90도 방향으로 좌측으로 꺾어 동쪽으로 갑니다. 여기서 옥녀봉까지의 거리는 2.4km인데 등산로가 비교적 완만해 걷기가 참 좋습니다. 지나가는 길목의 육각정에 서면 모처럼 조망이 타집니다. 아주동 갈림길을 지나 헬기장을 뒤로하면 옥녀봉 정상(555m)입니다. 정상에는 여러 기의 통신철탑이 세워져 있고 또 반듯한 팔각정도 보이는데 이곳에 오르면 거제의 대우옥포조선소와 이미 지나온 국사봉이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다만 다른 거제의 명산들은 흐릿한 날씨로 인해 제대로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육각정
아주 갈림길
통신철탑
팔각정
옥녀봉 정상
거제대우옥포조선소와 국사봉(중앙)
옥녀봉에 올랐으면 정상 표석 옆에 있는 대삼각본점을 꼭 살펴보기 바랍니다. 1910년에 설치한 대삼각본점은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위해 일본 대마도의 유명산과 부산 동래의 봉래산, 그리고 이곳 거제의 옥녀봉에 설치한 국가측량의 기준점입니다.
대삼각본점 안내문
옥녀봉에서 북쪽의 아주공설운동장 방면으로 하산합니다. 옥녀봉을 내려서는 길이 매우 가파르고 또 미끄럽습니다. 한참을 내려가면서 작은 암봉을 뒤로하면 옥포항 조망대인데 여기서는 가야할 종합운동장이 바로 내려다보입니다. 큰 암봉을 우측으로 돌아 한참을 내려가면 종합운동장 옆 거제시 자원재활용센터입니다.
공설운동장
거제 재활용센터
오늘 산행에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국사봉과 옥녀봉에서는 막힘 없는 조망이 펼쳐지지만 날씨가 나빠 멋진 풍광을 보지 못해 못내 아쉽습니다. 이번 답사로 거제 10대 명산 중에서는 3개의 산(노자산, 가라산, 앵산)을 미답지로 남겨 두었는데, 가까운 장래에 이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6년 2월 20일 (토)
▲ 등산 코스 : 거제소방서-작은골재-수월재-큰골재-국사봉-명재쉼터-옥녀봉 삼거리-헬기장-옥녀봉-종합운동장
▲ 등산 거리 : 10.5km
▲ 소요 시간 : 4시간 30분
▲ 산행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 글이 마음에 들면 아래 공감하트(♥)를 눌러 주세요!
(로그인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영에서 가장 높은 산인 두미도 천황산 (10) | 2016.03.22 |
---|---|
두 산의 종주가 만만치 않은 진천 양천산·봉화산 (9) | 2016.03.14 |
와룡산 및 삼천포대교의 조망대인 사천 각산 (7) | 2016.03.08 |
산세와 조망 좋은 고흥의 숨은 명산-두방산·병풍산·첨산 (7) | 2016.03.07 |
수리봉 능선의 조망이 좋은 장흥 부용산 (8) | 2016.03.02 |
경주·포항의 경계를 이루는 봉좌산·어래산 (10) | 2016.02.17 |
등산로가 상당히 까다로운 단양 옥계산·둔지산 (5) | 2016.02.16 |
빡세게 오르내리는 담양 만덕산·수양산·국수봉·월봉산 (5) | 2016.02.02 |
마금산온천을 품은 창원 천마산·마금산·옥녀봉 (5) | 2016.01.19 |
탄성과 실망이 교차한 홍천 매봉산·쇠뿔봉 (11) | 2015.10.29 |